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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 열풍이 사라졌다. 개인의 탓으로 돌렸던 많은 문제들이 사회적 안목으로 풀어 나가야 할 문제임을 인식한 결과이다. 그러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출판 시장에서의 거품은 좀 빠졌지만 인문학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된다. 그것은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문학이라 하면 어려운 고전 읽기로 치부되었다. 논어, 장자 등 동양 사상은 물론 서양 철학과 문학, 예술까지 아우르는 전 분야의 지식 쌓기 느낌이랄까?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며 새로운 것들이 속출하는 이 사회에서 고전까지 읽어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인문학은 여유로운 지식인들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다.

박웅현 <책은 도끼다>
 박웅현 <책은 도끼다>
ⓒ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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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러한 인식에 도끼를 내리 꽂는다. 그가 말하는 인문학은 우리가 평소 무심코 지나치는 자연현상에 인문학적 말 걸기를 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어가며 삶에 대한 감수성(촉수)을 키우는 것이다. 풍요로운 감수성으로 삶의 순간순간 더 많은 행복을 찾아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 읽기라 말한다.

이 책은 경기창조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8번의 강독회에서 작가가 제시한 독법을 정리한 것이다. 판화가 이철수, 소설가 김훈, 시인 고은, 법정 스님처럼 세상을 통찰하는 작가들의 생각을 토대로 세상을 느끼는 촉수를 키워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어린 아이가 글을 배우기 시작할 때 누군가의 가르침으로 읽어나가다가 이내 혼자서 읽게 되는 것처럼 작가는 인문학 입문자에게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준다.

보통의 인문학 안내서들이 고전을 읽기는 해야 하는데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을 주는 반면, 이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을 당장 멈추고 작가가 소개하는 책들을 읽고픈 욕망을 일으킨다.

우리나라 작가들을 통해 자연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한다면, 외국 작가들을 통해서는 삶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등의 작품을 어떠한 시각으로 읽어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가 소개한 책을 읽으니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내 사고가 갇히는 건 아닌가 우려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의 설명이 아니었다. 그냥 지나쳤을 대목을 그의 목소리로 인해 다시 한 번 곱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설명이 아니고 독법이다. 구체적 예시가 없다면 설명해 줄 방법이 없기에 그에게 울림을 준 책을 중심으로 어떻게 읽어나갔는지 알려주는 것뿐이다. 우리는 그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읽기 방식을 읽어나가는 것이 올바르다.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그는 자신의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은 인문학이고 그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고 단언한다.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 바꾸고 싶다. 그 바탕은 인문학이 아니고 일상이라고. 그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창의적인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자신이 읽은 책들은 도끼였다고.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라고. 그 도끼를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얼음 깨지는 소리가 들렸노라고. 그의 울림이 파도가 되어 나에게도 전해지기를.


책은 도끼다 (양장 특별판)

박웅현 지음, 북하우스(2011)


태그:#박웅현, #인문학, #김훈, #이철수,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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