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 인스포코리아


단 1승만 남았다. 두 번의 경기 중 한 번만 이기면 된다. 김연경의 중국 리그 우승 확정 여부가 눈앞에 다가 왔다. 국내 배구팬과 언론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연경과 소속팀 '상하이 광밍유베이'(아래 상하이)는 31일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 홈구장에서 톈진과 2017~2018시즌 중국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을 치른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현재 상하이가 3승 2패로 앞서 있다.

때문에 이날 승리할 경우 상하이는 17년 만에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제패하는 통합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그리고 김연경은 '4개국 리그 우승'이라는 세계 배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완성한다. 만약 이날 패한다면, 오는 4월 3일 상하이 홈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7차전에서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상하이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를 2명이나 보유했음에도 정규리그 6위로 마감하며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실패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김연경 영입 효과로 단숨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그리고 무려 17년 만에 통합 우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 2000-2001 시즌 이후 챔피언결정전은 물론 정규 리그 우승도 해보지 못했다. 중국 리그 출범 초창기인 1996-1997 시즌부터 2000-2001 시즌까지 5회 연속을 우승을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만화보다 더 극적인 '김연경 배구 드라마'

김연경의 중국 리그 결말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4개국 리그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이 갖는 무게감과 역사성 때문이다. 또한 여기까지 오는 전 과정이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반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만화나 드라마 작가도 그런 내용의 시나리오를 썼다간 3류 작가로 비난 받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승리가 적지 않았다.

이번 중국 리그도 마찬가지였다.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객관적 전력이 훨씬 앞선 '리틀 중국 국가대표팀' 장쑤를 상대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역전극을 펼치며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따냈다.

실제로 플레이오프 초반에는 전력 차이가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2월 24일 PO 2차전에서 장쑤의 위안신웨가 중앙 속공으로 2세트를 먼저 따낸 순간, 상하이는 그야말로 암울했다. 이 경기마저 패한다면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매우 어려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상하이에게는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과 상하이는 마지막 5세트 5-9로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믿기지 않는 연속 9득점을 몰아치며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역전의 출발 점도 김연경이었고, 종결 점도 김연경이었다. 만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시나리오를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대반전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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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각본 없는 '김연경 드라마'는 계속 이어졌다. 상대 팀인 톈진은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인 해태 타이거즈와 같은 존재다.

중국 리그 14개 팀 중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횟수가 가장 많은 전통의 강호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독보적이다. 지난 2015-2016 시즌 우승까지 무려 10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다른 팀의 우승 횟수를 살펴보면, 톈진이 얼마나 대단한 팀이었는지 알 수 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횟수에서 상하이 5회, 바이 선전 2회, 그리고 장쑤·저장·광둥·랴오닝이 각각 1회. 이것 전부다.

챔피언결정전 중반까지만 해도 톈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주 공격수인 '만 18세'의 장신 유망주 리잉잉(192cm)을 앞세워 상하이를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2승 1패로 앞서가며 김연경의 4개국 리그 우승을 가로막는 최대 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톈진은 공격력 못지않게 수비 조직력이 좋고, 특히 세터진이 상하이보다 기량이 뛰어났다. 반면 상하이의 세터진은 극심한 난조를 보였다. 공격수들이 제대로 공격을 해보지도 못한 채 2패를 당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세터진이 주 공격수인 김연경과 쩡춘레이를 외면하는 경향까지 보였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절망이 스멀거릴 때, 또다시 대반전이 찾아 왔다. 그것도 4차전 톈진 원정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상하이가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챔피언결정전 전적 2승 2패로 균형을 맞춘 상하이는 지난 27일 5차전에서 김연경의 눈부신 활약으로 다시 3-0 완승을 거두며 대역전극이 시작됐다. 이날 김연경은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2득점)을 올렸다.

특히 5차전에서는 상하이 세터진이 김연경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연경을 믿어야 산다'는 진리를 상하이 왕즈텅 감독과 세터진이 실천에 옮기자 더욱 확실한 승리가 뒤따른 것이다(관련 기사 : '세터의 난' 상하이, 김연경 우승 '최대 장벽').

자존심 강한 중국 언론 "정말 부끄럽지만, 김연경은 존경"

김연경의 중국 리그 우승 가능성이 커지자, 자존심 강한 중국 언론이 김연경에게 극찬과 존경을 표하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스포츠 전문 매체인 '시나 스포츠'는 지난 27일 김연경의 중국 리그 활약상을 종합 평가한 칼럼 기사를 올렸다. 매체는 "상하이가 챔피언결정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분명 김연경의 존재감"이라며 "비록 중국 여자배구 리그가 한국인 한 명에게 정복당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중국 선수들은 김연경 같은 월드클래스 슈퍼스타에게 배워야 한다"고 썼다.

지난해 상하이가 김연경을 영입할 당시 중국에서 많은 반발과 짜증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알렸다.​ 매체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선수를 영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 여자배구는 세계 챔피언이기 때문에 월드클래스 선수가 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목소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김연경은 이전의 외국인 선수와 확실히 달랐다. 상하이는 김연경을 보유한 이후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며 "김연경은 공격, 블로킹, 서브, 리시브와 수비 등 모든 면이 매우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매체는 또 "기술적인 능력으로 판단하건대 우리는 김연경 같은 뛰어난 선수에게 존경을 표할 수 있다"며 "중국 리그가 한국인 한 명에게 정복당하는 것이 정말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기술적 실력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 김연경이 중국 리그에서 뛰는 가장 긍정적인 의미"라고 풀이했다.

'나 혼자 거꾸로 사는' 김연경... 다시 찾아온 '최전성기 기량'

매체는 "1승만 더 하면, 김연경은 한국, 일본, 터키, 중국 4개 메이저 리그를 정복한 슈퍼스타가 된다"며 "중국 여자배구 선수들은 그런 기록을 세운 적이 없다"라고 끝을 맺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5~2006시즌 V리그부터 2017~2018시즌 중국 리그까지 가는 곳마다 마치 '도장 깨기'를 하듯 정상을 밟은 김연경. 꼴찌 팀도 단숨에 우승 팀으로 만들어버리는 신묘한 능력을 가진 그는 대장정의 마무리가 될 중국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뒀다.

현재 김연경은 자신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의 모습과 똑같거나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의 타점·파워·각도가 매우 예리하다. 공격한 볼이 상대편 코트 대각선 깊은 곳에 절묘하게 꽂힌 경우도 자주 나온다.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력과 서브는 런던 올림픽보다 더 노련하고 안정적이다.

세계 최강 국가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존재감. 만화 주인공보다 감동적인 세계 최고 여자배구 선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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