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머니의 밥투정 시간이 길다. 식사를 안 하셨는데 자꾸만 어떤 사람을 만나서 고기를 먹었다고 하신다. 아마도 머릿속 지우개가 옛날의 기억을 재생시킨 모양이다. 치매 어르신들은 두 부류다. 우리 어머니처럼 식사를 하지 않으시고 했다고 하시는 분과 식사하시고 안 했다며 화를 내고 서운해 하시는 치매 어르신들이다.

"어머니, 식사하셔야죠?"
"난 아까 고기 먹었잖아. 배불러."
"식사 안 하셨어요!"
"아냐, 나 그 아줌마랑 먹었어. 하나도 배 안 고파."

그래서 할 수 없이 우유만 드렸다. 시원하시다며 우유는 드셨다. 그러시더니 화장실 가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는데 어지러우신지 휘청하신다. 실은 어머니는 어제 저녁부터 식사를 안 하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유는 드셨다. 식사를 드리면 짜고 맵다며 드시지 않겠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요즘 통 외출을 못하셔서 그런지 어머니 마음이 좁아지셨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식사하시는  어머니
 식사하시는 어머니
ⓒ 나관호

관련사진보기


대책회의

어머니를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 먼저는 바람을 쐬어드려야 하고, 둘째는 어머니가 스스로 배고프시다는 생각을 하셔야 한다는 점과 실제로 신체적으로 배가 고프면 드시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 볶음밥을 만들어 드리자는 의견도 접수됐다. 결론은 세 가지 모두를 시행해 보기로 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외출을 했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젊은 사람들과의 접촉점을 찾아드리고 싶어서였다. 어머니의 머릿속 작은 지우개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은 어머니를 더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어머니에게 우유와 빵이 제공되었다. 카페 여직원이 어머니를 살갑게 대해 주었다. "할머니, 할머니!" 하며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대해 주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같이 먹어!"

어머니가 카페 여직원에게 빵을 권하고 계셨다. 여직원이 말했다.

"아니에요, 할머니. 저는 먹었어요."
"그래도 같이 먹어. 난 배부른데."
"많이 드세요. 따뜻한 물도 드릴까요?"

열이 많으신 어머니는 뜨거운 물을 잘 안 드신다. 여직원의 성의를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어머니 대신 내가 대답했다.

"그러세요.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마땅히 할 일을 하는 것

어머니는 조그만 빵 한 조각만 드셨다. 그 여직원이 가져다 놓은 빵을 보니 어머니를 위해 조그맣게 썰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배려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빵이 거의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본 그 여직원은 어머니께 다시 빵을 권했다. 천사가 나타난 것이다.

"할머니, 이 빵 드셔 보세요."
"배부른데."
"제가 먹여드릴 테니 한번만 드셔 보세요."

어머니가 맛있게 빵을 드신다. 사실 배가 고프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 여직원의 섬김에 맛있게 빵과 우유를 드셨다. 그 여직원은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미팅을 마치고 너무 고마워 그 여직원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그러자 그 여직원이 말했다.

"사실은 저희 할머니도 치매세요."
"그래요? 반가워요."
"할머니가 참 고우세요.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서요."
"참, 예쁜 마음을 가지셨네요."
"아니에요. 저는 할 일을 했어요."

그 말은 최근에 내가 감동받고 있는 말이었는데 오늘 여기서 또 그 말을 들었다. "마땅히 할 일을 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고생을 몸으로 체험해 보고, 마음에 섬김과 사랑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카페를 나서는 나를 따라 나온 여직원에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유, 고마워요. 나 배부르게 먹었네."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에게 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천사 같은 어머니, 곰돌이와 함께
 천사 같은 어머니, 곰돌이와 함께
ⓒ 나관호

관련사진보기


날개 없는 천사가 준 도움에 반응하다

감사인사를 한 후 차를 탔는데 아무래도 그 여직원에게 감사를 표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 안에 뭐가 있나 주섬주섬 찾아보았다. 마침 트렁크에 기념품용 열쇠고리펜 다섯 개가 있었다. 그것을 그 직원에게 주었다. 서로의 고마움을 말로, 눈으로 전하고 그곳을 나왔다. 차를 타고 가면서 혼자 말했다.

"오늘 나를 돕는 또 한 명의 천사를 만났구나."

그리고 꾸벅꾸벅 조시는 어머니를 보니 어머니도 순진한 천사 같아 보였다. 집에 마련된 불고기 볶음밥을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를 몰았다. 집에 도착해 보니 맞춤형 볶음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머니에게 밥을 권해 보았다.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나 배 안 고파."
"그러세요. 아까 빵 먹여준 예쁜 사람 생각나세요?"
"누구?"
"빵 먹여준 예쁜 사람요."
"어, 생각나. 빵 말이지."
"네."
"아유, 예쁘더라. 그 학생 예쁘더라."
"그 학생이 아마 어머니가 밥 드시면 좋아할 거예요."
"그래. 그럼 먹어야지. 예쁘더라."

어머니의 "예쁘더라"는 마음이 예쁘다는 말씀일 것이다. 어머니의 밥투정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날개 없는 천사가 준 도움이었다. 그 후 밥을 안 드신다고 할 때 그 작은 천사 이야기를 반복하면 드신다. 아마도 어머니 마음 속에 섬김의 감동이 깊이 박힌 모양이다. 어머니 머릿속 지우개가 마음의 감동은 지우지 못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좋은생각언어 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죠지뮬러영성연구소 대표소장으로 작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생각과 말'의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와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섬김이로 활동하고 있으며,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며, '미래목회포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