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2017-2018 FA 시장에는 이제 5명의 선수들이 남았다. 사전 인명 등록 순으로 안영명(구원투수), 이대형(외야수), 이우민(외야수), 정근우(내야수) 그리고 최준석(내야수)이 그들이다. 이들 중 한 차례 이상 FA로 좋은 계약을 이끌어냈다가 자격을 다시 얻었던 준척급 베테랑들은 이대형, 정근우, 최준석 3명이다.

가장 최근에 계약한 사례는 김주찬(KIA 타이거즈 외야수)으로, 1월 16일에 2+1년 총 규모 27억원으로 재계약했다. 1981년 생으로 30대 후반에 접어들고 있는 김주찬은 지난 4년 동안 초반에는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이후 무리한 주루보다는 타격에 집중하면서 가치를 다시 끌어올렸다.

이번 겨울 KIA에서 FA 자격을 얻었던 선수가 김주찬 1명이었지만, 그 1명과의 협상이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는 김주찬의 내구성 때문이었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이후 지난 해까지 18시즌 동안 정규 시즌 경기에 100% 출전한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100경기 이상 출전도 9시즌 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주찬은 30대 중반에 들어온 이후 더 건강해졌다. 2016년에는 가장 많은 130경기에 출전하며 타율도 0.346으로 가장 높았다. 2017년에도 초반에 부진했지만 결국 시즌이 끝날 때의 타율은 0.309였다. 자신의 장점이기도 했지만 잦은 부상의 원인이기도 했던 과감한 주루를 줄이고 정교한 타격에 집중한 덕분이었다.

덕분에 김주찬은 이번 FA 시장에서도 좋은 계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난 번 계약 때 4년 50억원으로 상위권 계약을 만들었던 김주찬은 30대 후반이라 계약 규모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2+1년 27억이라는 준척급 계약을 이끌어냈다.

김주찬의 계약, 이대형에게 어떤 영향?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8회말 1사 1. 3루 상황 KIA 나지완의 3루 땅볼때 3루 주자 김주찬이 두산 수비 실수를 틈타 홈에서 세이프 되자 환호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8회말 1사 1. 3루 상황 KIA 나지완의 3루 땅볼때 3루 주자 김주찬이 두산 수비 실수를 틈타 홈에서 세이프 되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베테랑 외야수 김주찬이 준척급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또 다른 베테랑 외야수 이대형의 협상 진행이 관심을 모으게 됐다. 김주찬과 이대형의 장점 중 하나가 빠른 발이었는데, 김주찬이 잦은 부상으로 인하여 주루보다 타격에 집중하게 되었고, 현재 이대형도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기 때문이다.

이대형은 LG 트윈스 시절 4년 연속 50도루(2008~2010년 3년 연속 60도루)를 달성했을 정도로 빠른 주루 플레이가 가장 큰 장점이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대형은 KIA와 체결했던 4년 24억 원의 계약을 적용받았다. 계약 1년 만에 보호선수 20인에서 제외되면서 신생 구단 kt 위즈의 특별 지명을 받아 나머지 3년을 kt에서 뛰었다.

그리고 이대형은 kt에서의 첫 시즌에 3할 타율과 40도루 시즌을 다시 만들며 부활했다. 이후 kt의 베테랑 외야수 한 자리를 맡고 있던 이대형은 하필이면 계약 마지막 해, 그것도 후반기에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바람에 FA 시장에서 쉽게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이대형의 가장 큰 장점이 통산 505도루를 만들어 낸 주루였는데, 선수에게 치명적인 십자인대 파열로 인하여 장점이 크게 약화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일단 이대형은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마치고 귀국해서 다시 kt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kt가 1~2년 정도의 계약을 제시했으나 이대형이 2년 이상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십자인대 재건술 재활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1년이기 때문에 이대형은 2018년 후반기에나 복귀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 보장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주찬은 KIA와의 계약 후반에 생산성이 더 좋아졌지만, 이대형은 반대로 생산성이 더 떨어지고 있다. 외야 수비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송구 능력에서 아쉬운 모습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나마 kt가 아직 확실한 세대 교체가 완료된 건 아니라서 이대형과 협상은 하고 있지만, 이대형이 계약을 하더라도 주전 한 자리를 보장 받을 수는 없다.

일단 중견수는 외국인 용병 멜 로하스와 계약을 했다. 우익수 자리도 유한준이 버티고 있다. 좌익수는 오정복, 전민수, 하준호, 김지열(김사연에서 개명함) 등이 있으며, 신인으로 데뷔하는 강백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이대형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이들 중 부상 선수가 생기거나 극도로 부진한 선수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복귀해도 자리가 없다.

부상 때문에 이대형은 다른 팀과 계약하기도 힘들다. kt와 계약을 한다고 해도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대형의 계약 협상 주도권은 김주찬과 달리 구단에게 있으며, 구단이 제시한 계약 내용에서 더 좋은 계약으로 갈 가능성은 적다.

존재감 컸던 정근우도 계약 협상 난항

'아깝다' 6월 19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 7회 말 무사 한화 정근우가 삼진 아웃을 당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아깝다' 지난 2016년 6월 19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 7회 말 무사 한화 정근우가 삼진 아웃을 당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근우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화 이글스와 4년 70억원 계약을 적용 받았다. 당시 FA 시장 규모에서 상위권 대박 계약이었고, 한화에서 4년 동안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2016년에는 리그 득점왕까지 기록할 정도로 생산력도 뛰어났다.

정근우는 에이전트까지 선임하여 FA 협상에 나섰지만 협상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화 구단은 자체 분석 시스템을 거쳐 2년 계약을 고집하고 있다. 정근우는 계약 규모가 작더라도 기간은 어느 정도 이상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정근우가 한화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출전했기 때문에 정근우가 어느 정도의 계약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정근우의 4년은 김주찬의 4년보다 누적 스탯이 더 뛰어났다. 게다가 김주찬이 2+1년 27억원 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적어도 김주찬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이 챙겨주지 않으면 헐값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만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선수에게 너무 큰 계약을 안겨주면 오버페이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미국의 세이버메트리션 예측 기법 중 하나인 톰 탱고의 Marcel 기법에 따르면 정근우는 2018년에 3.12, 2019년에 2.74, 2020년에 2.39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기록이 예상됐다. 하지만 한화의 자체 분석 시스템은 세이버메트리션과는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김주찬의 경우 이보다 더 낮은 기여도가 예상되었고, 정근우도 이를 충분히 협상에서 내세울 수 있다.

다만 정근우와 한화는 현재 협상 자체가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에이전트 미팅만 4번이 있었는데 한화는 2년 계약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2+1년 옵션 등을 거는 방안도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준석, "전문 자명타자"로서의 가치는?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으며, 아메리칸리그에만 지명타자 제도가 있다. 이후 데이비드 오티즈(은퇴) 등 전문 지명타자들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다수의 지명타자들은 기량이 점점 하락하는 노장 선수들이 수비 부담을 덜어내는 차원에서 맡는 경우가 많다.

KBO리그에서는 원년인 1982년부터 지명타자 제도가 있었고, 김기태, 마해영 등 "전문 지명타자"들이 많았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전문 지명타자를 적극 활용하는 팀들이 많았고, 포수 출신의 홍성흔(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코치)도 부상으로 인하여 포수 마스크를 벗은 이후 지명타자로 커리어를 마무리했을 정도다. 홍성흔은 FA 계약에서도 지명타자로 2번의 성공적인 계약을 이뤄냈다.

최준석도 4년 전 전문 지명타자로서 4년 35억 원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고향 팀인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와서는 4년 동안 87홈런 351타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타점 생산 능력도 뛰어난 클러치 히터였다. 2015년에 108볼넷으로 볼넷왕에 올랐을 정도로 출루도 많이 했다.

다만 타점 능력이 좋은 것에 비해 장타율이 크게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느린 발 때문이다. 보통 장타를 잘 생산하는 타자들은 홈런보다 2루타가 많은 편인데, 최준석은 워낙에 발이 느리다 보니 보통 다른 타자들이 2루타는 충분히 기록할 만한 타구를 치고도 2루까지 달릴 시간이 없다. 때문에 최준석은 통산 홈런(197개)에 비해 통산 2루타(174개)가 현저히 적다.

김태균(한화 이글스)도 원래는 3루수 출신으로, 현재는 1루수와 지명타자를 병행하고 있다. 나지완(KIA 타이거즈)의 경우도 전문 지명타자이기는 하지만 다른 야수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외야 수비를 병행하고 있다. 이승엽(KBO리그 홍보대사)의 경우도 삼성 라이온즈에 복귀하여 지명타자로 풀 타임을 뛴 경우도 있었지만 마지막 시즌에 다시 1루수로 주로 나설 정도로 어느 정도 수비 능력은 갖추고 있었다.

롯데에서도 이대호가 전문 지명타자로서의 가치가 있지만, 이대호 역시 1루수와 3루수 수비 경력이 상당하다(입단할 때는 투수 출신). 그런데 이대호와 최준석이 함께 라인업에 들어가면 타선의 파워는 강해질 수 있으나 스피드가 너무 크게 줄어드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대호와 최준석 둘 다 출루해 있을 때 다음 타자가 아무리 발이 빨라도 이들 때문에 장타를 날려도 많이 진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선행 주자를 추월하면 후위 주자가 아웃 처리됨).

그런데 2017년에는 이대호가 복귀했고, 2018년에는 넥센과 재계약하자마자 트레이드된 채태인이 왔다. 최준석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왼손 타자인 채태인과 오른손 타자인 이대호가 상황에 따라 1루수와 지명타자를 나눠 맡게 되면서 최준석은 롯데와 재계약하더라도 대타 요원 이외에는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최준석이 다른 팀으로 가게 될 경우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받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단 측에서는 최준석이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게 여러 방면으로 모색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세울 수 있는 타격 파워 이외의 다른 스탯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최준석을 다른 팀에서 쉽게 데려가려고 하지는 않고 있다.

개정된 FA 미계약자 규정,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

야구 규약 168조에는 선수의 계약 교섭 기간과 관련한 규정 중에 FA 미계약자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이전까지 규정은 1월 15일까지 원 소속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해외 리그 포함)과 교섭을 할 수 있고, 이 때까지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자유 계약 선수로 공시된다고 나와 있었다. 자유 계약 선수가 되면 다른 팀으로 이적하더라도 보상금이나 보상선수 없이 몸만 이적하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규약이 개정되어 이제는 미계약 기간이 3년이 지나야 보상금이나 보상선수 없이 다른 팀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1년을 뛰고 돌아온 황재균(kt 위즈)이나 2년을 뛰고 돌아온 김현수(LG 트윈스)의 경우 각각 롯데가 kt로부터, 두산이 LG로부터 보상선수를 지명했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이적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이다. 2년이 지나서 다른 팀과 계약하더라도 그 팀이 이전 소속 팀에게 보상선수를 줘야 한다는 뜻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입장에서 본다면, FA 미아로 시즌이 개막하더라도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선수들은 스프링 캠프가 시작한 뒤에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정규 시즌이 개막한 이후에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보상선수 + 직전 연봉 200% 또는 직전 연봉 300%의 기존 FA 보상 제도 역시 그대로 적용된다.

당장 겨울에 FA 미아가 되더라도 시즌이 개막한 이후라도 팀과 계약을 하면 선수 생활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그 만큼 늦어지기 때문에, 계약 이후 바로 전력에 투입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시장에 남아있는 5명이 언제쯤 다른 계약 소식을 전해올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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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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