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끝냈다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10회말 2사 1루, 끝내기 안타를 친 넥센 김재현이 환호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18.3.27

▲ 김재현 끝냈다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10회말 2사 1루, 끝내기 안타를 친 넥센 김재현이 환호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18.3.27 ⓒ 연합뉴스


넥센이 2018 시즌 KBO 첫 '끝내기' 승리팀이 됐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카드 MY CAR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0회말 5-4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선발 투수로 나선 제이크 브리검은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연장 10회초 무사 1루 위기를 막은 좌완 김성민이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3번 타자로 나선 서건창이 3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박병호도 멀티히트를 포함해 4출루 경기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8회 수비 강화를 위해 마이클 초이스 대신 대수비로 들어갔던 임병욱은 9회말 LG 마무리 정찬헌으로부터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역시 연장 10회 경기를 끝내는 적시 2루타를 터트린 김재현이었다.

흔한 이름 김재현, 가장 덜 알려진 넥센의 3번째 포수

KBO리그에서 김재현은 무척 흔한 이름이다. 프로 원년부터 1986년까지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에서 활약하며 통산 12승을 올린 투수 김재현이 있었고 야구 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캐넌히터' 좌타자 김재현도 있다. 1994년 고졸신인 최초로 20홈런 20도루를 기록하며 LG 우승의 주역으로 떠오른 김재현은 LG와 SK를 거치며 세 번의 골든글러브와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스타 플레이어다.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선수 중에서도 김재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는 3명이나 된다. 2006년 SK와이번스에 입단한 외야수 김재현은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2016년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321 18타점 27득점 13도루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2016년 삼성 라이온즈 1군에서 122경기에 출전했다가 현재는 경찰 야구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내야수 김재현도 야구 팬들, 특히 삼성 팬들에게는 제법 익숙한 선수다.

하지만 2012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76순위 지명을 받고 넥센에 입단해 작년까지 1군에서 통산 185경기에 출전했던 포수 김재현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얼굴이다. 대전고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했던 김재현은 프로 입단 후 포수로 포지션을 변경했지만 3년 동안 한 번도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사실 퓨처스리그에서도 3년 동안 타율 .250 언저리를 맴돌았을 정도로 크게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게 평범한 2군 선수에 불과했던 김재현은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염경엽 감독(현 SK단장)의 눈도장을 찍으면서 주전포수 박동원의 백업으로 개막 엔트리에 진입했다. 하지만 1군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김재현은 시즌 초반부터 잦은 실수로 팬들을 실망시켰고 넥센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교 최고의 내야수 최원준(KIA타이거즈) 대신 서울고의 포수 주효상을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주효상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 76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박동원의 백업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김재현에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015년 59경기에서 타율 .262로 포수 치고는 제법 쏠쏠한 타격 솜씨를 뽐냈던 김재현은 2016년 .181, 2017년 .167로 타율이 떨어지며 팀내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그나마 도루저지율이 2015년 25%에서 작년 42.4%까지 상승한 것이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시즌 첫 타석에서 끝내기 2루타, 시작이 좋은 김재현의 2018년

김재현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주효상과 함께 개막 엔트리 진입을 두고 경쟁했다. 김재현은 시범경기에서도 5경기에 출전해 1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주전포수 박동원이 2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주효상이 .375의 고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김재현을 박동원, 주효상과 함께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상대적으로 포수 타순에서 대타 및 대주자 작전을 쓰는 경우가 많아 1군에 여유 있게 포수 자원을 확보해 둔 것이다.

1차 목표였던 개막 엔트리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김재현은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 2연전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24일 개막전에서는 주전포수 박동원이 선발로 출전해 9회까지 마스크를 썼고 25일 경기에서는 주효상이 선발로 출전했다가 5회부터 박동원으로 교체됐다. 넥센 타선이 한화 선발 제이슨 휠러의 호투(7이닝 1실점)에 막혀 힘을 못 쓴 경기였기 때문에 '3번째 포수' 김재현이 나설 기회는 없었다.

27일 LG전에서도 넥센의 주전 포수는 주효상이었다. 주효상은 두 타석을 소화한 후 7회 수비부터 박동원으로 교체됐고 박동원으로 경기를 마무리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넥센이 9회초 역전을 당하면서 장정석 감독은 9회말 박동원 타석에서 장영석을 대타로 기용했다. 그리고 넥센이 9회에 4-4 동점을 만들면서 드디어 김재현이 시즌 첫 출전 기회를 얻었다. 넥센은 연장 10회말 2사 1루 기회를 잡았는데 김재현 타석에서 대타를 쓰고 싶어도 엔트리에 남은 야수가 없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김재현이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김재현은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정찬헌이 던진 시속 142km짜리 가운데 낮은 공을 강하게 밀어 쳐 우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2루타를 터트렸다. 장정석 감독이 부임한 2017년부터 연장전에서 2무 9패를 기록했던 넥센이 장정석 감독에게 부임 후 첫 연장전 승리를 선물한 것이다. 특히 타격에서 기대치가 낮았던 김재현이 2사 후 밀어쳐서 만든 장타였기 때문에 기쁨은 더욱 컸다.

현재 10개 구단 1군 엔트리에서 포수 3명을 등록한 팀은 KIA(김민식, 한승택, 백용환)와 넥센뿐이다. 이 팀들은 양의지(두산 베어스)나 강민호(삼성)처럼 확실한 주전포수가 없어 물량공세로 안방을 지키고 있다. 확실한 주전이 없다는 것은 김재현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전고 시절 투수로 활약할 정도로 강한 어깨를 가진 김재현이 이날 경기처럼 타석에서도 자신 있는 스윙을 한다면 마스크를 쓰는 경기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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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김재현 끝내기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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