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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단연 눈에 띄는 쪽방 현장전문가 이재안 복지사님. 그는 매일 노숙인과 홈리스들의 의료지원을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뛰어다니고 있다. 더불어, 9년 동안 부산에서 노숙인과 홈리스들을 도우면서 생겨난 많은 일들과 그 속사정을 너무나 잘 아실 것이기에 우리는 그와의 만남을 더욱 앞당기게 되었다.

최근에는 고독사 문제가 큰 이슈로 부상하여, 해결을 위해 서병수 시장의 방문을 도왔지만, 여전히 교착상태다. 이렇듯 많은 과제를 어깨에 짊어지고, 투덜대는 쪽방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심지어 조무래기 의대생의 인터뷰에 정중하고도 진지하게 답해주셨다.

쪽방 상담소에서 수줍게 미소를 띄고 있는 이재안 복지사님
 쪽방 상담소에서 수줍게 미소를 띄고 있는 이재안 복지사님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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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안 복지사님 안녕하세요. 설마설마했는데, 역시 현장에서 뵙게 되는군요. 저희는 '노숙인'과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인 의대생 동아리 라포트 입니다. 동구쪽방상담소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노숙인 및 홈리스들의 삶을 회복시키는 활동들을 하고 계신다고 하여 찾아뵜습니다.

"네. 귀한 발걸음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공동체를 사랑하는 사람 이구요, 생명 평화가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살고자 합니다. 20대까지는 거창한 거대 담론이나 이론들, 계획들을 가지고 이러한 활동들을 진행했지만, 요즈음은 꼭 그렇게 살지는 않아요. 머리 아프기도 하고, 아저씨들과 자연스레 이웃처럼 사귀다 보니.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인생에 좀 더 귀 기울이게 되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좋은 일만 있어 보이네요. (웃음) 가끔 욕을 먹을 경우도 있어요. 이웃이니까요. 50대 아저씨들도 때로는 어린 애들처럼 칭얼거리죠. 그걸 받아 줄 수 있어야 하지요. 쉽진 않으나 재밌게 즐기면 좋아요. 이웃 아저씨들이니까요."

-본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1973년생이구요. 초딩때 첫 꿈은 의사, 두 번째는 유전공학자가 되어 인류평화에 이바지하여 노벨평화상을 타는 거였죠. 20대 초반인가 평안을 심는 사람으로 저의 이름을 풀어서 그렇게 살고자 하고 있지요. 그러다가 기독교공동체 회복이 참 대안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어설프게 현실과 타협하며 살다가 상담소에서는 2009년 7월부터 일하게 됬지요. 결혼한 지 20년, 1998년, 2003년생 두 아들이 있지요. 현재는 풀꽃처럼 피어나고 강물 따라 흐르는 그런 공동체를 일구기를 소망하며 나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료관련 문제를 돕고 있는 이재안 복지사님.
 생각보다, 절차가 까다롭고 고려해야 할것들이 많아서 혼자 해결하다가 포기하는 쪽방주민들이 상당히 많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료관련 문제를 돕고 있는 이재안 복지사님. 생각보다, 절차가 까다롭고 고려해야 할것들이 많아서 혼자 해결하다가 포기하는 쪽방주민들이 상당히 많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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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떠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상담소에서는 주로 쪽방 주민들의 의료지원을 위해 현장 활동을 하고 있어요. 만성질환이나 알코올 고위험군에 속한 분들, 응급의료가 필요한 주민분들에게 의료 건강 관련 상담을 하고 병원을 입원하고 치료 잘 받으시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사후관리까지 해요. 돌아가시는 분들에 대해 장례지원 관련 일도 하고 있어요.

료지원 관련 부분에서는 제가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쪽방 주민들과 노숙인들에게 의료 접근성이 대단히 떨어지기도 하고, 병원을 다니는 과정에서 원무과와 소통이 안 되거나, 복잡한 과정 때문에 중도 포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꼭 옆에서 도와드려야 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십니까?
"고등학교 때 교회를 다녔었는데요. 한 번씩 노숙자들이 교회에 찾아오셨어요. 그런데, 도와드리기는커녕 노숙자들을 쫓아냈어요. 전 그 장면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노숙인들이 찾아오시면 사발면도 끓여드리고, 화장실도 몰래 사용하시게 하고 그랬었지요.

그러한 과정이, 저에게 교회의 새로운 모습을 꿈꾸게 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송은쉴터라는 모임을 통해 노인 무료급식 활동을 보조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분야임을 알게 됐고, 약자들과 함께하자는 마음을 다짐할 무렵, 2009년이죠. 동구 쪽방지원센터 소장님의 제의로 일하게 되었어요."

-지금 하고 계시는 활동들의 궁국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레짐작이지만, 결국에는 사람으로써의 삶의 회복과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빈곤을 없애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자본주의적이라고도 해야 할까 싶네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빈곤과의 싸움, 곧 투쟁은 어느 시민단체도 하기 부담스러워하죠. 덴마크 같은 나라들처럼 사회복지가 전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질 때까지는 계속 투쟁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성서에서 모세가 '불가축천민' 합비루와 함께 탈출한 사건 후 이스라엘 공동체의 살아감과 예수의 공동체 운동을 기반으로 공동체운동이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여러 분야와 연대 협력을 하게 되고, 가난하고 억눌린 자를 조금이라도 해방시키는 일에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빈곤과 더불어 '건강' 또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현재 '동구' 주민들의 건강권에 대해서는 어떠한 고민이 있으십니까?
"실제 질병도 문제지만, 심리적 정신적 건강도 큰 영향을 미쳐요. 쪽방 주민들은 인생의 산전수전 다 겪으신 분들이죠.  좁은 방에 홀로 남게 되면, 아물지 못한 아픔들이 스스로 체념하게 만들고, 심리적 열등감, 해봤자 안될 것이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봅니다. 육체적 건강 이전에 사고방식의 노예화 권력에 순응하는 심리상태를 벗도록 해야 한다 봅니다. 고독사 문제도 그러하지요 그래서 의사소통도 되지 않고 홀로 세상을 등지게 되죠. 여러분들 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 선생님들과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조언받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네. 그 부분에 답을 얻었다면, 저희도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았을까 하네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질문을 조금 이어가 보겠습니다. 간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정신건강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나 정신건강은 사회 내 인간관계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요. 그러한 점에서 미루어 볼 때 부산의 '노숙인 지원사업'은 어떠한 양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정된 주거복지와 정신건강상담과 의료적인 기반 체계 정비가 절실합니다. 이제는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오늘 함께 보셨다만, 쪽방 주민들이 의료기관을 사용할 때 특히 심리적인 벽이 엄청 크지 않던가요. 이런 부분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겠고요. 더불어, 기관과 단체들의 '어차피 안될 거다' 식의 관성적인 태도도 지양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노숙방지와 지역사회인으로서의 정착을 위해 잠깐 초심으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고독사 관련 켐페인중인 서병수 부산시장
 고독사 관련 켐페인중인 서병수 부산시장
ⓒ 부산광역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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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홈리스와 노숙인' 고독사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장차 의사가 되었을 때도 수없이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기도 해서 전도사님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참 고민이 많지요. 고독사의 문제는, '관심' 과 '실천'이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요. 시민사회단체와 고독사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이 없어서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장례문제도 있습니다. 장례는 가족들의 참관하에 화장을 하고 식을 치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긴 노숙인은 참 난감한 상황에 봉착해요. 왜냐하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장례를 치르는 것 자체가 불법이거든요.

일례로, 노숙인 한 분이 응급실에서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영정사진도 없고 가족도 찾질 못해서 다른 관련 단체들과 함께 장례를 치는데 참 기분이 찜찜하더라구요. 우리가 하는 행위들이 불법 인 것인지... 현재는 서울 홈리스 행동이라는 곳에서 그 규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고독사 예방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제도. 인간다움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삶과 그 끝이 알려지고 지역사회 내에서 오롯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대들은 '88만 원 세대'에서 '77만 원 세대'로 몰락하였다고 하는데요. 노숙인과 홈리스들이 겪는 문제들이 결국 20대들에게 빠르게 덮치지 않을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도 듭니다. 이렇듯 노력하는 삶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경제적 빈곤도 있지만, 관계의 빈곤이라고 아세요? 팍팍한 경제적 상황에, 주변과의 관계망마저 부재하게 되면 그 누구도 절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거에요. 맞아요, 여러모로 참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복지의 수준만으로 빈곤에 처한 20대들을 회복시키기도 어려울 겁니다. 특히, 아직까지는 빈곤이 사적인 부분으로 치부되어 많이 숨어있어요. 하지만, 언젠가 많이 드러날 겁니다.

그래서, 공간과 커뮤니티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의 한 비영리사회단체의 경우 청년들에게 '취업상담' '심리상담' '공동주거주택' 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들의 문제를 수면위로 드러내고,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1인 가구 커뮤니티를 형성해주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무리 하니, 벌써 시간은 오후 5시. 아침 10시에 만나고 오후 5시에 마친 인터뷰는 내 인생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터뷰는 부산대병원 로비, 약국 근처, 그리고 부산의료원 셔틀버스를 옮겨가며 이루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면, 그의 일상에 흠뻑 젖어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연이어 들이닥칠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노숙인과 홈리스의 인생사를 낱낱히 들여다 보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


태그:#홈리스, #노숙인, #쪽방, #의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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