지난 11일 방영된 <주간아이돌> 개편 첫 방송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11일 방영된 <주간아이돌> 개편 첫 방송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불만을 쏟아냈다. ⓒ MBC에브리원


MBC에브리원 인기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이 지난 11일 개편 첫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주간아이돌>은 개그맨 정형돈, 래퍼 데프콘이 진행을 맡아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11일 방송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새로운 진행자가 된 이상민, 유세윤, 김신영이 첫 인사를 전했다. 달라진 <주간아이돌>의 시작을 축하하는 차원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대거 스튜디오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당초 우려했던대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터줏대감이었던 '도니코니' 정형돈-데프콘의 하차에 대한 아쉬움과 개편을 추진한 방송사에 대한 반감 등도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MC 교체 및 개편의 당위성을 이날 방송분에선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초대손님 병풍 취급 + 통편집이 웬말

 지난 11일 방영된 <주간아이돌> 개편 첫 방송.  상당수 초대손님 아이돌들은 이른바 `병풍` 취급이 될 만큼 제대로된 대접을 받기 어려웠다.

지난 11일 방영된 <주간아이돌> 개편 첫 방송. 상당수 초대손님 아이돌들은 이른바 `병풍` 취급이 될 만큼 제대로된 대접을 받기 어려웠다. ⓒ MBC에브리원


과거 <주간아이돌>은 여러 특집 등을 통해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를 한꺼번에 초대해 다양한 재미를 이끌어 내곤 했다. 이번 개편 첫 방송 역시 이를 참조해 데뷔 20년 이상의 NRG, 간미연(베이비복스)부터 대세 그룹 워너원까지 신구 세대 아이돌들을 아우르는 구성으로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다.

그러나 여기서 제작진의 큰 실수가 발생한다. '출연진의 분량 조절 실패'가 그것이다. 이전 <주간아이돌>은 인기 그룹뿐만 아니라 아직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신 그룹에게도 자신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어 줬다. 수십 명의 축하손님을 부를때도 한팀 한팀 도착 순서대로 화면에 담고 그들의 목소리부터 다양한 개인기 등을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담아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새 제작진은 이를 간과하고 모든 초대손님들을 한꺼번에 병풍 마냥 세워 놓았고, 제대로 된 소개마저 통편집 했다. 이상민, 유세윤 MC들과 막역한 사이인 NRG 등 대선배급 아이돌 중심으로 편집을 하면서, 정작 상당수 그룹 멤버들은 본인 이름도 간신히 말하는 내용이 방송 초반을 장식했다.

그나마도 라디오 DJ 및 음악 순위 프로그램 MC로 다년간 일하면서 요즘 아이돌 그룹과도 막역한 사이인 김신영마저 없었더라면 이들에 대해 문외한인 나머지 두 MC들은 초대손님 정보조차 잘 모른 채 방송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뻔 했다.

진부한 코너, 초대손님 공부에 소흘한 제작진 및 진행자

 <주간아이돌> 새 MC 이상민은 기획사 사장님에 대한 정보를 술술 이야기했지만 정작 중요한 초대손님 아이돌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약점을 노출했다.

<주간아이돌> 새 MC 이상민은 기획사 사장님에 대한 정보를 술술 이야기했지만 정작 중요한 초대손님 아이돌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약점을 노출했다. ⓒ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개편 첫 회의 또 다른 문제는 새로 등장한 코너들이 별다른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 데 있었다. 동물 흉내를 내면서 문제 맞추는 '스피드 퀴즈' 등 구태의연한 내용이 나오는가 하면 <주간아이돌>의 자랑거리였던 '2배속 댄스' 마저도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는 등 부족한 부분을 연이어 노출했다.

손발 오그라들만큼 함량 미달의 자막이 이어지는 건 차라리 애교에 가까워보였다. 첫술에 배부를리 있을까 싶지만 개편 첫 방영분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웠다. 특이하게 이날 방송 말미엔 초대 손님 아이돌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받는 내용도 전파를 탔다. "신인들을 위한 코너를 마련해달라"(프로미스 나인 새롬)라는 요청부터 "게스트의 이름과 캐릭터를 공부해라"(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빅톤 병찬) 등의 부탁 등이 그것이다. 사실 개편된 <주간아이돌> 제작진 및 진행자들에게 시청자들이 바라는 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대거 손님을 불러 모았지만 이날 방송에서 그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못했다. 각 소속사 사장님에 대해 잘 아는 이상민은 정작 '손님'(아이돌)에 대해서 잘 모르고 우왕좌왕 했다. 이러한 모습은 방송 중 언급됐던 '공부 소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팬들이 <주간아이돌>을 보는 이유는 아이돌 소속사 사장님이 뭘 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 멤버가 조금이라도 화면에 자주 보이고 다양한 재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지난 11일 방영된 <주간아이돌> 방송에선 브아걸 제아, 빅톤 병찬 등 출연진들 다수가 MC들에게 출연자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작 이날 방송에선 초대손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지난 11일 방영된 <주간아이돌> 방송에선 브아걸 제아, 빅톤 병찬 등 출연진들 다수가 MC들에게 출연자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작 이날 방송에선 초대손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 MBC에브리원


한두 해 전 TV조선, 채널A 등 종편 채널에서 개그맨 김준호, 이수근 등 쟁쟁한 예능인을 MC로 불러 <주간아이돌>을 벤치마킹한 유사 아이돌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들은 지금의 <주간아이돌>과 비슷한 안이한 자세로 쓴 맛을 봐야 했다.

제작진 측은 이날 방송을 끝마치면서 "조금씩 나아지겠습니다. 다음 주도 함께 해주실거죠?"라는 애원 섞인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채널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빠른 시간 이내 재정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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