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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오줌을 분리해서 모으는 생태화장실
 똥오줌을 분리해서 모으는 생태화장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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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씩 농장에 있는 생태(生態) 화장실의 똥통과 오줌통을 비운다. 물과 함께 버리는 수세식화장실과 반대되는 생태화장실은 똥오줌을 모아 농사(흙)로 순환(퇴비) 시키는 목적과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수세식화장실에서 버려진 똥오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이들에게 물어본 적 있었다. 내 눈만 쳐다보고 대답이 없어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마시고 씻는 수돗물은 어디서 올까?"

긴가민가 알듯 말듯해서 힌트를 줬다.

"한강."
"맞았어, 화장실에서 버리는 똥오줌은 한강으로 흘러갔다가 수돗물로 다시 오는 거야."
"우웩......"

수세식화장실에서 버려지는 똥오줌은 수도관을 타고 다시 돌아오는 순환이지만 악(惡)순환이다. 물론, 정화조를 거쳐서 강물로 흘러갔다가 수돗물정수센터에서 약품소독과 정수과정을 거쳐서 공급된다.

그럼에도 음용수로 깨끗하다는 수돗물이 아닌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를 먹는것은 이해가 안된다. 나의 집에서도 오랫동안 끓여먹던 수돗물을 최근에 이런저런 핑계(?)로 생수를 사다 먹고 있으니 생각의 모순에 헛웃음이 나온다.

똥에 대한 역사를 보면 중세시대에 서양사람들은 쓰레기취급을 할 만큼 똥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챙 넓은 모자와 높은 구두굽의 하이힐은 집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길거리에 내던지는 똥을 피하기 위한 대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배낭여행으로 가본 적이 있는 프랑스의 드넓은 베르샤유 궁전도 화장실이 없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흙으로 순환시키는 인분퇴비
 흙으로 순환시키는 인분퇴비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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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동양에서 똥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귀중한 자원이었다. 그와 관련해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밥은 밖에서 먹어도 똥은 집에서 싸라'는 말에는 농경사회에서 똥이 얼마나 귀한 물건으로 대접 받았는지 알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도시에서 똥을 수거하는 직업이 있었고, 중간상인을 거쳐 농촌으로 보내서 돈을 받고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현재 동서양 모두에서 똥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또한, 거대한 공장식축산업의 발달로 축산분뇨를 바다에 투기했다가 해양오염을 막기위한 런던협약으로 한국은 2012년부터 금지하고 있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반려동물의 똥을 길에 방치했다가는 벌금을 물어야 하는 등 갈 곳 없는 똥들이 참 많아졌다.

이렇듯, 똥에 관한 숱한 기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동화책부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책으로 출판되기도 한다. 농부이자 저널리스트, 문화사학자였던 진 록스던은 <거룩한 똥>을 출간한 이유를 서문에서 밝힌다.

반골농부 진 록스던이 들려주는 <거룩한 똥>
 반골농부 진 록스던이 들려주는 <거룩한 똥>
ⓒ 목수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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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포함한 동물의 소화 체계에 너무 무관심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는 인간의 성 행위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다른 생물학적 과정에는 무관심해진 것 같다는 말이다." - 서문중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업사회에서 똥오줌은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었고, 화장실과 퇴비를 만드는 방법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진 록스던의 어린시절 농촌생활에 대한 회상은, 산업화 이전의 한국농촌의 문화와 농부의 삶이 비슷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석유가 끝나는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것처럼, 땅속의 광물자원은 고갈되고 흙을 황폐화 시키는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농업도 마지막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거의 인류문명이 흥하고 망했던 일정한 유형에는 농업에서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외없이 모든 문명의 붕괴는 근본적으로 농업에서 실수가 나타났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든 쇠락은 '자연의 한계 법칙을 무시하고 계속된 농업의 발전' 때문에 시작되었다. 그것이 결국 농업의 실수가 된 것이다." - 본문중에서


지금까지 인류의 삶과 농업이 지속가능했던 것은 자연생태계와 서로 밀접한 유기순환의 관계를 유지하며 환경을 보존했기 때문이다. 그 관계를 단절시킨 인간의 욕망 때문에 숱한 환경파괴의 징후들은 미세먼지를 선두로 인간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똥은 예의바른 인간들에게 불쾌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편견을 버리면 거룩하게 느껴질 수 있다. <거룩한 똥>은 인분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경험으로 알려주고, 가축과 반려동물 똥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다. 생태화장실을 만들고 그것에 필요한 조언도 들려준다.


거룩한 똥 - 인류를 살리는 거름 이야기

진 록스던 지음, 류한원 옮김, 목수책방(2017)


태그:#거룩한 똥, #생태화장실, #농업, #생태계, #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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