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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원조 센 언니' 정춘숙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55세, 사진) 의원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경험은 결국 한국 여성 대부분의 경험"이라며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날 게 아니라,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걸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작년 5월 일본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정 의원 모습.
 '여의도 원조 센 언니' 정춘숙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55세, 사진) 의원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경험은 결국 한국 여성 대부분의 경험"이라며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날 게 아니라,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걸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작년 5월 일본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정 의원 모습.
ⓒ 정춘숙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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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이 하나의 센세이셔널(sensational, 선정적·충격적인)한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피해자의 용기있는 고백에 더해 그간 성역처럼 존재해온 기관들, 검찰·경찰·군대 등에 관한 성희롱·성차별 관련 전수조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이어져야 한다. 공기처럼 존재하는 한국사회 성폭력 문제를 전폭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근 30년 전인 1980년대 후반. 대학생 시위대 맨 앞줄에서 짧은치마를 입고 짱돌을 든 채 "전두환 타도"를 외치던 '원조 센 언니' 정춘숙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55세) 의원의 말이다. 정 의원은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경험은 결국 한국 여성 대부분의 경험일 것"이라며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날 게 아니라,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걸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날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이라고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미 작년에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 등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말하기가 지속돼 왔다"며 "강남역 살인사건 때부터 쌓여온 변화가 오늘 서 검사를 용기 내게 했다"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 개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불특정한 여성만을 노려 살해해 논란이 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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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통화에서 "그렇게 멀리 볼 것도 없다. 저만 해도 중학교 때 남자선생님이 복도에서 만날 때마다 '친근함'의 표시라며 브래지어 끈을 튕기는 등 성희롱을 했다"며 "'내 주변엔 성희롱·성차별 없다'는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뿐,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이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날(30일) 같은 당 여성 의원(권미혁·김경자·박경미·남인순·송옥주·유승희·이재정 등 9명)들과 함께 "법조계 내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국회·민주당에서 젠더폭력TF를 통해 긴급히 대책을 논의하겠다"고도 말했다. '나도 당했다'는 뜻의 '미투(ME TOO)' 캠페인은 미국 거물급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성 추문에서 시작, 할리우드 내 여성들의 성폭행 피해 폭로 릴레이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다음은 정 의원과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당신은 피해자보단 생존자...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꼭 말하고 싶다"

- 서지현 검사의 언론 보도 뒤 반향이 크다. 일련의 흐름을 어떻게 봤나.
"앞선 서 검사의 고백을 인상 깊게 봤다. 저는 그런 고백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고, 지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때부터 축적돼온 성차별·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흐름 위에서 드러난 거라고 본다. 그때부터 시작된 변화들, 차곡차곡 쌓여온 문제 인식 위에서 최근 미국 발 '미투 운동'을 보면서 우리도 자극을 받은 듯하다.

옛날과는 다르게 요즘엔 성추행·성희롱을 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서 검사도 용기낼 수 있었다고 본다. 특히 상명하복이 심하고 위계질서 강하기로 유명한 검찰 조직에서 용기를 낸 건 매우 대단한 일이다. 그때 인터뷰 하시는 걸 저도 봤는데, 본인은 그만둘 수도 있다는 각오로 나와 피해사실을 고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 한국여성의전화 대표, 서울시성평등위 위원 등 근 20년 전부터 여성운동을 해왔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성추행·성희롱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인식이 대표적이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 검사가 근무하는 창원 통영지청 앞에 응원의 꽃이 굉장히 많이 놓여있는 사진을 봤다. 피해자에게 직접 꽃을 보내거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자신의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나도 서지현'이라고 외친다.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행동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본다."

- 관련해 SNS에서 '미투 운동 전, 한국에 이미 용기 있는 고백이 있었다'고 썼는데.
"이미 작년 한국에서 '문화 예술계 내 성폭력' 등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고 피해자들이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며 피해를 고발했다. 그분들의 힘겨운 고백으로 인해 문화부에서 지침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피해자의 용기있는 고백과 외침 뒤에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서 검사 사건도 하나의 사건으로 끝날 게 아니라, 검찰·경찰·군대 등의 성희롱·성차별 관련 전수조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춘숙 의원은 지난30일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권미혁·김경자·박경미·남인순·송옥주·유승희·이재정 등 9명)들과 함께 "법조계 내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국회·민주당에서 젠더폭력TF를 통해 긴급히 대책을 논의하겠다"고도 말했다.
 정춘숙 의원은 지난30일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권미혁·김경자·박경미·남인순·송옥주·유승희·이재정 등 9명)들과 함께 "법조계 내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국회·민주당에서 젠더폭력TF를 통해 긴급히 대책을 논의하겠다"고도 말했다.
ⓒ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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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서 검사와 같은 경험을 많이 한다고 보나. 예를 들자면.   
"당연하죠. 제가 그렇게 매일 예를 들어 얘기했는데(웃음). 저만 해도 제가 중학생 때 남자선생님과 복도에서 마주치면, '친근하다'는 의미로 제 브래지어 끈을 튕기곤 했다. 어제도 금융노조 여성리더 강연에 갔었는데 '같은 경험이 있다'는 증언들이 이어지더라. 운동권 내, 시민사회 내 성추행과 성폭력도 심각하다. '내 주변엔 없다'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일부러 안 보려고 눈을 감는 것뿐이다.

특히 제가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등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10건 중 9건 정도, 대다수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기 때문이다. '조직의 치부를 외부에 알렸다. 넌 배신자다' 이런 논리로 피해자를 은근히 따돌린다든가, 그를 돕는 사람마저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성희롱은 결국 인권 침해, 나아가 노동권 침해라고까지 제가 얘기하는 건 그런 이유다."

- 성희롱·성차별 등 성폭력을 당해 위축돼 있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서 검사의 명언이 있지 않나.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가해자의 잘못이고 구조의 문제이지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어쩌면 피해자라는 명명도 틀렸을지 모른다. 성추행·성폭행 등 피해를 입고도 당당히 살아있는 것, 어쨌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용기 있는 생존자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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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지현, #문화계성폭력, #정춘숙, #미투, #미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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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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