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이 약체 홍콩을 제압하며 1승을 추가했다. 2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1라운드 A조 3차전에서 한국은 홍콩을 93-72, 21점차로 제압했다.

이정현(전주 KCC)이 20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고 김종규(창원 LG, 15점 7리바운드), 라틀리프(서울 삼성,13점 9리바운드) 등이 고른 활약을 보였다. 한국은 이로서 2승 1패를 기록하며 2라운드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한국은 26일 뉴질랜드를 상대로 홈 2연전 두번째 경기를 치른다.

다음 경기 위해 체력 안배하고 경기감각 끌어올린 한국대표팀

공은 누구에게?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홍콩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대표팀 두경민이 볼 다툼을 하고 있다.

▲ 공은 누구에게?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홍콩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대표팀 두경민이 볼 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객관적인 전력에서 A조 최약체로 꼽혔던 홍콩전 승리는 당연히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조금 아쉬움도 남았다. 홍콩은 A조 경쟁국인 중국에 52점차(44-96), 뉴질랜드에는 무려 59점차(74-133)로 완패했던 팀이다. 안방으로 홍콩을 불러들이고도 생각만큼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며 '고작' 21점차 승리는 한국 입장에서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선수들의 슛감각은 썩 좋지 않았고, 수비에서도 아쉬운 플레이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프로리그(KBL)가 어느덧 후반기에 접어들며 잔부상과 체력적 부담에 시달리는 선수들 다수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지난 11월 중국전 이후 3개월 만에 대표팀이 다시 소집되며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았다는 것도 초반 불안한 경기내용에 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홍콩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데 만족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홍콩전에서 가급적 불필요한 전력노출과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한 경기운영을 선보였다. 한국은 지난 뉴질랜드-중국전과는 달리 공격에서는 선수들 개인의 역량으로 풀어가는 플레이가 많아졌고 약속된 패턴의 비중이 줄었다. 선수기용에 있어서도 허재 감독은 12명의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며 체력을 안배했다. 한국 귀화 이후 첫 공식 데뷔전으로 기대를 모았던 라틀리프도 후반에는 거의 경기에 나서자 않았다. 홍콩전에 큰 비중을 두고 힘을 쏟기보다는 다가오는 뉴질랜드전에 초점을 맞춘 '워밍업'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홍콩전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역시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팀워크를 더 끌어올릴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조직력을 끌어올려야하는 홈 앤 어웨이 제도의 특성상, 이번 홈 2연전에서 홍콩보다 중국이나 뉴질랜드를 먼저 만나는 일정이었다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비록 약체팀이지만 선수들이 실전을 통해 체력과 경기감각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뉴질랜드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 번 패배 만회하려는 뉴질랜드, 한국이 다시 제압할까

이쯤이야!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홍콩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최근 귀화하며 대표팀에 합류한 라틀리프(가운데)가 상대수비 사이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이쯤이야!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홍콩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최근 귀화하며 대표팀에 합류한 라틀리프(가운데)가 상대수비 사이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새로운 선수들이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는 모습은 희망적이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라틀리프(라건아)는 이날 15분 정도만 소화하고도 더블-더블에 가까운 기록을 남기며 골밑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라틀리프가 가세했음에도 허재 감독이 지금껏 추구해온 유기적인 공간 활용과 3점슛 위주의 모션 오펜스는 크게 달라지지 않있다. 라틀리프의 합류로 그동안 팀내에서 체력적 부담이 많았던 오세근과 김종규 역시 수비가 분산되며 골밑에서 한결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해진 모습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라틀리프 개인의 기록적인 활약보다 동료들과의 조화에 더 신경을 쓰는 노력이었다. 라틀리프는 리바운드 이후 직접 볼을 몰고 속공까지 전개하면서 아군에게 오픈찬스를 열어주기도 했다. 빅맨임에도 스피드와 활동량, 이타적인 연계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라틀리프라는 선수가 가진 전술적 장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앞으로도 '대표팀이 라틀리프 위주로 의존하는 플레이를 하는 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라틀리프가 대표팀이 추구하는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느냐'가 허재호의 경쟁력을 가늠할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소속팀에서의 '태업설과 불화설' 논란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두경민도 건재한 모습이었다.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원주에서 4경기 연속 출전명단에서 제외되며 경기감각에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두경민은 경기 초반 한국이 19-18로 홍콩과 시소게임을 펼치던 앞선 1쿼터 종료 2분 13초를 남기고 첫 투입되어 투입되어 3점슛과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으로 단숨에 5점을 쏟아부으며 점수차를 벌리는 데 기여했다. 올시즌 한때 MVP 후보로 거론될만큼 위협적인 모습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대표팀에서도 확인했다. 이날 두경민은 13점, 4어시스트, 2스틸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허재 감독은 두경민을 이번 대표팀에서 이정현-전준범과 함께 슈터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팀 수비적인 부분은 다소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후 허재 감독도 구체적인 장면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약속된 로테이션 수비에서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좀 있었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한국은 이날 홍콩에게 3점슛을 11개나 허용했고 성공률도 44%나 됐다. 외곽만 놓고 보면 오히려 한국(29.4%, 10/34)보다 좋았다.

더 큰 문제는 실점 자체보다 상대 선수들이 편하게 슛을 던질수 있는 공간을 너무 쉽게 허용했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신장과 개인능력이 떨어지고 외곽슛 위주의 플레이를 펼칠 것이 뻔히 예상된 홍콩을 상대로 2대2 픽앤롤 수비에서 기본적인 도움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불안한 대목이다.

한편 한국의 다음 상대인 뉴질랜드는 같은날 원정에서 중국을 82-73으로 제압하며 기세를 올렸다. 한국이 1차전에서 뉴질랜드를 꺾었고 2차전에서 중국에 패한 데 이어, 이번엔 중국이 다시 뉴질랜드에게 덜미를 잡히며 A조는 3전 전패를 기록한 홍콩을 제외하고 세 팀이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 지난해 FIBA 아시아컵까지 포함하여 A매치 3연패를 당하고 있는 뉴질랜드가 이번에야말로 독기를 품고 달려들 것이 유력한만큼 한국대표팀 역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슛하는 허훈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홍콩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대표팀 허훈이 슛을 하고 있다.

▲ 슛하는 허훈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전 대한민국과 홍콩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대표팀 허훈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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