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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을 읽으면서 언제 출간된 소설인지 궁금해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1953년이었다는 사실에 이 소설이 왜 SF 소설로 분류됐는지, 왜 고전의 반열에 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벽마다 텔레비전이 걸려 있는 거실. 옆 사람과 대화하는 대신 텔레비전 속 토크 쇼 진행자와 대화하는 사람들. 대중 매체는 말초적이면서 일회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기에 바쁘고, 책은 점점 얇아지더니 급기야 몇 분짜리 영상, 몇 줄짜리 요약 글로 대체되는 상황. 타인을 살피는 능력,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만 소설 속 사람들은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소설가가 상상한 미래 모습은 그 자체가 지금 이 사회에 던지는 문제의식이었다.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는 바로 이 상상력 뛰어난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창작 에세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조언을 몇 가지 해주기는 하지만 실용서로 읽기보다 일찌감치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소년이 자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구축한 성공한 작가가 되기까지 거쳐야 했던 기나긴 노력의 시간과 도약의 순간을 엿보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듯하다.

정말, 얼마나 좋았을까. 본인을 '싸구려 소설'을 쓰는 작가쯤으로 생각하던 사람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올더스 헉슬리에게 이런 평가를 들었을 때는.

"당신이 뭔지 아시오?"
"네?"
"시인이지." 그들이 말했다.
"세상에. 제가요?" 내가 되물었다. 


책에는 저자가 쓴 소설이나 시나리오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들이 실려 있었는데, <화씨 451>을 쓰던 시절 이야기도 나온다. 1950년 봄. 가난한 무명 소설가는 작업실을 얻을 수 없어 UCLA 도서관 타이핑 룸에서 소설을 쓴다. 10센트를 넣으면 3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던 타자기를 붙들고 "30분 안에 글을 끝내기 위해서, 격렬하게 자판을 쳐야 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매우 빨리 초고를 완성했고(9일 만에), 초고에는 총 2만5000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이 글쓰기 속도였다. "빠르게 글을 쓸수록,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다"라고 말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레이 브래드버리는 엄청 빠른 속도로 글을 쓴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릿속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아이디어를 한 시간 만에 단편 소설로 뚝딱 써낸다. 그리고는 별 달리 퇴고를 거치지 않고 잡지에 소설을 보낸다. 잡지가 그 소설을 살지 말지는 그다음 일이다.

글을 이처럼 빨리 쓰기에 그가 평생에 걸쳐 써낸 글의 양은 엄청나다. 그리고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우선 많이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이 쓰다 보면 절로 잘 쓰게 된다는 것. 열두 살부터 매일 글을 쓰다 보니(단어 1000개씩 사용했다고) 스물 두살쯤 되자 스스로 느끼기에도 정말 글을 잘 쓰게 됐단다.

질에 앞서 양이 있다는 이런 조언은 너무 당연해서 반박하기도 어렵지만, 나는 사실 이 조언을 들을 때마다 혼자 의문을 품곤 했다. 많이 읽는다고 다가 아니듯, 많이 쓴다고 다가 아니지 않을까. 레이 브래드버리는 이 의문에 깔끔하게 답도 내려줬다. 무턱대고 쓰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오늘 쓴 글이 좋았다면 좋았기에 배워야 하고, 나빴다면 나빴기에 배워야 한단다.

매일매일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믿음. 이 믿음으로 매일 창조하는 삶을 산다면, 돈과 명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좋은 글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누구나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책에서 레이 브래드버리가 전한 메시지였다. 

덧붙이는 글 |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레이 브래드버리/다른/2017년 12월 01일/1만4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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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다른(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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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킥복싱>, <매일 읽겠습니다>를 썼습니다. www.instagram.com/clian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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