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팀 KIA 타이거즈 불펜진의 중심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된 김세현이 고정 소방수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김윤동이 셋업맨으로 뒤를 받친다. 둘 다 빠르고 힘 있는 공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우완 투수 유형이다. 나란히 컨디션이 좋은날 KIA 뒷문은 그야말로 철옹성이 된다.

하지만 특정 선수들에게만 의지하다보면 그들이 연투로 인해 지쳤을 때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어느 정도 관리를 해줘야만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세현, 김윤동은 마음 만큼 직구 구속이 안 나오는 날은 상대 타선을 상대하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출격해야하는 불펜 사정상 우완 정통파만으로는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KIA의 좌완 불펜은 확실한 카드가 적은 편이다. 심동섭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상태라 임기준이 홀로 고군분투 하고 있다. 아직 검증이 확실히 되지 않았을뿐더러 기복도 있는 스타일이다. 올 시즌 임기준이 어디까지 해줄지 짐작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잠수함 투수 전력이 중요해졌다. 우완 김세현, 김윤동과 좌완 임기준 사이에서 사이드암 투수가 잘 받쳐줘야 불펜진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호랑이 잠수함 왕국의 살아있는 역사 임창용

 임창용은 꾸준한 자기관리를 통해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임창용은 꾸준한 자기관리를 통해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빼어난 왼손 불펜이 적었던 KIA는 대대로 잠수함 투수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며 쏠쏠한 역할을 해줬다. 2009년 우승 당시 셋업맨, 마무리로 맹활약한 손영민, 유동훈이 대표적이다. 팀명이 바뀌었던 초창기에는 이강철, 박충식이 인상적인 활약을 해줬다. 우완 파이어볼러 한기주와 함께 '신한카드'로 불렸던 신용운도 사이드암 투수였다.

현재의 KIA는 박진태, 박준표라는 젊고 재능 있는 사이드암 불펜 투수가 두 명이나 군복무 중에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에도 잠수함 전력은 끄덕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신구잠수함 콤비로 불리는 임창용과 박정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불혹을 넘긴 76년생 노장이고 박정수는 96년생 젊은 피다. 둘 사이에는 20년의 나이차가 나지만 팀을 지켜내는데 나이는 큰 의미가 없다. 쟁쟁한 선수들간 경쟁을 뚫고 불펜을 지킬 임무를 부여받았는지라 각자의 스타일을 살려 닮은 듯 다른 사이드암의 위력만 보여주면 된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특급 마무리로 명성을 날렸던 베테랑 임창용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트레이드되어 대부분의 선수생활을 그곳에서 보냈으나 황혼기에 고향 팀으로 돌아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양준혁을 필두로 곽채진, 황두성 등 선수 3명에 현금 2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원치 않게 타이거즈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임창용인지라 그에 대한 팬들의 아픔은 컸다. 비록 선수말년이지만 다시금 고향팀에서 공을 던진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뱀 직구를 뿌려대며 정면에서 타자들을 윽박지르던 시절만큼의 포스는 자랑하고 있지 않지만 특유의 노련미를 뽐내며 당당히 1군에서 생존중이다. 지난 시즌에는 우승의 감격도 함께 맛봤다.

임창용은 과거에 비해 구위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피칭 스타일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칠 테면 쳐봐라하는 마인드로 자신 있게 정면승부를 즐긴다. 전성기 시절처럼 150km 강속구는 힘들겠으나 사이드암 투수로서는 나쁘지 않은 140km 초중반대의 구속은 유지하고 있는지라 다양한 변화구와 함께 싸움닭 같은 피칭을 펼친다.

이런 공격적인 자세로 인해 때론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그러한 맨탈을 가지고 있기에 오랜 시간 동안 롱런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올 시즌 스타트도 좋은 편이다. 위기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4경기에서 3.2이닝을 던져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차세대 핵잠수함 후보 박정수

 변화가 큰 박정수의 커브는 타자 입장에서 쉽게 공략하기 힘든 구종이다.

변화가 큰 박정수의 커브는 타자 입장에서 쉽게 공략하기 힘든 구종이다. ⓒ KIA 타이거즈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정수는 입대 전보다 기량 적으로 부쩍 늘었다. 2016년 KBO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다승 1위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경험을 쌓아가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 때문에 그가 전역하기 전부터 KIA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박정수의 커브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우타자 몸 쪽으로 파고드는 커브는 벌써부터 '마구'라고 불리고 있다. 우타자 입장에서는 마치 공에 맞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결과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박정수는 몸쪽 못지 않게 바깥쪽도 잘 활용한다. 몸 쪽 공 다음에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면서 떨어지는 커브를 던지면 타자는 타이밍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좌타자를 맞아서는 운영 패턴을 바꿔가면서 상대한다.

이러한 공을 던진 후 기습적으로 패스트볼을 던져 허를 찌르거나 역회전 공을 던지면 꼼짝없이 당하기 일쑤다. 무엇보다 사이드암으로서 140km 중후반대의 강속구를 갖추고 있고 제구 또한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발전가능성이 높다. 직구, 커브 외에도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레퍼토리도 많은 편이다.

시즌 초반부터 좋은 피칭을 선보이던 박정수는 지난 3일 있었던 SK전에서 호된 경험을 했다. SK 장타자들의 파워를 감당하지 못하고 2.1이닝동안 4실점하며 신고식을 톡톡히 겪었다.

하지만 박정수는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는 신예투수다. 팀내 사이드암 대선배 임창용이 그랬듯 한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리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KIA 핵잠수함 계보를 이어갈 재목으로 충분히 성장 가능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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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박정수 반복에 지치지않는 자 노장과 신예 KIA 타이거즈 불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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