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 중엔 이런 말이 있다.

"형이 거기서 왜 나와?"

뜬금없는 시점에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때 종종 사용하곤 하는데 최근 TV 속에서도 이런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그 무대는 바로 홈쇼핑 채널이다.

홈쇼핑은 말그대로 TV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상담원 전화 연결 혹은 문자 등을 통해 집에서 간단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이 홈쇼핑이 요즘엔 생뚱맞게도 가수들의 신보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10년 듀엣 UV가 시초

 지난 2010년 홈쇼핑에 출연해 자신을의 CD를 판매한 UV. (방송화면 캡쳐)

지난 2010년 홈쇼핑에 출연해 자신을의 CD를 판매한 UV. (방송화면 캡쳐) ⓒ CJ오쇼핑


홈쇼핑에서 프로그램을 이끄는 남녀 쇼핑호스트와 함께 맞장구를 쳐주면서 제품을 선전하는 중견 연예인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이들 가수들은 그런 역할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보 혹은 관련 상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신곡까지 부르는 방식으로 철저히 홍보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효시는 지난 2010년 듀엣 UV (유세윤, 뮤지)였다. 당시 1990년대 복고풍 음악 '천상유애', '쿨하지 못해 미안해' 등으로 깜짝 주목을 받았던 이들이 CJ오쇼핑을 통해 자신들의 2집 CD를 판매한 것이다.

이때만해도 홍보의 목적보단 엠넷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 UV 신드롬>과 연계해서 진행한 일종의 이벤트에 가까웠다. 그들의 절친인 개그맨 유상무가 등장해 뜬금없이 눈물 흘리는 개인기를 선보이는 식으로 하나의 "개그쇼"를 진행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던 탓인지 몰라도 새 음반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선뜻 홈쇼핑을 택하는 가수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2015년 루시드폴, 직접 재배한 감귤+신보 한정 판매

 지난 2015년 루시드폴은 지산의 7집 음반과 직접 재배한 감귤을 함께 묶어 홈쇼핑에서 판매했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 2015년 루시드폴은 지산의 7집 음반과 직접 재배한 감귤을 함께 묶어 홈쇼핑에서 판매했다. (방송화면 캡쳐) ⓒ CJ오쇼핑


한동안 잠잠했던 가수들의 홈쇼핑 홍보는 지난 2015년 전혀 의외의 가수가 다시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루시드폴이었다. 당시 새롭게 발매하는 7집 음반과 직접 제주도에서 농사지은 귤을 함께 담은 한정판 패키지를 역시 CJ오쇼핑을 통해 방송+판매한 것이다.

이날 방송에는 소속사 대표 유희열을 비롯해서 전화 상담원으로 등장한 페퍼톤스, 동원 방청객 역할을 도맡은 권진아, 샘김, 정승환 등 주요 안테나 음악인들이 대거 출연해 마치 토크 예능 프로그램을 방불케하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롱패딩을 판매한 슈퍼주니어, 신곡 쇼케이스 펼친 오마이걸 반하나

 지난해 11월 슈퍼주니어는 새 음반 발매 공약을 지키기 위해 홈쇼핑에 출연했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해 11월 슈퍼주니어는 새 음반 발매 공약을 지키기 위해 홈쇼핑에 출연했다. (방송화면 캡쳐) ⓒ CJ오쇼핑


최근에는 역시 홈쇼핑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아이돌그룹까지 속속 홈쇼핑을 등장해 자신들을 선전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랜만에 컴백한 슈퍼주니어는 "신보 20만장 이상 팔리면 홈쇼핑에서 양복을 팔겠다"라고 공약 한 바 있다.

이들의 정규 8집 < Play > 는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결국 슈퍼주니어는 CJ오쇼핑에 출연, 비록 양복이 아닌 롱패딩이었지만 약속을 지켰다. 

특히 방송 도중 뜬금없이 진행된 김희철의 조용필+민경훈 성대모사 등 멤버들의 각종 개인기 퍼레이드는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오는 12일에는 리패키지 음반 < Replay > 발매에 맞춰 홈쇼핑에 재출연, 마스크팩을 팔 예정으로 또 한번 큰 재미를 줄 전망이다.

지난 3일 새벽에는 걸그룹 오마이걸의 새 유닛 오마이걸 반하나가 롯데홈쇼핑에 출연해 역시 관심을 모았다. 새 음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와 맨투맨 티셔츠 등 각종 상품이 결합된 패키지 판매와 함께 신곡 쇼케이스 무대까지 펼치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화제몰이+1시간 짜리 전용 프로그램 마련

 지난 3일 새벽 홈쇼핑에 출연해 쇼케이스 무대를 펼친 오마이걸 반하나 (방송화면 캡쳐)

지난 3일 새벽 홈쇼핑에 출연해 쇼케이스 무대를 펼친 오마이걸 반하나 (방송화면 캡쳐) ⓒ 롯데홈쇼핑


이렇듯 몇몇 가수들이 홈쇼핑 채널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소개했듯이 "화제몰이" 목적이 가장 크다. "저 그룹이 왜 홈쇼핑에 나오지?"라는 상황의 의외성은 자연스럽게 관심거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방영 전후 쏟아지는 각종 기사 덕분에 주요 포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 해당 가수들의 이름이 등장하곤 하기 때문에 새 음반 발표와 관련한 홍보 수단으로 톡톡히 제 몫을 해준다. 이는 홈쇼핑 채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두번째론 사실상 "1시간 짜리 특집쇼" 역할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수들의 방송 출연은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 출연 외엔 제한적인 데다 한정된 시간 속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급 스타가 아닌 하엔 1시간 짜리 독점 출연 프로그램은 꿈꾸기 힘들다.

그런데 홈쇼핑이라는 뜬금없는 공간 + 자정 이후 늦은 시간대이긴 하지만 1시간 동안 케이블 및 IPTV로 송출되는 특집 방송을 진행할 수 있어서 조금이라도 소속가수들의 노출이 필요한 연예기획사로선 괜찮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진 많은 가수들이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라 기존 천편일률적인 홍보를 벗어나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독특함에 힘입어 이와 같은 가수들의 홈쇼핑 출연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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