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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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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은행 총재로 있을 때 눈치 보는 총재 아니었습니까. 또다시 정권 눈치 보는 그런 총재가 된다면 곤란하겠습니다."(김성식 바른미래당)

"'순둥이 총재' 이런 이미지 가지고 계시면 안됩니다. 경제논리에 입각해 대한민국 경제를 바라보는 대쪽 같은 총재가 되셔야 합니다."(추경호 자유한국당)

21일 국회에서 열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쏟아낸 말들이다. 야당에선 이 후보자가 지난 2014년 총재로 취임한 뒤 연이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본 결과라고 판단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을 주요하게 내세웠는데, 금리를 내리면서 이를 도운 것 아니냐는 것. 그러면서 야당은 이번에는 정부의 요구대로 따르지 말고 한은이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이주열 "꺼져가는 경제 살리려 금리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지적에 이 후보자는 과거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경제 상황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맞춰 통화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2014년 당시에는 물가가 0%대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우려도 있었고, 한은이 왜 제로(0) 금리까지 못 가느냐는 비판이 대단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가계부채 문제도 있었지만, 꺼져가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상황이었다"며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야당 쪽의 지적은 계속됐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취임 이후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가 매년 100조원 이상 가파르게 올랐다"며 "통화정책 담당자로서 잘못을 점검할 계기가 되지 않았나"라고 질타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비판은 잘 알고 있다"면서 "그 당시 상황을 비춰 봤을 땐 금리 인하가 불가피했다"며 "가계부채가 늘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야당 "금리 내린 효과 없었다" 이주열 "투자, 소비 늘어"

그러자 심 의원은 "(당시) 경제상황이 호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금리를 내렸을 것"이라며 "결국 그렇지(경제가 나아지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 이 후보자는 "(금리 인하) 효과는 분명 있다고 본다"며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투자와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심 의원은 "경제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며 "그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총재가 재임하는 동안 가계부채가 매년 100조씩 늘었다"며 "너무 안이하게 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경제 불씨를 살리려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늘었고, 저희들이 경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그는 "정부에도 가계부채 대책을 상당히 많이 (얘기하고 있다)"며 답변을 이어가려 했지만 이 의원은 "문제의식을 확실히 가져달라"고 잘라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계부채 대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주택담보대출비율 강화 등) 여러 규제 정책을 펴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꺾였다"며 "지난 1월에는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유도하는 자본규제 개편안이 마련됐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이런 개편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대책은 저희들도 사실상 (정부와) 같이 협의해서 얻은 결과"라고 답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는 당부의 말에 이 후보자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은, 정부 따라가는 것 문제" "자율적으로 하되 정부 정책과 조화 추구"

이날 인사청문회에선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해 문제라는 지적들이 나왔는데, 일부에선 정부와 조화를 이루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은은 독립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독립성이) 최우선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뒤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도 "정부 정책에 편승해 따라가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여당에선 한은의 통화정책과 정부 정책의 조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정부정책과의 협업, 조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통화당국은 거시경제의 한 부분"이라며 "다른 경제 정책과 조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저희들은 자율적으로 하면서도 정부 정책과 가급적 조화를 이루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립성 관련 지적들이) 모든 정부 정책에 대립적인 자세를 가지라는 것으로 이해하는가"라고 질문했고, 이 후보자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정부 정책이 맞는 방향으로 갈 때는 얼마든지 조화를 이뤄가면서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이에 이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태그:#이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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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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