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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때 부터 돌보던 아이가 훌쩍 자랐다. 감수성 많은 소녀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꿈을 키운다. 이제는 육아일기가 아니라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 독서를 많이 하고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
▲ 콩이 유아 때 부터 돌보던 아이가 훌쩍 자랐다. 감수성 많은 소녀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꿈을 키운다. 이제는 육아일기가 아니라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 독서를 많이 하고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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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할아버지 사랑해요."

열 살 먹은 손녀의 고백(?)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뜻밖의 카드 선물이다. 할아버지가 스마트폰 '메모' 창에 일정이라든가 간단한 아이디어, 계획 등을 적는 모습을 눈여겨 본 모양이다.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으로 카드를 만들고 쪽지를 자주 쓴다.

친구 같은 엄마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다. 길거리를 가다 보면 손을 꼭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방학 중이라 엄마와 함께 학원에 가는 학생이다. 요즘은 신체만 봐서는 초등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도저히 분간이 되지 않는다.

뒤따르다 보면 초등학생과 엄마 사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대화 내용이 궁금해진다. 가족 이야기, 학교 친구 이야기 등 끝이 없다. 아이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왕따는 당하지 않는지, 장래의 희망은 무엇인지...

친구 같은 할아버지는 어떤 관계일까. 다정다감하고 아픈 상처를 보듬을 줄 알아야 되겠지. 아니다.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도 같다.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

"서현아 너는 동생이 있으면 좋겠니?"
"아니~~"
"너 남자 친구는 있어?"
"없는데..."

서울에 있는 한 살 어린 사촌 동생과 영상 통화를 자주 한다. 어른스러운 이야기들이 많다. 철부지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던 게 멀쑥할 정도다. 무슨 일을 시키면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꼬맹이기 생각은 무슨 생각...' 하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구구단을 외우는 방법도 다르다. 음률에 맞춰 외우는 방법, "2*1은 2, 2*2는 4..."는 구식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노래를 부르듯이 즐겁게 외운다. 한글 공부도 마찬가지다. 하기야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 바뀌지 않은 것이 이상하겠지.

신장 136cm, 체중 25kg로 성장했다. 아이를 돌본 지 9년째다. 지금은 육아라 할 수도 없다. 아침에 학교 보내고, 오후에는 같이 있어만 주면 되는 이름만 육아다.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린 아이다. 방학 중이라 동생과 접하는 시간이 많다. 자주 다툰다. 자기만 1주일 내내 같은 옷이라고 토라진다. 동생에게 장난감을 줬다가 빼앗고 다시 주기를 반복한다. 유아 때는 감정의 변화가 무척 심했다. 웃다가 울고, 금방 얼굴이 환해진다.

자신의 감정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배우들은 대단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무리 슬픈 척 하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가까운 친척이 상을 당했을 때였다. 감정이 메마른 건가. 전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곡을 대행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지만...

"우리 콩이 개그맨이 될 것 같다"라고 웃었다. 10살 나이, 초등학교 2학년이다. 그 표정 변화가 더 다양해졌다. 화를 내다가 웃다가 다시 눈물을 글썽인다. 연기력이 대단하다. 웃음과 눈물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기쁨과 슬픔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다고 하는데...

보람이는 콩이가 5살 때 공연 peter and the wolf 에서 오리 역을 맡아 엄마에게 선물 받은 오리 인형이다. 항상 인형을 들고 다닌다. 친구처럼...
▲ 보람이와 함께 보람이는 콩이가 5살 때 공연 peter and the wolf 에서 오리 역을 맡아 엄마에게 선물 받은 오리 인형이다. 항상 인형을 들고 다닌다. 친구처럼...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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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아 아프지 마~~"
"학원 다녀올게, 잘 있어." 

친구 보람이는 다섯 살 때 사귄 친구다. 언제나 변함없이 같이 다닌다. 잠자리에서나, 밥 먹을 때나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닌다. 날씨가 추우면 옷도 입혀주고 잠자리에서는 이불도 덮어준다. 그리고 외출할 때나 학교에 갈 때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스마트폰 메뉴 '메모'를 이용하여 작성한 카드. 언제 배웠을까.  스마트폰 보지 않기로 한 약속을 잊은체 검색은 물론 유투브, 카페 등 들여다 보지 않는 곳이 없다. 스카트폰 중독하지 않는 영상까지 보면서...
▲ 손녀의 카드 스마트폰 메뉴 '메모'를 이용하여 작성한 카드. 언제 배웠을까. 스마트폰 보지 않기로 한 약속을 잊은체 검색은 물론 유투브, 카페 등 들여다 보지 않는 곳이 없다. 스카트폰 중독하지 않는 영상까지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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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근 문화정보센터 도서관에 들렸다. 콩이와 보람이는 4층 어린이 도서관에, 나는 6층 일반 도서관이다. 콩이는 잘 놀아주는, 공부를 함께하는, 도서관에도 같이 가는 할아버지가 '친구 같은 할아버지'라고 귓속말로 소곤거린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을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버릇없이 키운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하지만 아이들의 인격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반론도 많많지 않구요. 그런데도 저는 여러 비난을 무릅쓰고 어린 유아때부터 여러가지 추억을 만들어가 고 있습니다. 동영상으로, 스토리로 여기에 글을 올리는 것도 일종의 추억 만들기 입니다. 몇 년전 이야기를 들춰보니까 어색하기도 하지만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래서 틈틈히 성장일기를 써 볼까 합니다.



태그:#육아일기,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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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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