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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10살, 동생이 5살이다. 할아버지 생일이라고 밤 새워 선물을 만들었다. 눈 오는 날에도 놀이터에 가자고 보챈다. 마음껏 뛰놀고 활기차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 그네 타기 큰 애가 10살, 동생이 5살이다. 할아버지 생일이라고 밤 새워 선물을 만들었다. 눈 오는 날에도 놀이터에 가자고 보챈다. 마음껏 뛰놀고 활기차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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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날 달 12일, 손녀 콩이와 콩콩이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았다. '생신 축하드려요. 올 한 해도 힘내세요. 사랑해요. 저희가 준비한 깜짝 선물입니다'라고 쓴 선물 상자.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이다. "할아버지 힘내세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상자에는 헝겊으로 만든 넥타이(?)와 사탕 세 개, 넥타이 끝에는 단추를 달았다. 목에 걸고 잠그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둘이서 밤 새워 만들었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용도는 감이 오지 않지만...

용도는 넥타이라고 만들었을 것 같은데... 아이들이 만든 것이라 감을 잡을 수 없다. 무슨 용도일까. 어찌됐든 밤 새워 고민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 넥타이 용도는 넥타이라고 만들었을 것 같은데... 아이들이 만든 것이라 감을 잡을 수 없다. 무슨 용도일까. 어찌됐든 밤 새워 고민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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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르고 붙이고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웃음이 절로 터진다. 제 아빠 때도 비밀이라고 하면서 방에서 나오지 않고 선물을 만들었다. 언니인 콩이는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한다. 친구들에게 쪽지도 보내고 그림 선물을 자주한다.

지난 12월에는 반 친구들에게 상장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음악상, 미술상, 바이올린 연주상, 모범상, 금상, 은상... 그러다보니 친구들 전원에게 상장을 주게 되었지만, 친구들과 싸우거나 나쁜 말을 쓰는 것보다 덕담의 편지 같기도 해서 내심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입혀주세요", "할아버지가 먹여주세요", "할아버지가 닦아 주세요"라는 말들은 가장 듣기가 좋다. 아직은 살아 있구나. 할아버지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 착각은 스스로를 최면에 걸기에 충분한 필요조건이 된다.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착각이다. 그래서 옷을 입혀주고 세수를 시키는 일들이 힘들지 않다. 어쩌다 한 번쯤 떼를 쓰는 것도, 할아버지는 오지 말라는 경고(?)도 손녀의 귀여운 애교거니 하고 즐겁기만 하다.

아이들은 외로움과 소외감을 달래주기도 한다. 걱정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저출산에 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고....

손녀들이 밤 새워 만든 생일 선물이다. 궁금해서 안을 들여다 보니 무척 시간이 걸렸을 성싶다. 색종이를  잘라 밑에다 깔고 헝겊을 잘라 만든 넥타이와 사탕 3개가 들어 있다.
 손녀들이 밤 새워 만든 생일 선물이다. 궁금해서 안을 들여다 보니 무척 시간이 걸렸을 성싶다. 색종이를 잘라 밑에다 깔고 헝겊을 잘라 만든 넥타이와 사탕 3개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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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들의 생일 축하편지다.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리고 사랑해요. 할아버지 그동안 제가 짜증 낸거 죄송해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할아버지 생일 축하해요. 할아버지 유치원 갈 때 화 내지 않고 준비 잘 할께요. 사랑해요'. 5세, 10세 자매의 편지.
▲ 생일축하 편지 손녀들의 생일 축하편지다.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리고 사랑해요. 할아버지 그동안 제가 짜증 낸거 죄송해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할아버지 생일 축하해요. 할아버지 유치원 갈 때 화 내지 않고 준비 잘 할께요. 사랑해요'. 5세, 10세 자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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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육아일기,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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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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