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가수들의 '컴백'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정규 앨범보단 상대적으로 수록곡 수가 적은 미니 음반(EP), 싱글앨범 위주로 음반 시장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가수들의 활동 방식도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 여기에 이른바 '신비주의'로 가수의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활동을 이어갔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나를 공개하고 알리는 홍보 방식도 접목돼 때론 잦은 컴백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른바 '1년 다(多) 컴백'의 숨은 속사정은 과연 무엇일까?

1년 2컴백, 3컴백.. 치열한 경쟁의 산물

 지난해 트와이스는 무려 4차례의 음반 발표 및 음악 방송 활동을 펼치는 강행군을 펼쳤다.  과거 1년 1음반 발표하던 시대와는 달라진 형태의 활동 방식이다.

지난해 트와이스는 무려 4차례의 음반 발표 및 음악 방송 활동을 펼치는 강행군을 펼쳤다. 과거 1년 1음반 발표하던 시대와는 달라진 형태의 활동 방식이다. ⓒ JYP엔터테인먼트


대세 걸그룹 트와이스는 지난해 두 차례의 리패키지 음반을 포함해 무려 총 4번의 음반 발표 및 방송 활동을 진행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레드벨벳 역시 총 세 차례의 음반 발표와 더불어 각종 공연 및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등 바쁜 2017년을 보냈다. 게다가 정규 2집 < Perfect Velvet >을 발매한지 불과 2개월여 만인 오는 29일 신작 발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걸그룹 여자친구와 러블리즈 역시 총 3회의 음반 및 방송 활동으로 팬층을 넓혀나갔다. 이들 모두 단독 콘서트와 각종 해외 프로모션을 병행하는 등 쉴 틈 없는 활동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대개 1년에 2회 정도 음반 발매 및 각종 활동을 펼치는 게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잡고 있음을 감안하면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은 상당히 이례적인 활동으로 손꼽을 만하다.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대신, 대중들에 대한 노출 빈도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활동의 큰 틀을 잡은 셈이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행보는 그만큼 치열해진 '가요계 경쟁'의 결과다. 해가 다르게 새롭게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 수는 급증하고 기획사들의 숫자 역시 마찬가지로 늘어났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선 남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은둔+신비주의' 대신 친근한 이미지가 중요시되는 최근의 흐름에 발맞춰 신속한 신작 발매로 대중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질 목적으로 3-4년 차 안팎 경력의 팀들을 중심으로 1년 다컴백의 사례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자본력 싸움 + 회사의 승부수

 지난해 총 3장의 음반 활동을 진행한 러블리즈.  이를 통해 데뷔 이래 첫 음악 방송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총 3장의 음반 활동을 진행한 러블리즈. 이를 통해 데뷔 이래 첫 음악 방송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울림엔터테인먼트


'1년 다컴백'을 하기 위해선 일정 규모의 인기 외에도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기 가수의 경우 음반 한장 제작에 1억5000만 원~3억 원 정도 투입된다는 JYP의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의 말처럼 (2017년 9월 방송된 SBS <박진영의 파티피플>에서 직접 언급했던 내용이다-기자 말) 신작 발표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속사의 가수를 중심으로 1년 3컴백이 이뤄지곤 한다. 때론 소속사의 '승부수'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보이그룹 몬스타엑스를 비롯해, 8인 체제 시절의 나인뮤지스(2015), 오마이걸(2016)도 이런 행보를 보여줬다. 이는 공격적인 신작 발표를 통해 팀의 위상을 한 단계 상승시키고 대중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1년 다컴백'은 긍정적인 요소도 많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본력이 감당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할 경우, 자칫 회사의 재정 상황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우려는 친근함 대신 자칫 잦은 노출에 따른 '식상함'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적절한 수위 조절을 통한 소속 가수의 이미지 관리 병행도 뒤따라야 한다. 물론 모든 팀, 가수들이 이와 같은 파격 행보를 보이는 건 아니다. 이미 일정 궤도 이상에 다다른 5~6년차 이상 인기 팀들은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무리하게 잦은 팀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매출을 이미 올리고 있는 데다 멤버들의 개별 활동이 빈번해지면서 '1년 1컴백' 수준으로 팀 활동 빈도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7년 재계약 임박 시점이라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케이블 대신 모바일+인터넷으로...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레드벨벳의 모바일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벨업 프로젝트>, 오마이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미라클 원정대>

레드벨벳의 모바일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벨업 프로젝트>, 오마이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미라클 원정대> ⓒ SK브로드밴드, 해요TV


짧아진 컴백주기 만큼이나 최근 가요계의 두드러진 동향 중 하나는 모바일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급증이다. 지난 10년 새 '아이돌 팬덤 관리'의 수단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2009년 그룹 2PM은 Mnet 예능 프로그램 <와일드 바니>를 통해 팬덤 확장에 성공했고, KBS Joy <소녀시대의 헬로 베이비>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시작된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이젠 필수 홍보용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요즘 케이블 채널 대신 온라인, 특히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기반을 둔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이 많아지고 있다. 레드벨벳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벨업 프로젝트 시즌2>는 시즌1과 마찬가지로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를 통해 6일부터 독점 공개된다. 오마이걸의 <미라클 원정대>는 UHD 전문 채널 UMAX와 해요TV, 유튜브 등 모바일 중심 포맷으로 25일부터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또 위키미키 역시 <위키미키 모해?>를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모해' 등을 통해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인기 그룹 슈퍼주니어, 블랙핑크는 각각 <슈주 리턴즈>, <블핑하우스>를 네이버TV 선공개, 케이블 채널 후 방영 형식으로 선보여 팬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케이블채널 편성이 쉽지 않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팀 위주로 웹예능 리얼리티를 제작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양새다.

이는 달라진 이용자 패턴에 발맞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시간 맞춰 40~50분짜리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보단, 5~10분 안팎의 쪼개진 동영상을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짬나는 대로 감상하는 형태로 대중들의 영상물 이용 실태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는 그 이면에는 각종 인터넷-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신규 콘텐츠 확보를 위한 의도도 숨어 있다.

여기에 현재 TV 예능 프로그램이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미운 우리 새끼>처럼 가족 위주 관찰 카메라에 중심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돌 그룹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예전에 비해 쉽지 않아진 것도 한 몫 한다. 한편으론 활동 공백기 사이 또는 컴백을 목전에 두고 무대 뒤편의 숨은 생활을 궁금해하는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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