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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는 칠보마을 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이 끝나자 눈이 펑펑 내렸다.
▲ 눈내리는 칠보마을 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이 끝나자 눈이 펑펑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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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이 지난 12일 칠보마을 5단지 정류장에서 열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수원에서 가장 먼저 촛불을 들었다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이다. 매월 16일 오후 8시에 열리는 칠보산 촛불은 이달 설 연휴로 인해 4일 앞당겨 열렸다. 도로 바로 옆에서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이렇게 정류장 바로 앞일지는 몰랐다.

엠프가 말썽을 부려 30여 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영사기와 마이크. 현수막과 촛불이 준비돼 있었다. 추위가 엠프를 포기하게 만들 즈음, 집회 장소 바로 뒤에 보이는 휴대전화 가게로 들어가, 청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청년 사장들은 자신들 가게 엠프를 '마음껏' 쓰라 했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촛불과 테이블과 엠프 촛불 집회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것들. 현수막, 촛불, 엠프, 테이블, 마이크, 영사기, 전원 케이블
▲ 촛불과 테이블과 엠프 촛불 집회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것들. 현수막, 촛불, 엠프, 테이블, 마이크, 영사기, 전원 케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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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행을 맡은 유양희님 매월 16일, 칠보마을 5단지 정류장 바로 앞에서 열리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
▲ 오늘 진행을 맡은 유양희님 매월 16일, 칠보마을 5단지 정류장 바로 앞에서 열리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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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를 맡은 유양희씨는 추위를 의식한 듯,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등장했다. 그리곤 1399일째 되는 날이라며 세월호력으로 말문을 열었다. 도로 옆이라 바람이 살짝 불었고, 휴대전화를 잡은 손은 금방 시려워졌지만, 모인 사람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추위를 물리쳤다.

사회자 말고도, 녹색당 패팅을 입은 한진희씨, 목도리를 칭칭 감은 이은주씨. 그리고 몸짓 공연으로 익숙한 이승화씨. 조금 늦게 동그란 안경의 이영미씨도 함께했다. 현미영씨가 칠보 촛불 역사를 이야기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그해 5월부터였죠. 광화문까지 가기 힘드니 수원에서 불을 밝혀보자고요. 너다섯이서 시작하면서 알음알음 사람들이 더 모였어요. 그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였는데... 어떻게 그리 했는지 모르겠네요."
 
2018년 2월, 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에 참가한 시민들 뒤로 칠보마을 5단지 가온마을 3단지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 2018년 2월, 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에 참가한 시민들 뒤로 칠보마을 5단지 가온마을 3단지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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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에 새겨진 글귀 '추모는 동사다, 기억은 행동이다' , '1년 동안 한 것이 없어 부끄럽습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라고 적혀 있다.
▲ 현수막에 새겨진 글귀 '추모는 동사다, 기억은 행동이다' , '1년 동안 한 것이 없어 부끄럽습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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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때 만든 것으로 보이는 현수막이 울타리에 걸쳐 있었다. 그 안에 '기억은 행동이고 추모는 동사'라고 적힌 글귀가 보였다. 이 곳 칠보 마을 촛불이 태동하게 된 태초의 말씀이었다. 칠보산 자락의 아파트에는 자연을 벗삼고 살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 칠보산 대안학교도 있고, 칠보산을 지키는 마을 활동가들도 유명했다.

또 유명한 것이 하나 있는데, 칠보산 몸짓패다. 수원에서 촛불을 든 엄마들로 구성된 몸짓패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사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날 노래도 역시나 <바위처럼>이었다. 손짓 발짓을 섞은 율동이 펼쳐졌다.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바위처럼 살자꾸나..."

아직은 틀렸는지 모름 칠보산 몸짓패의 이승화 선생님이 혼자 다른 데를 보고 있다.
▲ 아직은 틀렸는지 모름 칠보산 몸짓패의 이승화 선생님이 혼자 다른 데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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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 몸짓패의 공연 주부들이 대부분인 칠보산 몸짓패가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공연하고 있다.
▲ 칠보산 몸짓패의 공연 주부들이 대부분인 칠보산 몸짓패가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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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에서 춤추던 이승화씨가 혼자 방향을 달리했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본 승화씨는 그제야 동작이 달랐음을 알아채고 웃었다. 몸짓패와 함께 시민들도 크게 웃었다. 공연이 마무리 되자 환호 함성과 함께 우리만 봐서 아까우니 동영상으로 올리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어 세월호 진상규명 움직임에 관한 소식을 정리해, 천천동에서 컴퓨터 가게를 하시는 이선용 선생님께서 전해주셨다.

"세월호 선체 침몰을 규명하기 위해 네덜란드 '마린' 연구소에서 25분의 1로 축소한 모형배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진작에 하기로 돼 있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지연시키다 지난 1월 처음 시작한 것입니다. 동수 아버님과 준영이 아버님께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소식을 전해주시는 이선용 선생님 이선용 선생님께서 한 달 간의 세월호 뉴스들을 정리해서 브리핑해주고 있다.
▲ 세월호 소식을 전해주시는 이선용 선생님 이선용 선생님께서 한 달 간의 세월호 뉴스들을 정리해서 브리핑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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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 촛불과 함께해 온 현수막 참가했던 사람들이 직접 적어 많든 칠보산 촛불 현수막
▲ 칠보산 촛불과 함께해 온 현수막 참가했던 사람들이 직접 적어 많든 칠보산 촛불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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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현대 삼호 중공업에서 5월 31일까지 완료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세울만한 능력을 가진 업체가 없어서 배를 세우지 못한다고 하며 눕혀 놓고 난도질을 했었는데 그 말도 거짓이었다는 게 들통났네요."

그러던 잠시 경찰이 와서 민원 때문에 왔다며 집회 신고증을 확인하셨다. 소음으로 민원이 들어왔다고 했다. 칠보산 마을 활동가 박미정씨는 엠프 문제로 소음이 있었다고 침착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담 경찰관이 나와서 집회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막아줬는데 이날은 마침 오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호매실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 두 분은 수고하신다며 민원 사항 보고를 완료할 테니, 볼륨을 조금 줄여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무슨 일이 또 발생하면 꼭 연락 달라며 연락처를 남겨줬다.

노래하는 빛샘피아노학원장 율전동에서 피아노 학원을 하는 김현숙 선생님께서 안치환의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를 노래하고 있다.
▲ 노래하는 빛샘피아노학원장 율전동에서 피아노 학원을 하는 김현숙 선생님께서 안치환의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를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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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 을 기억하며 2018년 2월 12일, 세월호를 기억하는 촛불
▲ '세월호를 기억하는 칠보산 촛불' 을 기억하며 2018년 2월 12일, 세월호를 기억하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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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끊겨지나 싶었지만, 노래는 계속되고 있었다. 피아노 음악학원을 하고 있는 김현숙씨는 수원에서 매달 16일 열리는 영통구 매탄동 촛불과 이 곳 서수원 칠보산 촛불, 두 곳을 번갈아가며 참여하고 있다. 영화 1987 시대를 살아왔던 현숙씨는 주로 민중가요를 불러줬다. 이날은 안치환의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를 불렀다.

"무엇이 두려우리오. 그대 곁에 내가 서 있소. 우리 가는 길 외롭지 않소 푸른 산이 저기 보이오."

노래의 가사를 깊이 전달한 원장님께 박수 갈채가 쏟아질 때, 하늘에서 눈도 함께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인 사람들은 기념 촬영을 하고 눈과 함께 들 떠오른 마음으로 2월 촛불을 마무리 했다.

세상에는 자기가 뱉은 말을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이야말로 진짜 필요한 일을 해내고야 말 사람들이다. 그들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함께하고 있다.

거꾸로 올라가는 눈 생각을 바꾸어 보면 재밌어진다.
▲ 거꾸로 올라가는 눈 생각을 바꾸어 보면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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