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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2015년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현대차
깜짝 발표였다. 국내 재벌 2위 그룹인 현대기아차 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 내용이다. 지난 28일 오후 주식시장이 끝난 시각 즈음, 현대차 그룹은 A4 용지 13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현대자동차 그룹, 출자구조 개편 추진'이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그룹 계열사끼리의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는 지배구조 개편 내용이 들어 있었다.

특히 이번 내용은 그동안 시장에서 예측한 지배구조 개편과는 사뭇 달랐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라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정씨 일가가 자신들의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정공법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29일 국회에서 "'(현대차 그룹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번 개편으로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지고,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가 낼 세금도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돈으로, 제대로 세금을 내고, 떳떳하게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삼성 등 일부 재벌 총수일가의 '세금없는 편법 승계'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어떻게 바뀌길래...현대 모비스를 중심으로 그룹을 지배
현대차 지배구조 어떻게 바뀌나 ⓒ 고정미
이날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출자구조 개편 방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주회사격인 지배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모비스의 최대주주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다. 이를 위해 정 회장 부자는 자신들이 갖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등 주식을 모두 팔아서 모비스 주식을 사들이고, 세금도 모두 내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계열사끼리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게 된다. 순환출자는 그동안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편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새로운 순환출자를 금지했고, 기존 순환출자 역시 자발적으로 없애라고 요구했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작년 취임 후, 재벌 그룹을 향해 자발적으로 지배 구조를 개선하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현대차 그룹에는 이달 말까지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라고 압박했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요 계열사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촘촘히 엮여 있었다. 우선 ▲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를 비롯해, ▲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 출자고리로 돼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이 그대로 진행되면,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꼭대기 지배회사가 된다. 모비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은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 합병시키기로 했다. 대신 기업 인수 등 투자와 핵심부품 사업은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반적인 지주회사들은 대체로 계열사 지분만을 갖고 있고, 사업을 하지않는다"면서 "하지만 모비스의 경우 자체 사업하면서, 그룹의 지배회사 성격을 갖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그룹이 재편되면, 정몽구-정의선 정씨일가(대주주)→모비스→현대차·기아차→합병 글로비스·현대제철 구조로 지배구조가 단순해진다.

주식인수에 필요한 6조 원은 어디서?... 세금도 1조 원에 달할듯 
정몽구 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2015년 제네시스 EQ900 발표회장) ⓒ 더드라이브
이렇게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려면, 대주주인 정씨일가가 모비스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우선 정 회장은 모비스 지분 7.0%를 갖고 있다. 이와함께 다른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돼야한다. 28일 기준으로 기아차와 글로비스, 현대제철 등이 갖고 있는 모비스 지분은 각각 16.9%, 0.7%, 5.7%다. 이들 주식을 사려면 5조 9000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올까. 일단 정 회장 부자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글로비스 주식을 모두 팔면 1조 9500억 원(28일 주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나머지 4조 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물론 이날 발표로, 글로비스의 주가가 오를 경우 필요 자금은 조금 줄어들수도 있다.

현대차 주변에선 정 회장 부자가 사재를 출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이번 재편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가 양도소득세 등으로 내는 세금도 1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주주가 글로비스의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세금 등은 모두 적법하게 낼 것"이라며 "(이번 개편으로)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주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정씨 총수일가는 현대 모비스의 지분 30.2%를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이미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모비스의 1대주주가 되고, 정의선 부회장이 2대주주가 된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은 모비스와 글로비스 등에서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로 결정됐다. 증권 시장에선 현대차의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때는 오는 7월 말 이후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모비스 주식의 변경상장과 합병된 글로비스의 새 주식이 추가로 거래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타이밍에서 올바른 결정" 평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유성호
이와함께,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정부와 시장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주주와 시장이 평가할 일"이라면서도 "공정위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히 저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타이밍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도 이날 별도 보고서를 통해 "시장이 기다리던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그룹 내 각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과 함께 주주 친화정책도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합병 후 달라지는 위상... 모비스, 그룹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단연 모비스다. 현대 모비스는 분할 합병 이후 사실상 지주회사와 같은 위치에서, 그룹을 지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그룹내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위상도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또 모비스는 일반 지주회사와 달리 별도의 사업도 담당한다.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 와 같은 미래차에 필요한 핵심부품의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개발과 판매까지 맡는다.

이밖에 해외법인 등을 활용해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와  글로벌 완성차를 상대로 한 사업 확대, 조인트벤처(JV) 투자 등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그룹 차원의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모델도 발굴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이 마무리되면, 당초 그룹의 부품 계열사에서 한발더 나아가 미래 먹거리까지 책임지는 회사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비스로부터 모듈 등 일부 사업부문을 넘겨받는 글로비스도 외형이 더욱 확대된다. 기존 현대-기아차의 물류 사업과 더불어 모듈과 애프터서비스 부품 사업 등까지 합하면 연 매출이 30조원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또 이번 개편으로 총수일가의 지분이 사라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태그:#현대차 지배구조,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순환출자, #김상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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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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