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올스타 투표 1위' 양효진(190cm) 선수

여자배구 '올스타 투표 1위' 양효진(190cm) 선수 ⓒ 박진철


올 시즌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 왔던 여자배구 인기가 천정을 뚫고 올라갈 기세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2017~2018시즌 V리그 1~4라운드까지 경기당 케이블TV 시청률과 관중수를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여자배구는 지난 시즌 같은 기간(같은 경기수)보다 시청률과 관중수가 모두 21%씩 급등했다.

특히 4라운드의 여자배구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0.9%로 나타났다. 이는 V리그 출범 이후 여자배구 한 라운드 최고 신기록이다. 지금까지 여자배구의 한 라운드 최고 기록은 0.85%였다.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를 넘긴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취약 시간대인 평일 오후 5시 경기임에도 1%를 돌파한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화요일에 펼쳐진 GS칼텍스-현대건설전, 17일 수요일의 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전은 이틀 연속 시청률 1%를 넘겼다. 지난 시즌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한편, 1~4라운드 전체를 포함한 여자배구의 평균 시청률은 0.81%로 집계됐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같은 경기수)의 0.67%보다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 수치도 한 시즌 역대 최고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던 2014~2015시즌(0.77%)보다 높다.

겨울철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남자배구와 비교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치러진 경기에서 여자배구 시청률이 남자배구를 추월한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남자배구는 1~4라운드 전체 평균 시청률이 0.93%로 집계됐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 0.76%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4라운드의 평균 시청률은 1.08%로 나타났다.

여자배구 관중수 대폭 증가... 남자배구 감소분까지 메워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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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관중수에서도 남자배구가 지난 시즌보다 소폭 감소한 반면, 여자배구는 대폭 증가했다. 그러면서 V리그 전체 관중수 증가를 견인하는 효녀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 시즌부터 여자배구가 남자배구와 경기장을 분리해서 단독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KOVO 기록을 토대로 1~4라운드까지 관중수를 집계한 결과, 여자배구는 지난 시즌 같은 기간(같은 경기수)보다 21.7%% 급증했다. 경기당 평균관중도 1983명으로 2000명에 육박했다. 지난 시즌 4라운드까지 평균관중은 1630명이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 1위로 승승장구하면서 관중수도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4라운드까지 평균관중이 3109명으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2121명보다 46% 증가했다. 이는 남녀 프로배구를 통틀어 현대캐피탈(3391명), 삼성화재(3167명)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관중 1위(5560명)와 2위(5467명)도 한국도로공사가 달성한 것이다.

IBK기업은행도 평균관중이 2187명으로 지난 시즌 1279명보다 70% 폭증했다. GS칼텍스도 평균관중이 1977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 GS칼텍스는 이전부터 남자배구와 따로 단독 홈구장을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배구도 구단 프런트의 의지와 투자에 따라 독자적 인기몰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해준 것이다.

한편, 남자배구 관중수는 지난 시즌 1~4라운드와 비교해 소폭(3.3%) 줄었다. 그러나 남녀를 합친 V리그 전체 관중수는 지난 시즌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여자배구 관중수가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온라인 화제성 면에서도 여자배구는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여자배구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지표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경기 시간대 이동-신생팀 창단' 요구 커지나

 2017~2018시즌 V리그 여자배구 경기 모습 - 서울 장충체육관(2017년 11월 4일)

2017~2018시즌 V리그 여자배구 경기 모습 - 서울 장충체육관(2017년 11월 4일) ⓒ 박진철


여자배구가 남자배구와 분리 독립한 첫 시즌부터 흥행에 성공하면서 여자배구 관련 이슈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 1명 보유와 트라이아웃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프로 스포츠의 흥행 지표인 TV 시청률과 관중수에서 올 시즌 여자배구가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배구가 평일에는 취약 시간대인 오후 5시에 경기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크다.

여자배구 인기가 급상승한 핵심 원인은 '김연경 효과'가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지난해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선전과 역대급 흥행, 그에 따른 국내 선수들의 대중적 관심도와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FA·트레이드 등 선수 대이동을 통해 각 팀별로 국내 스타 선수가 고르게 분산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그에 따라 여자배구의 평일 경기 시간대를 남자배구와 동일하게 오후 7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과 신생팀인 제7구단 창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여자배구 프로 구단과 고교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에 좋은 유망주들이 대거 나오기 때문에 지금이 제7구단 창단의 최적기"라며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여자배구 신생팀은 창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출하고 있다(관련 기사 : 여자배구 감독들 "프로 7구단 창단, 지금이 최적기").

신생팀의 기업 입장에서도 지금이 창단 직후 성적과 광고 효과가 가장 클 수 있다. 여자배구는 올해 세계선수권 출전이 예정돼 있고,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인기는 더 올라갈 여지가 많다. 때문에 KOVO가 여자배구 제7구단 창단에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스타-국제대회 중요성 입증... 외국인 확대 반대론 탄력

일각에선 '팀 수가 늘어나면 경기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생팀 창단에 미온적이기도 하다. 실제 그런 논리로 지난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여자배구 프로 구단들이 일부 대기업의 신생팀 창단을 가로막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4년 동안 기존 구단에게 신인 선수들을 고루 배정해 주었지만, 경기 수준이나 전력 불균형 문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전력 불균형은 구단의 투자 부족, 감독의 능력 미달 등이 더 큰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생팀 창단을 막은 결과 한국 배구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 고교 졸업 선수들의 프로 무대 진출 기회는 줄어들고, 기존의 좋은 선수들조차 뛸 자리가 없어 임의탈퇴와 자유신분선수 등으로 팀을 떠나는 사례가 속출했다.

최근 채선아·고민지의 '윈윈 트레이드' 이후 맹활약 사례에서 보듯, 지금도 각 팀에는 출전조차 못하고 있지만 다른 팀에 가면 훨훨 날 수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V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도 신생팀의 필요성과 존재 가치는 차고 넘친다.

반면, 외국인 선수 확대 논란은 반대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V리그 흥행에 국내 선수의 역할과 국제대회 성적이 훨씬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확대가 국내 선수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한국 배구의 국제경쟁력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과 우려가 많은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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