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김강민

ⓒ SK 와이번스


자고로 스포츠에서 세대 교체는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좋다. 주전 선수의 이적과 부상 등으로 갑작스럽게 공백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준비가 덜 된' 선수가 주전 자리를 차지하면 팀 전력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야구 팬들이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이적한 롯데 자이언츠와 김태군(경찰 야구단)이 입대한 NC다이노스의 안방을 걱정하는 이유도 존재감이 컸던 주전 포수들의 대체 요원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SK와이번스의 외야는 세대교체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거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던 코너 외야수 한동민과 김동엽이 각각 29홈런과 22홈런을 터트리며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노수광은 외야 전포지션을 오가며 팀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밖에 정진기나 조용호 등 백업 외야수들의 발전 속도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신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기존의 주전급 외야수들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SK 왕조시대의 붙박이 좌익수였던 박재상은 2017년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박재상과 함께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또 한 명의 개띠 외야수 역시 2017 시즌 실망스런 활약에 그치며 팀 내 입지가 대단히 좁아졌다. 올해가 끝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게 되는 비룡군단의 '짐승남' 김강민이 그 주인공이다.

리그에서 흔치 않은 공수주를 겸비한 우타 외야수 김강민

경북고 시절 투수로 활약하던 김강민은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8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변신한 김강민은 2005년까지 1, 2군을 오가는 평범한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조동화 박재상 등과 함께 백업 외야수로 활약하며 1군에서 자리를 잡았고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후엔 뛰어난 수비와 주력을 인정 받아 주전 중견수로 중용됐다.

김강민은 프로에 적응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병역 문제를 일찍 해결하지 못했다. 입대 시기가 가까워오던 2010년, 김강민은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17 10홈런 72타점 23도루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고 시즌 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다. 2010년은 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 그리고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휩쓴 김강민 야구인생 최고의 한 해였다.

사실 KBO리그에서 외야수는 좌타자가 대세를 이룬다. 실제로 최근 7년 동안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21명의 선수 중 우타자는 단 2명(2015년의 유한준과 2016년의 김주찬)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리그에서 뛰어난 우타 외야수가 귀하다는 뜻이다. 비록 리그를 주름잡는 특급 선수는 아니지만 공수주를 겸비한 호타준족 우타 외야수 김강민은 눈에 보이는 성적보다 가치가 높은 외야수로 꼽혔다.

2011년 무릎 부상으로 80경기 출전에 그친 김강민은 2012년에도 타율 .272 5홈런 31타점로 부진하며 2010년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타율 .301 10홈런 55타점 10도루로 부활에 성공했고 FA를 앞둔 2014년에도 타율 .302 16홈런 82타점 32도루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 올렸다.

201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지만 SK로서는 김강민과 동시에 FA자격을 얻은 최정과의 계약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김강민은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SK는 팀의 간판 외야수 김강민을 섭섭하게 만들지 않았다. 김강민은 2014 시즌이 끝나고 4년 56억 원(옵션 12억 포함)이라는 거액을 받고 SK에 잔류했다.

신예들에게 뺏긴 자리, 무술년에는 되찾을 수 있을까

흔히 FA계약을 통해 팀에 잔류한 선수들을 향한 구단과 팬들의 시선은 계약 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수에게 FA계약이란 그 동안 팀에 헌신하고 기여한 부분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강하지만 구단과 팬에게는 앞으로 받게 될 연봉만큼 활약 해달라는 '기대'의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강민은 계약 첫 해 왼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96경기에서 타율 .246 4홈런 31타점으로 부진했다.

2016년 팀의 주장을 맡게 된 김강민은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298 10홈런 47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비록 SK는 6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강민 개인에게는 어느 정도 자존심 회복에 성공한 시즌이었다. 2017 시즌 활약을 통해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김강민은 2017년 88경기에 출전해 타율 .219 5홈런 18타점 10도루로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주전 중견수 자리를 노수광에게 내준 채 경기 후반 대주자나 대수비로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말 그대로 '연봉 6억 짜리 대수비'였던 셈이다. 김강민은 2006년 풀타임 1군 선수가 된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SK를 대표하는 외야수로서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더욱 큰 문제는 작년 시즌을 통해 SK가 외야 요원을 대거 발굴했다는 점이다. 한동민과 김동엽이 양코너를 지키고 있고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과 FA계약을 맺은 정의윤도 우익수 수비가 가능하다. 오늘의 김강민을 있게 한 중견수 자리에도 데뷔 첫 억대 연봉에 진입한 노수광을 비롯해 조용호 정진기 등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김강민은 SK의 주전중견수로 도약한 2007년 이후 많은 중견수 후보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주전 자리를 지켜 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김강민은 SK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빼앗기고 다시 도전하는 입장이 됐다. 이제 당연히 김강민에게 주전 자리가 돌아가던 시대는 지났다. 김강민이 올 시즌 10개 구단에서 가장 젊고 폭발력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비룡군단의 외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짐승'이라 불리던 시절의 존재감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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