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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박정기(90)씨가 입원한 부산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박씨의 손을 잡고 쾌유를 빌고 있다.
 20일 오후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박정기(90)씨가 입원한 부산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박씨의 손을 잡고 쾌유를 빌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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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먹먹하다. 죄송해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병상에 누운 노인에게 고개 숙였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90)씨였다. 20일 오후 문 총장을 비롯한 주영환 대검 대변인, 김기동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검찰 관계자들이 부산 남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박씨를 병문안했다.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부(59)씨와 누나 박은숙(55)씨가 가족 대표로 자리를 지켰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서도 김세균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검찰 관계자들을 맞았다.

문 총장은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본 뒤 방문을 결심했고, 지난 2월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병문안하러 다녀간 바 있다.

한 차례 더 찾은 이 날의 병문안을 검찰 측은 '사과'라고 표현했다. 1987년 고문을 받다 사망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에서 무기력했던 검찰의 때늦은 사죄였다. 노령의 박씨는 지난해 2월 골절로 입원한 이후 1년이 넘게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이끌었던 박씨는 그토록 바랐던 검찰의 사과를 병상에서야 받을 수 있었다.

이를 아는 문 총장은 "저희가 너무 늦게 찾아뵙고 사과 말씀 드리게 돼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종철 열사의 누나인 박은숙씨가 귀를 대고 말을 듣더니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라고 아버지의 말을 옮겼다. 문 총장은 "이해해 줘서 고맙다"면서 "그동안 너무 고생 많이 시켜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씨의 손을 맞잡은 문 총장이 "너무 힘들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다음 기회에 와서 성과를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 보던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현주 사무국장은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냈다. 

검찰 내민 손 잡은 유가족... 검찰 과거사 청산 의지 재확인

병원 1층에 마련한 기자간담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문 총장은 카메라 앞에서 다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오늘 저희는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면서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념사업회는 검찰의 말이 헛구호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김세균 기념사업회장은 "오늘 검찰총장이 찾아 오셔서 새로운 검찰을 다짐하는 것이 참으로 검찰이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어서, 그 이전 행적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 기초해 이제는 정말 국민의 신뢰 받는, 국민을 위한 정의의 보검으로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강원 부산기념사업회 이사도 "이 사과를 계기로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이 되기를 당부 드린다"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이 아니고 국민 위한 검찰이 되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찰의 얼룩진 과거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총장은 "과거사위원회가 열려서 점검단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그곳에서 점검이 이루어지고 보고가 있으면 아마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검찰이 내민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박 열사의 형 박종부씨는 "(과거사위는) 검찰도 축소 은폐 조작에 깊이 관여한 것을 밝혀내고, 검찰과 국가는 가족과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면서 "오늘 이 검찰로부터의 조처는 당시 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수용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박종철, #문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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