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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회사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다. 장기근속자 6개월 무급휴가. 내가 첫 번째 신청자가 됐다. 내 생애 가장 긴 휴가를 오직 2가지만을 위해 쓰기로 했다. 자전거 여행과 독서. 첫 번째 소원을 위해 지난 3개월 자전거 타기와 야영훈련을 했다.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37일간의 남미 자전거 원정을 떠난다. 참가자는 24번의 해외 원정 경험이 있는 김광옥 목사(62)와 전업주부 박정희씨(50), 그리고 직장여성인 나(58), 이렇게 셋이다. 3인의 좌충우돌 안데스 자전거 원정기를 소개한다 - 기자말

한달에 한번, 100번의 강의를 목표를 강의를 하고 계신 김광옥목사님
 한달에 한번, 100번의 강의를 목표를 강의를 하고 계신 김광옥목사님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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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의 청으로 나는 한 인문학 강좌에 참여했다. 강사는 환갑을 넘긴 목사님이었다. 그분은 인류의 정신문명을 빛낸 사람 100명을 뽑아 그들의 저작물들을 10년에 걸쳐 100번의 강의로 진행하고 있었다. 무료다. 강의에 참석하는 사람도 10여 명에 불과해 단 한 번의 참석만으로도 함께한 사람들의 면면을 거반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목사님의 강의에 매료되고 말았다.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와 <종의 기원>을 엮어 풀어내는 목사님의 강의 한 번만으로도 직감이 들었다. 이 강의가 진행되는 10년간 나는 여기 묶여버릴 것이라고.

강의 후 식사 자리에서 목사님은 교회에 출석하는 대신 세 가지 일로 평생을 지내온 것을 알았다. 독서로 인류의 지성과 예술을 탐독하는 일, 자전거로 문명의 발상지를 탐사하는 일, 그리고 '국제난민아동 NGO, CARK'을 창립해 국내에 체류 중인 난민 아동을 돕는 일이었다. 목사님의 활동비는 평생 부인과 두 딸, 장모와 처제 등 여섯 여인의 가정목회 헌금과 십일조로 충당했다.

이 인문학 강의 참석자 중 일부는 목사님이 13년에 걸쳐 24차례 해외 자전거 원정을 할 때 동행한 사람들이었다.

가정을 위해 헌신해 온 삶에 쉼표를 찍다

자전거로 동네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나는 그만 남미에 홀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자전거 훈련시작.
 자전거로 동네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나는 그만 남미에 홀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자전거 훈련시작.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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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회사에서 장기근속자들에게 최장 6개월간의 무급휴가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유급이 아닌 것이 못내 섭섭하긴 했지만, 정년이 불과 3년밖에 남지 않는 늙은(?) 나는 반년이나 회사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읍했다.

나는 그 제도가 정식으로 발표되기도 전부터 무엇으로 6개월을 보낼지 고민했고, 머릿속은 수많은 계획으로 꽉 찼다. 백두대간 종주, 해외 배낭여행, 몰입독서, 명상수련... 남편과 딸과 아들은 결혼 후 출산과 육아 그리고 돈벌이를 이어온 나의 가정에 대한 헌신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나의 어떤 선택도 반대할 의사가 없었다.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목사님은 또 다른 해외 자전거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 이번에는 남미였다. 자전거를 탈 줄만 알았지 자전거로 동네 밖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내게 자전거 여행자들의 성지이기도 한 남미는 감히 마음조차 먹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목사님은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번갈아 이용하는 방식으로 체력을 안배하면 안 될 것도 없다는 용기를 주었다.

자전거 훈련기간이 짧아서 회사 퇴근 후에도 자전거를 탔다. 안전를 위해 경인아라뱃길 자전거도로를 주로 활용했다.
 자전거 훈련기간이 짧아서 회사 퇴근 후에도 자전거를 탔다. 안전를 위해 경인아라뱃길 자전거도로를 주로 활용했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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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혹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몇 날을 보내고 제일 먼저 항공권을 구입해버렸다. 용기가 달아나기 전에 내 마음을 묶어두고 싶었다. 목사님은 내 항공권의 계획에 맞추어 일정을 구성했다. 2018년 1월 14일 출국해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거쳐 칠레 산티아고에서 나오는 약 5천km의 장정이었다. 현지 사정에 맞게 대중교통과 자전거라이딩을 병행하기로 했다.

나는 항공권 구입 후 출근을 하지 않는 모든 날은 자전거 타기 훈련에 할애했다. 주로 서울에서 인천까지, 파주에서 인천까지 경인아라뱃길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1인용 텐트로 야영도 경험했다.

훈련중에 자전거로 너무 멀리가서 돌아오기가 곤란하면 남편이 픽업을 나오기도했다.
 훈련중에 자전거로 너무 멀리가서 돌아오기가 곤란하면 남편이 픽업을 나오기도했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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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사흘 앞두고 '김치찌개'로 송별

마침내 올해 1월 2일, 휴가가 발효되고 떠날 날이 다가오자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해발 3800m의 안데스 고원의 고산병이 제일 걱정이었다. 목사님은 1월 들어서는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게 했다. 독감이라도 걸리면 출발에 차질이 올 수 있음을 염려했다.

남미 안데스 자전거 원정팀은 원래 5명이었던 멤버가 최종 3명으로 줄었다. 62세의 김광옥 목사님, 50세의 박정희 전업주부, 그리고 58세의 직장여성인 내가 최종 출발자가 되었다. 두 분은 가족의 건강과 본인의 건강 때문에 한국을 떠날 수가 없게 되었다.

안데스 원정팀 출발 사흘을 앞둔 지난 11일 저녁 신촌의 한 김치찌개 집에서 조촐한 환송식이 열렸다.

안데스자전거원정팀의 송별식
 안데스자전거원정팀의 송별식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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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인 목사님은 짐은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자전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자전거 앞바퀴에 패니어(짐바구니)를 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리어 패니어(자전거 뒤쪽에 다는 짐바구니)만으로 세상 어디에서도 생존할 짐을 다 넣을 수 있어요. 자전거의 균형을 위해, 혹은 오르막에서 안전을 위해 프런트 패니어(자전거 앞쪽에 다는 짐바구니)를 단다는 분도 있지만 결국 짐을 늘리게 됩니다."

자전거를 분해해 박스로 포장한 3대의 자전거와 야영장비들.
 자전거를 분해해 박스로 포장한 3대의 자전거와 야영장비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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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는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고 오래 끓여 절묘한 맛의 조화를 이루었다. 체력 대신 경험만이 있는 실버 안데스 자전거 원정팀. 이 김치찌개만큼이나 모험과 안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여정이 될 수 있을 거라 낙관했다. 여전히 지도를 펴 놓고 검푸른 안데스산맥만 봐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은 방망이로 두드리듯 두근거리지만 말이다.

유독 여행을 좋아해 수십년 홀로 배낭여행을 다녔던 남편은 이번 나의 자전거여행 계획을 말리는 대신 오히려 반겼다. 이번에는 부인 차례라는... 집에 와있던 아들과 아들 친구들도 공항으로 떠나는 나를 응원했다.
 유독 여행을 좋아해 수십년 홀로 배낭여행을 다녔던 남편은 이번 나의 자전거여행 계획을 말리는 대신 오히려 반겼다. 이번에는 부인 차례라는... 집에 와있던 아들과 아들 친구들도 공항으로 떠나는 나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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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자전거 원정 일정
●2018년 1월 14일(일요일)
-인천 출발 | 오후 3시 출발
-로스앤젤레스 도착 | 아침 9시(비행시간 11시간)
 
-로스앤젤레스 출발 | 오후 2시 9분
-댈러스 도착 | 오후 7시 22분(비행시간 3시간 13분)
 
-댈러스 출발 | 밤 10시 22분
-리마 도착 | 15일 아침 6시 29분(비행시간 7시간 7분)    
   
●2018년 2월 18일(일요일)
-칠레 산티아고 출발 | 밤 11시 55분
-로스앤젤레스 도착 | 19일 아침 6시 20분(비행시간 11시간 25분)
 
-로스앤젤레스 출발 | 19일 오전 11시
-인천 도착 | 20일 오후 5시 40분(비행시간 13시간 40분)  

●Itinerary

▶Peru
Lima-Cuzco
Cuzco-Urubamba
Urubamba-Ollantaytambo
Ollantaytambo-Aguas Calientes
Aguas Calientes-Machu Picchu
Machu Picchu-Cusco
Cusco-Puno
 
▶Bolivia
Puno-Copacabana
Copacabana-La Paz
La Paz-Oruro
Oruro-Salar de Uyuni 
 
▶Chile
Salar de Uyuni-San Pedro de Atacama
 
▶Argentina
San Pedro de Atacama-Mendoza
 
▶Chile
Mendoza-Santiago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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