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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그는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 중 한명이다. 그가 이번 안태근 성추행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2017년 5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찰공제회관에서 열린 2017년도 상반기 치안정책연구소 학술세미나에서 황운하 당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수사-기소 분리 이후 경찰수사 혁신 방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그는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 중 한명이다. 그가 이번 안태근 성추행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2017년 5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찰공제회관에서 열린 2017년도 상반기 치안정책연구소 학술세미나에서 황운하 당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수사-기소 분리 이후 경찰수사 혁신 방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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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가 참 묘했다. 지난 1월 30일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만나기 바로 전날 밤 TV에 서지현 검사가 출연했다. 검찰 내 성추행을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앞선 1월 14일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권력기관 개편안 발표 이후 다소 지지부진하던 검찰 개혁 화두가 뜻밖의 변수를 만난 것이다.

솔직히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즉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검찰과 권력을 재편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워낙 조심스러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청장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조근조근 발언을 이어나갔다.

황 청장은 "검사들은 어린 나이에 시험 잘 본 거 말고 검증된 게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세상이 내 멋대로 다 된다'는 검사들의 오만이 이번 사건을 낳았다고 봤다.

그는 "검찰이 적폐청산 1호가 된 건 수사권 남용 때문"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찰의 경우, 수사권을 제한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수사는 하지 않고 기소만 하는 일본 검찰처럼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검사들, 공부 잘하는 머리는 있지만 성숙한 면 없어"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지난 29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내 성추행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지난 29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내 성추행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JTBC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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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례에서 보듯이, 검사들은 어린 나이에 시험 잘 본 거 말고 검증된 게 없다. 인격이나 인권 마인드?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다. 두루 책을 보고 인권 감수성을 키운 게 아니라, 시험에 합격하려고 책만 봤다. 공부 잘하는 머리가 있어 시험은 잘 봤지만, 나머지는 성숙된 게 없다.

그런 상황에서 엄청난 권한이 주어지니 세상이 내 멋대로 다 되는 듯했을 거다. 술집에 가면 왕 대접을 받는다. 술만 취하면 모든 여자를 유흥업소의 여종업원으로 생각하는 거다. '닥치는 대로 성추행해도 누가 날 문제 삼겠냐!' 그 생각이 몸에 배다 보니 동료 여검사든 부하 여검사든, 도덕심이 마비되는 거다."

- 검찰이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나.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로비에 관여한) 홍만표 변호사처럼 일 년에 백억 이상씩 버는 전직 검사를 보라. 혹자는 정치권 영향을 받지 않게 검찰 인사를 하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다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모든 권력은 통제 받아야 한다. 국민들은 가장 센 권력을 자기들 손으로 뽑아서 통제한다.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 검찰은 스스로 권력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엔 여기 선거판을 뒤흔들어 볼까?', '이 기업을 압수수색해서 검사 출신 전관을 사장급으로 영입하게 할까' 등등.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군데 주면 정치권도 유혹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은 한 군데 있어선 안된다."

- 청장은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다.
"검찰은 대한민국을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었고 국정농단 공범임과 동시에 적폐청산 1호가 됐다. 이 모든 건 검찰의 수사권 남용 때문이다. 검찰은 PD수첩 사건, 정연주 KBS 사장 사건처럼 무리하게 기소하기도 하지만 밝혀야 할 사건을 덮기도 한다.

사건을 덮을 권한, 죄 없는 사람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괴롭힐 수 있는 권한, 이런 게 다 수사의 권한이다. 그런데 그 수사권을 기소권까지 가진 사람이 행사하면 권력남용이 일어난다. 정치권력도 '검찰이 내 말 듣게 하면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유혹에 빠진다. 검사들은 그 좋은 머리로 정치권력이 뭘 원하는지 알아서 입맛에 맞게 사건을 요리한다. 그렇게 그들 눈에 들면 출세가도를 달리는 거다."

"참여정부의 실패 잘 살펴야... 청와대, 복안 있을 것"

- 최근 발표된 청와대 권력기관 개편에 대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제가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고 언론이 제목을 달았던데, 일단 공직자 신분으로 청와대에 비판적 입장을 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페이스북에서도 '경찰을 1차적 수사기관으로 하고 검찰을 2차적 보충적 수사기관으로 한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고, 개편 방향이 올바르다'라고 전제했다. 방향은 전체적으로는 올바르게 설정됐다는 게 제 생각이다."

- 개편안이 나오긴 했지만 이후로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금은 청와대에 힘을 실어줄 때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현 정부는 가장 강력한 의지, 뚜렷한 비전,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했다. 여러 가지 적절치 않다는 정치권 반응에도 청와대가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먼저 안을 냈다.

또 참여정부 때 실패를 잘 살펴봐야 한다. 청와대가 보기에, 경찰도 개혁 대상이고 검찰도 개혁 대상이다. 또 경찰도 필요하고 검찰도 필요하다. 때문에 두 기관 중 한 곳은 적대시하고 또 다른 곳은 편드는 모양새를 할 수 없다. 일단 '두 기관이 원만하게 대화해 봐라' 이렇게 하는 거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두 기관이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청와대도 알고 있다고 본다."

- 청와대의 실행 계획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당사자간의 협의는 불가결한 절차로 생략할 수 없다. 국회 논의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때도 국회에서 논의를 많이 했다. 그땐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었는데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실패했다. 때문에 청와대가 국회에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않을 걸로 본다. 모종의 전략적 물밑 노력이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

- 개편안에 따르면 영장청구권과 보충수사권이 검찰에 있다.
"조국 수석이 발표한 내용은, '경찰을 1차적 수사기관으로 하고 검찰을 2차적 보충수사기관으로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1차적 수사기관'은 '일본식 형사사법제도'를 염두에 둔 듯하다. 일본 법률에는 '경찰은 범죄혐의가 있을 때에는 범죄사실을 수사하여야 한다'로 돼있다. 또 '검찰은 수사할 수 있다'로 돼 있다. 범죄행위를 수사할 주된 임무가 경찰에게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도 수사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1차적 수사기관, 수사 주무기관은 경찰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지금처럼 검사한테 수사지휘 받아가면서 경찰이 수사하지 않는다. 지금도 경찰이 법률적으로 수사 못하는 건 하나도 없다. 2011년 형사소송법이 개정('사법 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 추가)된 이후 경찰은 어떤 범죄든 수사할 수 있다.

그 전에는 검찰의 지휘가 없으면 안 됐다. 사실 이전의 경찰 수사는 '무허가 수사'였다. 97~98% 정도 수사를 하면서도 법적 근거규정이 없는 수사를 한 거다. 법률적으로는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하니까. 그렇게 법이 바뀌었지만 수사 실무는 달라진 게 없다. 검사가 모든 수사에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에 필요한 수단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실상 경찰 수사는 무력화되거나 좌초된다. 그 중요한 수단이 바로 압수수색, 체포, 구속 이런 것이다."

- 일본은 압수수색과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어떻게 처리하나.
"일본에서는 체포영장, 압수수색영장을 경찰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보낸다. 이래야 1차적 수사기관이 되는 거다. 조국 수석이 밝힌 '1차적 수사기관'의 의미를 이렇게 봐야 한다. 독자적인 경찰의 판단 하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 검찰도 수사 안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전날 청와대가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검찰개혁 방안은 검찰의 수사 총량을 줄여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문무일 검찰총장, 굳은 표정으로 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전날 청와대가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검찰개혁 방안은 검찰의 수사 총량을 줄여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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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의 수사권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보나. 
"검찰에 수사권을 주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만 불가피하게 줘야 한다면, 이전과 다른 명확한 기준을 둬야 한다. 예컨대 검찰이 인지수사를 할 때는 법무장관이나 고검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렇게 제한해야 한다.

일본의 동경지검 특수부는 1976년 '록히드 스캔들'로 다나카 내각을 무너뜨렸다. 그 후 많은 검사들이 '나도 수상 한번 구속해 볼 거야'하는 공명심에 눈이 멀었다. 결국 2010년 오사카지검 검사가 중앙부처 국장 한 명을 기소하려고 증거를 조작했다가 들통났다. 검사는 구속되고 검찰총장이 사임했다. 이때 일본 검찰이 '수사는 인권 침해 위험도 있는데, 그걸 우리가 왜 꼭 해야 하나, 기소만 담당하면 법률가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데, 왜 흙탕물에 발 담궈야 하나' 해서 이후 일본 검찰은 사실상 수사에서 손을 뗐다."

- 다른 나라 검찰은 어떤가.
"세계 어느 나라도 검찰이 수사를 하는 곳은 없다. 검찰이 수사해서 우리나라 부패가 척결된다면 해야 한다. 우리나라 부패 수준은 사실상 꼴찌다. 그런데 검찰은 맨날 누군가를 수사한다고 법석을 떤다. 재벌이나 고위 정치인이 검찰에 불려가서 포토라인 앞에 서면 국민은 희열을 느낀다. 우리 사장 같은 사람이 나쁜 놈 취급받으니까 통쾌한 거다. 그렇게 해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공직자가 청렴해지면 좋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간다. 검찰이 혼내주는 것은 정경유착만 가져온다. 정권에 잘 보이면 검찰 수사 피해 가니까."

- 최근 검찰이 '광주 세 남매 화재 사건'에서 경찰 수사를 완전히 뒤집고 방화로 결론내렸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미묘하게 보였다.
"과거에도 검찰은 경찰을 흠집 내고 '경찰은 못 믿을 조직'이라고 해왔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상대방을 흠집 내려는 것은 국민에게 좋은 모습은 아니다. 경찰이 국민에게 불신 받는다는 거 안다. 경찰도 수사 과오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검찰이 실화를 방화로 볼 수 있고 반대로 법원에서 무죄가 될 수 있다. 검찰의 판단이 반드시 옳다, 그것은 아니다. 경찰의 잘못을 스크린하는 곳은 검찰이다. 문제는 검찰을 스크린하는 데는 없다는 거다. 그래서 검찰은 수사를 하면 안 된다. 스크린할 수 있는 기구가 위에 있을 때 수사를 해야 한다.

검찰은 자신들이 인권호보 기관이다, 경찰 수사에 과오가 많다, 그래서 검사가 꼭 수사지휘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한다. 그런데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검사들이 그런 주장으로 자기 밥그릇(수사권)을 챙기고 있다는 것을. 검찰은 시험 한번 잘 봐서 계속 우려 먹으려는 속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사권에 욕심 부리지 않고 기소권만 가지고도 국민에게 존경 받을 수 있다. 홍만표 전 검사처럼 검사들은 퇴직 후에 돈을 너무 많이 벌려고 한다. 그런 것 내려놓아도 검사들은 얼마든지 품위있게 살 수 있는데, 그런 모습 좀 안 보여줬으면 좋겠다." 

-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성공할 것 같나.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실패의 경험이 있기에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대통령 혼자 다 할 수 없다. 특히 입법을 거쳐야 하는 정치적인 면도 있다. 이런 것을 지혜롭게 돌파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전략을 잘 세우고 있을 거라 본다. 국회에만 맡겨두거나 경찰과 검찰 당사자간 협의에 맡겨 놓으면 실패한다는 걸 참여정부 때 경험하지 않았나. 국민 지지 얻어가면서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 절차적으로 늦어지면 의지가 강해도 손에서 떠나버릴 수 있다. 그런 상황 이전에 잘 마무리하리라 기대한다."

[인터뷰②] 황운하 "공룡 경찰? 황소쯤 될 수는 있겠다, 미련한 황소"
[인터뷰③] 검찰과 싸우던 황운하, '고래고기' 잡을 수 있을까?


태그:#황운하, #울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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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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