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김정현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김정현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 이희훈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김정현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펼치고 있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김정현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김정현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하던 중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막심 선수가 한바퀴를 앞질러 옆에서 주행하고 있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김정현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하던 중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막심 선수가 한바퀴를 앞질러 옆에서 주행하고 있다. ⓒ 이희훈


가장 먼저 출발했지만 가장 마지막에 들어왔다.

북에서 온 18세 김정현 선수였다. 11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15km 좌식 경기에 출전한 그는 앞서 들어온 메달리스트들의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야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1시간12분49초9. 그는 전체 29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출발한 1번 선수였다. 그는 한때 금메달을 딴 막심 야로프이(우크리아니) 선수와 코스가 겹치는 등 한 바퀴 이상 거리가 벌어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실수였다. 북측 코치는 그에게 "정현이 너. 한 바퀴 더 돌았어"라면서 잘했노라고 위로했다. 3km 코스를 5번 돌아야 하는데 실수로 6번을 돌았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12월에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입문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특별출전권을 얻어 동계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한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결과였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마유철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마치자 남측 이정민 선수가 찾아와 대화를 하던 중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북측 김정현 선수를 향해 엄지를 지켜세우고 있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마유철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마치자 남측 이정민 선수가 찾아와 대화를 하던 중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북측 김정현 선수를 향해 엄지를 지켜세우고 있다. ⓒ 이희훈


그보다 먼저 들어온 북측 마유철(27) 선수는 김 선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마 선수도 이날 전체 29명 선수 중 2번 선수로 출발했지만 1시간4분57초3의 기록을 세우면서 뒤에서 2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한 2명의 외국 선수를 포함하면 두 선수의 순위는 각각 26위와 27위. 그러나 관중들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두 선수는 뒤로 돌아 관중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었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발목을 잃은 마 선수는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한 채 일어서서 환호에 응답하기도 했다.

다만, 두 선수는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기자들의 요청에도 답변을 사양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장 등장한 '단일기' 응원에 악수 청한 북측 코치

응원단 향해 손 흔들어 인사한 북측 크로스컨트리 선수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김정현, 마유철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마치고 남북공동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응원단 향해 손 흔들어 인사한 북측 크로스컨트리 선수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김정현, 마유철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마치고 남북공동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이희훈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외롭지 않은 경기였다. 올림픽 패밀리 지정석엔 두 선수와 함께 파견된 북측 대표단이 자리했다. 김문철 대표단장을 비롯한 10여 명은 인공기를 흔들면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참관 선수로 파견된 9살 김동영군 등은 손나팔을 만들어 선수들을 향해 "힘내라"고 거듭 외쳤다.

무엇보다 단일기(한반도기)가 떴다. 한반도가 그려진 흰색 패딩 점퍼를 입은 남북공동응원단 100여 명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적힌 작은 현수막을 들고 경기 전부터 응원전에 나섰다. 이들은 단일기를 흔들면서 "우리는 하나다", "코리아 파이팅" 등 구호를 외쳤다. <반갑습니다>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마 선수와 김 선수가 레이스를 시작할 때부터, 관중석 인근에 모습을 비출 때마다 이들의 응원은 더욱 커졌다. 대형 화면을 통해 두 선수가 넘어지는 모습이 보일 때면 탄식과 함께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북측 선수단은 이들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한 북측 코치는 경기 시작 전 관중석으로 다가와 "어디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남과 북이 함께 응원하는 모습은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일부 외신들은 직접 관중석으로 이동해 남북공동응원단을 취재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우리는 하나다"는 구호의 뜻을 묻는 외신 기자들도 있었다.

이선경 남북공동응원단 운영위원장은 "패럴림픽 개막식 때 단일기 4800개를 관중들에게 나눠줬는데 오늘 경기에서도 4000개 정도를 경기장 입구서부터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원 배경을 묻는 질문에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드는 데 남측과 북측 응원단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라면서 "북측 응원단이 (패럴림픽에) 오진 않았지만 선수단도 있고 대표단도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패럴림픽 목적도 평화 아니겠나.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각계각층 남녀노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라면서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남은 (북측 선수들) 경기와 폐막식까지 응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문순 "북측 대표단 돌아가기 전에 식사하려 해"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마유철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마치자 남측 이정민 선수가 찾아와 대화를 하고 있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마유철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마치자 남측 이정민 선수가 찾아와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경기장을 찾은 최문순 강원지사도 남북공동응원단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외신 기자에게 단일기의 뜻을 설명해주는 등 공동응원의 의미를 전달했다.

최 지사는 "올림픽 전만 하더라도 그 기간 내에만 휴전해줬으면 했는데 그것을 뛰어넘는 정치적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어 너무 좋다"라며 "북측 선수들을 응원하러 전국 각지에서 오셨는데 이런 좋은 분위기가 북측에 잘 전달됐으면 한다. 방금 북측 대표단과도 인사를 나눴는데 (귀환하는 15일 전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공동개최를 오는 4월 평양 마라톤 때 공식 제안하려 한다"면서 "평양 마라톤은 이미 가기로 (남과 북에서) 합의가 돼 있는 일이다. 그 전까지 통일부 등 내부 절차를 마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평창동계패럴림픽 마유철 김정현 남북공동응원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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