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블랙>(2018) 한 장면

지난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블랙>(2018) 한 장면 ⓒ 인디다큐페스티발


강릉에 정착한 이후 몇 년간 평온한 생활을 영위하던 이마리오 감독은 2013년 겨울 어느 날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에 항의하며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고 이남종씨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그때부터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 의혹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이마리오 감독은 고 이남종 열사를 죽음으로 이끈 사건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한다.

이마리오 감독의 신작 <더블랙>(2018)은 지난 2012년 발생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추적하는 다큐 영화다. 이마리오 감독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2001), <바람이 불어오는 곳>(2008)을 연출하고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영화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006),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320 프로젝트>(2009)에 공동연출로 참여한 바 있다. 이마리오 감독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인 고 이남종씨의 분신으로 포문을 연 <더블랙>은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장면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영화의 제목인 '더블랙'은 다섯 개로 나뉜 영화 속 부제 중 하나로, 대선 개입에 가담한 국정원 요원들을 뜻하는 용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역시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 갇힌(?) 국정원 여성 요원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국정원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들을 온라인 상에서 퍼트린다는 민주통합당의 제보를 받고 오피스텔 문 앞을 둘러싼 경찰과 선관위 직원, 민주통합당 관계자, 기자들과 몇 날 며칠 대치를 벌이던 국정원 직원의 모습은 수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내용이라 굉장히 심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 셀프감금 사건'은 이후 유야무야 넘어갔고 결국 당시 대선은 지난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막을 내린다.

박근혜 당선 이후,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검찰의 특별수사팀 수사로 이어졌다.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윤석열 검사장의 지휘 하에 이뤄진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여부를 어느 정도 밝혀내는 성과로 이어졌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포함한 수사팀 수뇌부 상당수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고초를 겪는다.

국정원 대선 개입 다루며 음모론에 빠지지 않는 영화

 지난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블랙>(2018) 한 장면

지난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블랙>(2018) 한 장면 ⓒ 인디다큐페스티발


아직도 명확히 밝혀진 바 없는 현재진행형 사건인만큼, 자칫 음모론에 빠질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더블랙>은 국정원 직원의 노트북을 조사했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내 설치된 CCTV 영상, 국정원 선거개입에 관한 경찰, 검찰의 보도자료 및 공식문건, 특별수사팀에 관여했던 실제 검사와의 인터뷰 등 사실 관계가 명확한 팩트만 다루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추적하고자 한다. 참고로, 실제 검사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특별수사팀 이야기는 배우 김중기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 참여하는 검사로 분해 재연 방식으로 다룬다.

<더블랙>은 국정원 직원 감금 사건을 시작으로 경찰의 국정원 직원 노트북 수사 과정, 재연 배우의 육성으로 전달된 검찰 특별수사팀 비하인드를 꼼꼼하게 다룬다. 그 와중에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항의하며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지핀 고 이남종 열사의  죽음을 잊지 않는다.

이남종은 이마리오 감독에게 국정원 대선 개입에 관한 영화를 만들게 한 장본인이자, 이마리오 감독이 어떠한 압력이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더블랙>을 끝까지 완성 시키게한 원동력이다. 지난 2013년 연말 이남종씨가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을 시도한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히 잊혀졌다. 잊혀진 죽음을 스크린으로 소환한 <더블랙>은 영화의 포문을 연 고 이남종 열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고, 다시금 그의 죽음을 기억하고자 한다.

<더블랙>은 지난 2012년 적잖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의혹만 남긴 채 흐지부지 사라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실체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서 묻혀지고 지워진 고 이남종 열사의 죽음을 잊지 않는다. 국가의 근본과 체제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을 잊지 않는 태도, 이것이 다큐멘터리 영화 <더블랙>이 가진 힘이다.

오는 29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8' 상영작 <더블랙>은 28일 저녁 한 차례의 상영을 남겨두고 있다. 이후에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개봉을 준비 중이다.

더블랙 이마리오 감독 국정원 이남종 대선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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