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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야생에서 내가 배운 귀한 경험은 어떤 생물도 그들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내가 배운 귀한 경험은 어떤 생물도 그들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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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홀로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게임 드라이브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빅 파이브(big five, 사자·표범·코뿔소·물소·코끼리) 모두를 볼 수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루거국립공원(Kruger National Park), 코끼리의 천국 아도엘리펀트국립공원(Addo Elephant National Park), 육식동물이 출몰하지 않아 말을 타고 야생으로 나갈 수 있는 스와질란드의 밀와네야생동물보호구역(Mlilwane Wildlife Sanctuary), 항시 홍학의 군무를 볼 수 있는 케냐의 나쿠루 국립공원(Nakuru National Park), 마라 강을 건너는 누(gnu, wildebeest) 때의 장관과 그것을 노리는 악어떼의 잠복을 볼 수 있는 케냐의 마사이 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Masai Mara National Reserve), 마사이 마라와 함께 가장 많은 동물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Serengeti National Park) 등 몇 개월간의 야생 탐험에서도 야생은 더욱 강한 인력으로 나를 놓지 않았습니다.
 
약육강식의 지배원리로만 각인된 야생의 세계를 선입관을 버리고,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포식자의 잔인한 사냥 순간 뒤에는 평화와 공존의 적요한 시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야생의 위대한 평화는 어떤 생물도 창고를 만들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야생의 위대한 평화는 어떤 생물도 창고를 만들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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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와네야생동물보호구역의 늪지가 있는 숲을 산책하는 중 레인저(ranger 공원 관리인)가 나를 발견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어두워지면 하마가 뭍으로 올라오거든요."
"다가오면 도망가면 되지 않을까요?"
"하마가 얼마나 빠른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시는군요."
 
짧은 다리 육중한 몸집으로 하마를 판단했다가는 정말 큰코 다친다는 것입니다.

야생에서 포식자가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과 포식자 사이에 아무 울타리 없이 존재해보는 경험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자명하게 해줍니다. 사자가 발톱을 한번 세우는 것만으로도, 코브라가 한번 독을 내뱉는 것만으로 인간의 위대성은 단지 5분 내에 소멸됩니다.
 야생에서 포식자가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과 포식자 사이에 아무 울타리 없이 존재해보는 경험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자명하게 해줍니다. 사자가 발톱을 한번 세우는 것만으로도, 코브라가 한번 독을 내뱉는 것만으로 인간의 위대성은 단지 5분 내에 소멸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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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기는 얼룩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순박한 모습에 이끌려 다가갔다가 발길질에 걸린다면 절명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은 영악한 두뇌를 가진 반면 야생의 모든 동물들은 단 한방에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각자의 특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2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의 건기와 우기의 풍경은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식물들은 강수량에 맞춰 성장하고 초식동물들은 초지를 찾아 이동합니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따르기 마련입니다. 매년 100만 마리가 넘는 누와 20만 마리가 넘는 얼룩말이 이동하고 이들을 따라 포식자인 사자와 하이에나, 자칼 등이 함께 이동합니다.

누와 얼룩말 그리고 모든 동물들의 이동은 우리에게 '장관'이라는 풍경이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입니다.
 누와 얼룩말 그리고 모든 동물들의 이동은 우리에게 '장관'이라는 풍경이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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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와 얼룩말은 초지를 공유하며 좋은 이웃으로 지냅니다. 대개의 동물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번식 시기를 정합니다. 누도 특정한 시기에 몰아 출산을 합니다.
 
한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얼룩말이 누의 새끼를 공격해서 잔인하게 짓밟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 발단은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누의 출산에 맞춰 바싹 따라붙은 사자떼들을 쉼 없이 경계해야 하는 얼룩말들이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누 새끼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것이지요.

살가운 동료로 지내던 얼룩말이 누 새끼를 짓밟는 것은 어떤 동물도 스트레스 상황을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가운 동료로 지내던 얼룩말이 누 새끼를 짓밟는 것은 어떤 동물도 스트레스 상황을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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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운영하는 모티프원에 오시는 직장인들 중 많은 분들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직속 상관이나 팀원들을 그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소속 특정 팀원을 교묘하게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직장 사람들. 그들은 사자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누를 공격하는 얼룩말의 입장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가해자는 다른 상관으로부터 억압을 받고 있거나 무리한 목표 달성에 대한 걱정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면 타인을 바꾸려는 기대는 더 큰 좌절을 경험할 뿐입니다. 한 번의 사냥이 성공하면 사자 무리에게는 일주일간의 편안한 휴식이 옵니다. 사냥의 성공은 포식자에게뿐만 아니라 피식자에게도 평화를 선물합니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면 타인을 바꾸려는 기대는 더 큰 좌절을 경험할 뿐입니다. 한 번의 사냥이 성공하면 사자 무리에게는 일주일간의 편안한 휴식이 옵니다. 사냥의 성공은 포식자에게뿐만 아니라 피식자에게도 평화를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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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그 사람이 또한 피해자인 경우일 가능성이 큽니다. 먹이사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생태계에서 우리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처지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선한 사람도 그것이 육식이든 채식이든 다른 생명을 먹어야 존재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태계의 자명한 일원이지요.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이 곧 스트레스인 셈입니다. 그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의 스트레스 원인 제공자 또한 피해자라는 인식은 그를 포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람 누구나 가진 '기질적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정을 얻는 해결자는 결국 타인이 아니라 자신입니다.

사람이 다른 생물보다 탁월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가진 불완전성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유가 가능한 사람에게 주어진 어떤 장애보다 상황도 새로운 인식의 확장으로 작용할 것이다. 육신을 가진 모든 생물에게 완전한 자유란 불가능하다. 어떤 육신도 먹지 않고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스스로를 옥죄어 압박하는 자학을 멈추는데 유익하다.
 사람이 다른 생물보다 탁월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가진 불완전성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유가 가능한 사람에게 주어진 어떤 장애보다 상황도 새로운 인식의 확장으로 작용할 것이다. 육신을 가진 모든 생물에게 완전한 자유란 불가능하다. 어떤 육신도 먹지 않고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스스로를 옥죄어 압박하는 자학을 멈추는데 유익하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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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타인을 태움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얼룩말보다 우등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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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야생, #아프리카, #게임드라이브, #스트레스,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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