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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영화계도 들썩이고 있다. 분단 문제를 극복하고 통일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는 행사가 열려 주목을 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SSK남북한마음통합연구센터는 (사)DMZ국제다큐영화제와 지난 10일 북한대학원대학교 정산홀에서 'DMZ국제다큐영화제 기획 상영회'를 가졌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위치한 'DMZ'와 '다큐멘터리가 만난다'는 의미로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참신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다큐로 만나는 남북한 : 지금을 살아가는 마음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평화와 소통,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영화 한마당으로, 시민들에게 분단 문제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주최 측은 오는 8월까지 매월 한 차례 총 6작품을 선보인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회사에서 "이번 행사를 공동 기획한 북한대학원대학교 SSK연구센터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7년 째 남북한마음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영회를 통해 재학생은 물론 시민들이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남북한 문제를 접근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영회에는 정수은 감독의 첫 장편 영화 '그 날(One Warm Spring Day)'이 관객을 반겼다. 작품은 전쟁포로로 남한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외할아버지의 역사와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 떠나는 손녀(정수은 감독)의 아픈 여정을 담았다.

분단의 아픔 간직한 '반공포로'

영화 '그 날' 스틸 컷(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영화 '그 날' 스틸 컷(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 DMZ국제다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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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생생하게 보존되고 있는 국내 대표 유적지다. 전쟁 기간 운영된 이 수용소에는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들이 생활했다. 그 인원만 3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10대 때 전쟁터에 끌려가 이 수용소에서 지냈다. 지금은 흰 백발이 날리는 노인이 됐지만, 그만큼 한민족의 서슬퍼런 역사를 웅변하는 산 증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태극기 부대를 연상케 하는 어르신 무리가 애국가를 부르거나 혈서로 전쟁 참전을 다짐한 장면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충분해 보였다. 반면 북한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한 어르신은 오랜 남한 생활로 기존의 생각과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성당에서 세례를 받거나, 시위에 참가하는 등 반공주의자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70여 년 간 분단이 고착된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갈등을 온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영화는 그러한 아픔을 간직한 개인들의 역사를 생생히 그렸다. 

영화의 포인트는 감독의 기나긴 여정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는 외할아버지의 흔적이다. 오랜 포로생활을 경험한 외할아버지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독은 그의 삶이 어땠는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계속해서 질문한다. 증언에 따르면, 거제도 82수용소에서 생활한 외할아버지는 다른 포로들과 한 이불 속에서 지내는 등 여느 포로들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은 이 같은 인터뷰와 증언을 통해 외할아버지의 삶을 정리하는 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춘천과 해남, 임진각 등을 찾아 그늘처럼 쳐진 그의 존재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 개인의 생애는 물론 포로들의 생활상, 통일에 대한 주변인의 생각들이 스크린에 드러났다.

가족사 다뤘지만 분단사이기도

영화 상영 후 권금상 서울시 건강가족지원센터 센터장(왼쪽)이 감상평을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수은 감독.
 영화 상영 후 권금상 서울시 건강가족지원센터 센터장(왼쪽)이 감상평을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수은 감독.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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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권금상 서울시 건강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은 "이번 다큐 영화를 통해 분단의 아픔에 공감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그러면서 "반공포로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과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마주한 가족의 삶이 어떠한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정수은 감독은 "제작 기간 역사 공부는 물론 포로 출신 할아버지들을 직접 만나는 등 끊임없이 발품을 팔았다"며 "할아버지들을 만나는 일이 실제 외할아버지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이 영화는 가족사를 다뤘지만 남북문제와 통일, 이산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라며 "기회가 되면 이산가족상봉 신청을 통해 북쪽 친척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태그:#그날, #영화 그날, #DMZ국제다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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