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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가 11일 오전 10시, 유성경찰서 앞에서 발족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유성경찰서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2차 피해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가 11일 오전 10시, 유성경찰서 앞에서 발족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유성경찰서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2차 피해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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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 대전에서 한 여중생(16)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여중생은 지난 해 2월부터 성인 남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했다.

당시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는 여중생이 숨지기 한 달 전부터 '학교 측의 인지-경찰 수사-해바라기 센터지원' 등 지원시스템이 가동됐는데도 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이유에 주목했다.

공대위 파악 결과 해당 학교와 교육당국, 경찰은 오히려 여중생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전해바라기센터 또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우선 학교 측과 대전시교육청은 한 달 전 사안을 인지했지만, 경찰과 해바라기센터에 연결하는 것 외에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았다.

피해 여중생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사건에 연루된 같은 반 학생과 분리해 달라는 요구마저 들어주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학교장 권한이라며 방관했다. 게다가 시교육청 관계자는 숨진 여중생이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거나 '성폭력이 아니'라는 말까지 쏟아냈다.

경찰은 보복, 협박, 극단적인 선택을 염려한 피해 여중생 학부모가 수시로 문의를 했지만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오히려 피해 여중생이 '조건만남'을 했다며 피해자로 보지 않았고, 피해 여중생에게 '무고죄로 더 크게 걸릴 수 있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또 가해자로부터 보호를 요청했지만 중립적인 입장을 강조하면서 조사가 끝나야 보호조치가 가능하다며 묵살했다. 경찰은 피해 여중생이 목숨을 끊고서야 범인 검거에 나섰다.

성폭력 원스톱지원기관(상담, 조사, 의료 제공. 법률 지원 등)인 대전해바라기센터는 피해 여중생이 겪을 두려움과 수치심을 배려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피해 여중생이 목숨을 끊기 전 해바라기센터와 상담하며 '죽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대전해바라기센터의 사실상 책임자인 부센터장과 직원들은 자신들이 지원을 하던 여중생이 죽음을 선택했음을 알고서도 장례식장이 아닌 통영에서 열린 2박 3일 일정의 힐링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가 흘렸다. 그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대전지방경찰청은 내부 감찰TF팀을 구성했다. 감찰TF팀은 조사를 통해 담당 형사를 징계하고, 해당 수사 팀장을 인사 조치했다. 소속 과장에 대해서는 구두경고 했다.

대전경찰청장은 유족들을 만나 드러난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또 초기 수사 대응 상의 문제점을 토대로 성폭력피해 수사 매뉴얼 점검과 수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여중생이 다니던 해당 학교에는 '사망 학생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여중생의 유가족은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를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소,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 또한 동부관 내 중학교 중 23개 학교 119개 학급을 대상으로 학교성폭력예방교육을 벌였다. 예방교육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강당 집단 강의가 아닌 개별 학급 대상 교육으로 진행됐다.

대전해바라기센터의 경우 책임자인 부센터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지난달까지 사임하겠디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중생의 아버지는 "대전해바라기센터 부센터장으로부터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며 "책임이 있는 만큼 사임 여부를 지켜 보고 만약 사임하지 않을 경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학교 당국, 해바라기센터가 각각 서로 미루지 않고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아이의 희생을 계기로 각 기관이 거듭나 내 딸과 같은 허망한 희생이 더는 없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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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전시교육청, #성폭력, #피해 여중생, #해바리기센터, #대전시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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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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