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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3차 피선거권 목요행동
 2월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3차 피선거권 목요행동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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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5세. 대한민국이 정치인으로 출마할 수 있는 최소의 연령으로 제한한 나이이다. 만 19세. 대한민국이 정치인을 뽑을 수 있는 선거권을 부여하기 시작하는 나이이다. 19세-24세. 투표는 할 수 있지만 당선인이 될 권리는 없는 이상한 시기이다.

청소년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사무원으로 등록자체를 할 수 없고 등록되지 않은 이가 피켓을 들거나 후보와 함께 명함을 나눠주는 행위는 모두 선거법 위반이다. 결정적으로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다. 청소년은 정치는 몰라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근거는 또 선거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2,30대 젊은이들은 정치를 하기에 부족하다고 한다. 뭘 모르고 경험이 없기 때문에. 30대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 직접 들은 말이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2,30대의 투표율을 지적하며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못 하게 해놓고 '뭘 모르는, 미숙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정말 헷갈린다. 대한민국이 청소년, 청년들에게 바라는 모습이 도대체 무엇일까?

지금은 살짝 주춤하지만 여전히 청년은 정치권에서 좋아하는 소재이다. 그리고 여전히 소재에 멈춰있다. 청년배당, 청년수당 등의 정책이 핫이슈로 떠올랐고 지자체에서는 너도나도 거의 똑같은 내용의 청년기본조례안을 제정했다. 청년들과의 소통하고 싶다며, 청년들의 고충을 듣고 싶다며 지역 청년들을 초대한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거기까지다. 충분한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고 다른 이슈로 넘어간다. 정치권에서 자주 청년의 이름을 불렀지만 청년들의 삶은 제자리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년실업률과 취업난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보태지만, 조금 더 성의를 보이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지만 거기서 그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감시해야하는 공기업의 취업비리에 침묵한다. 들고일어나 싸우려는 자가 없다. 그런 정치인이 있어도 힘을 모아주지 않는다. '내 문제다'라고 절감하는 어떤 정치인이 총대를 메고 앞장서야 제대로 밝혀지고 제대로 고칠 수 있다. 지금 국회에 20대 국회의원이 없다. 30대 국회의원은 두 명이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 턱 없이 적다. 반면 50대 이상 국회의원은 무려 87%이다. 특별히 어떤 목적을 품지 않더라고 당장 자신의 문제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국회의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특정 연령대의 편중도가 지나치게 높다. 청년들이 정치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30대 대통령이 나왔다, 오스트리아와 뉴질랜드 등에서 30대 총리가 나왔다.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정치인은 아닐 것이다. 청소년기부터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심있는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면서 정치를 공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어떤가.

청소년기에는 정치에 아예 관심도 가질 수 없게끔 여러 가지 법적제도들까지 나서서 규제하고 창업도 하고, 군대도 가고,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는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은 정치판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제도들이 정치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들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법으로 규제한 연령은 마치 그 이하의 시민들은 정치에 관심도 가지면 안 된다는 인상을 준다. 법의 취지는 그러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인다. 청소년이 정치에 대하여 물으면 '선거권도 없는 애들은 몰라도 된다'고 한다.

선거철이면 방긋 웃으며 두 손으로 명함을 나눠주는 이들도 교복 입은 학생들에겐 인사도 하지 않는다. 유난히 정치에 관심 있는 20대 초반에게 '뭐 출마라도 하게? 어차피 못 나가'라는 말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규제는 시민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피선거권이 성인 누구나에게 열려있다면, 선거권이 16세부터 주어진다면 누구도 이들에게 '너희가 정치는 알아서 무엇 할 것이냐' 면박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정치가 자기 길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일찍부터 정치를 고민하고 공부하면, 마주하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정치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는 20대들이 많아지고 국회의원의 연령대가 조금은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변화를 시작하면 우리도 30대 총리를, 30대 국회의장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그래왔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특히나 청년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핵발전소를 어떻게 할 것 인지, 미세먼지로 숨이 턱턱 막히는 이 대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보육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저출산으로 노동력이 훅 감소하는 미래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등 한참 후를 위하여 지금부터 준비할 의제들이 넘친다. 그때를 살아갈 이들이 그런 정책을 기획할 때 당연히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참다 못 한 청년 59명과 청소년 13명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시민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는 높은 피선거권, 선거권 연령제한은 위헌이라는 취지였다. 필자도 청구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선거권 연령 인하에 대한 헌법소원은 6회, 피선거권 연령인하에 대한 헌법소원은 3회 합헌결정을 내렸다.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애들은 몰라도 된다'식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그간 헌법재판소는 국회나 사회 여론이 머뭇거리는 중요한 의제들에 대하여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금 그와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 헌법소원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은 헌법재판소가 사건을 심리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배웠다. 향후 4년간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결정하는 선거가 성큼 다가와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시간이 없다. 또다시 대한민국의 4년을 그들만의 리그에 올리고 싶지 않다. 청구인의 한 사람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결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장예정(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입니다.



태그:#청년, #피선거권, #선거권, #2018지방선거,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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