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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가 페이스북 코리아에 의해 통보 없이 삭제되었고 1141명의 연서명을 받아 복구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알려지며 사건을 다룬 기사들에는 성판매 이슈에 대한 반감과 몰이해에 기반한 성판매자/성노동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기획을 통해 각 필자는 당시 달린 악플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하나씩 답변합니다. -기자말

6편 룸살롱에서 종업원 성추행, 이게 '문화'라던 남성 PD

성노동자는 말할 수 있고, 당신은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성노동자는 말할 수 있고, 당신은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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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에는 걸레, 육변기(육체로 된 변기), 생체 오나홀(남성 자위도구) 등, 성판매 여성을 향한 멸칭(상대방을 비하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이 단어들의 뜻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성을 파는 사람은 더러운 사람이다."

성을 판다는 것은 무엇일까. 더러운 사람이라는 뜻은 또 어떤 것일까. 이 글에서는 이 문장이 왜 문제인지 설명할 것이다.

'성을 판다'는 것은 무엇인가

먼저, 아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 보자.

#1.
지금까지 내가 상대한 손님은 900명이 넘는다. 그들 모두와는 아니지만 대부분과 섹스를 했다. 손님들은 발기부전이나 조루, 성과 관련된 근심들, 성 경험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것, 소통 장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으로 고생하다 나를 찾는다. 손님들은 인종도 다양하고 사회 경제적 배경도 각양각색이다.

나를 찾은 손님들 중 가장 젊은 사람은 18세였고 가장 나이 든 분은 89세였다. CEO도 있는가 하면 트럭 운전사, 변호사, 목수도 있었다. 섹시하고 멋진 남자들도 있는가 하면 그냥 평범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도 있었다. 숫총각인 70대 노인, 조루 증상이 있는 대학생도 손님으로 맞아 봤고 섹스에 대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온갖 나이대의 남성들과도 일해 봤다. 사실상 내가 만나는 손님들 모두가 침실에서나 침실 밖에서 좀 더 친밀하고 애정 어린 관계를 갈망한다.
#2.
나는 하루에 7타임을 일한다. 이 일은 다른 일보다 시급이 높다. 주 이틀만 출근하면 다른 사람 주 4일 급여와 맞먹는 돈을 번다. 이 돈을 벌려면 손님을 기분 나쁘게 하면 안 된다. 손님이 막 대하더라도 늘 상냥해야 하고 웃어야 한다. 사실상 손님보다 아래에 있다.

손님은 테이블을 발로 차고 나가 버리거나 욕을 하기도 한다. 합의하지 않은 것을 요구할 때도 있다. 시간을 넘기거나 뜬금없는 걸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하기 싫어서 위에다 얘기하면 "별 수 있어? 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럼 나는 할 수밖에 없다. 반면 고생 많다며 잘 해주는 손님도 있다. 간식을 주고 가기도 한다.

보통 내 주변인들은 나를 불쌍한 사람으로 본다. 할 수 있으면 다른 일을 하지 왜 그러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오래 해 왔고, 이 일을 할 때 금방 돈을 벌 수 있다.

1번은 유명한 섹스 테라피스트 셰릴 코헨 그린의 이야기다. 셰릴이 쓴 책 <한 번 해도 될까요?>(2013)에서 가져와 '의뢰인'을 '손님'으로 바꾼 것이다.

여성인 셰릴은 40년 간 '대리 파트너'로서 일해왔다. 성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을 잘 알게 하고 섹스 시 긴장을 풀고 파트너와의 소통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을 했다. 의뢰인과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 실제 섹스를 통해 의뢰인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그의 이야기는 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2012)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영화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됐다.

2번은 내 얘기다. '학생'과 '학부모'를 '손님'으로 바꿨다. 학원 파트타임 강사로 8년 간 일했다. 학원가에서는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여성이고, 여성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성별이고, 학원가에서는 여성 선생님의 돌봄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학원일은 시급이 높다. 15,000원~25,000원 선이다. 그래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이 일을 했다.

학생과 동등한 관계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떤 학생은 수업을 빨리 끝내 달라고 보채는데 또 어떤 학생은 "우리 엄마가 힘들게 돈 벌어서 학원비 내줬는데 수업 빨리 끝내면 돈 아깝다"고 항의하기도 한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저마다 다른 학생들의 요구를 '상냥하게' 맞춰 줘야 한다.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인 학부모 요구에 맞추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우리 애 일기장을 매일 검사해 달라거나, 애가 내일 시험인데 모르는 게 많은 것 같다고 꼭두새벽에 전화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학원에 얘기해도 별 소용이 없다. 학생 머릿수가 급급한 학원은 나에게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노동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단점들이 많지만 금방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투자한 시간 대비 많은 돈을 벌 수 있기에 이 일을 자주 했다.

셰릴과 나와 성판매자는 여성이다. 우리 모두 고객에게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일을 해 돈을 번다. 또 일자리를 구하거나 일을 할 때, 여성이라는 우리의 성별은 중요한 자원이 된다. 셰릴과 나, 성판매자의 차이점은 하나다. 셰릴과 나의 일은 노동이라고 불리지만 성판매자의 일은 그렇지 못하다.

'성을 판다'는 행위에 대해 많은 사람이 '성기끼리의 결합'만을 떠올린다. 즉, 성판매 여성을 여성기로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성기끼리 결합하지 않아도, 셰릴과 나처럼 여성이라는 성별 자체가 자원이 되는 일은 많다. 승무원, 간호사 등 여초 직업군 회사들은 여성을 많이 채용해 그들이 손님에게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한다. 군대 위문 공연 가는 걸그룹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존재만으로 남성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성을 판다'는 것은 결국 성별 자체를 자본이 오가는 거래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셰릴, 나, 여성 승무원, 여성 간호사, 걸그룹, 성판매자의 일은 여성이라는 성별이 근무 시 중요한 자원이 됐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제일 중요한 물음은 여성이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과정 중에 '특정 성별이 다른 성별을 착취하고, 혐오하고, 억압하고, 차별하며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는가?'다. 셰릴의 대답은 알 수 없지만 여성 강사로 일한 나와 여성 승무원, 여성 간호사, 걸그룹은 이 물음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 굳이 직업군으로 묶어 명명하지 않아도, 학교나 직장 내 어디서든 여성이라는 성별이 착취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성판매자만 이 논의에서 제외된다. 똑같이 일하고,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노동을 강요당하고, 성별이 자원이 되고, 착취당하고, 차별받는데 말이다. 또, 성판매자만 '창녀', '걸레', '육변기', '오나홀'이라는 멸칭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에서는 성판매 여성이 근무 시 남성 구매자에게 착취당하는 일을 끊임없이 고발해 왔다. 콘돔이 필수라고 했는데도 착용하지 않는 남성, 동의 없이 옷을 벗기고 몸을 만지는 남성 등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노동 조건의 부당함을 알려 왔다. 성판매자는 이런 부당함을 견딜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아래의 글은 2017년 8월 3일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20살에 보도에 처음 출근해 실장에게 가장 먼저 배운 건 싫어도 싫은 척 하지 말고 좋게 좋게 잘 처신하라는 거였습니다. 기분 나쁘게 했다가 방 튕기면 돈도 못 받고 몸은 몸대로 축나니까 애초에 그런 일을 만들지 말고 잘 처신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방에서 손님이 억지로 가슴을 만지면 "싫어요", "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오빠 부끄러운데..." 이런 식으로, 오빠가 싫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오빠가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밀어 내는 것처럼, 너무 힘을 줘서 밀쳐 내면 안 되고 거절하는 느낌을 주지 않되 알아서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성판매자는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노동 조건의 부당함을 말하기도 전에, 견디는 것부터 배운다. 다른 직업에 대입해 보자. 여성 배우에게 대본에 없는 키스신을 급작스럽게 시키는 남성 감독, 승무원이 "아가씨, 내 스타일인데 번호 좀 줘 봐"라는 말을 들어도 예의있게 거절하도록 가르치는 항공사 등 많은 여성 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착취당한다.

성판매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성판매 여성을 여성기로만 환원하는 이들은 여성의 성기에 다른 남성의 성기가 들어갔다는 것을 더럽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채, 성판매자를 멸칭으로 비하하고 그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아 넣고 있다.

이들의 '말하기'를 어렵게 만드는 건 누구일까.
 이들의 '말하기'를 어렵게 만드는 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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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다

서지현 검사는 2018년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8년 전 선배 검사에게 당한 성폭력을 고발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2월 26일 열린 미투 긴급 토론회에서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 대해 "'여성은 검사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어 충격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위계적 젠더 권력관계로 인해, 오랜 시간 자신이 당한 피해를 말할 수 없었다. 또 모두에게 발화 권력이 동등하게 주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있고, 말할 수 있는 자원이 없는 사람도 있다.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적절한 자원을 가지고, 적당한 상황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서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알린다는 것은 결코 쉽거나 당연한 일이 아니다.

"정말 말해야 하는 사람들은 너무 억압적인 환경에 놓여있어서 또는 용기 내어 말하려 해도 자신의 경험을 언어화할 시간도 능력도 없어서 말을 하지 못하고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허용되는 이들은 어떤 이들인가. 말하기는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도대체 어떤 조건들이 마련되어야 할까. 이 상황 어떻게 타개할 수 있나."

2017년 10월 29일,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말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다. 그러나 권력을 쥔 계층이 그렇지 않은 계층을 낙인찍음으로써, 낙인찍힌 이가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 없고 숨어 살기만 해야 한다면, 그는 사회적으로 차별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차별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므로 "세상에 얼마나 좋은 일이 많은데 누가 그 일을 하래?" 따위처럼 개인의 의지로 몰아갈 수 없다. 권력의 위계가 분명한 계층 간 대립, 그로 인해 어떤 계층이 피해를 입고 있다면 이는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려야 할 수 없다. 사회구조적 문제이므로 사회에서 해결해야 한다.

성판매자 인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당신이 듣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이 요원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다. 물리적으로 청각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성판매자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신은 그들의 부당한 노동 환경, 그들이 여성이라서 겪는 차별, 성판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듣는 혐오적 멸칭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썼다. 당신은 들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책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https://www.tumblbug.com/keepspeaking)>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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