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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2시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 블랙박스 수거 등을 촉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2시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 블랙박스 수거 등을 촉구했다.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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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0만인 국민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실종자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며 서명을 받아온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회견에서 "칠순을 넘긴 아버님들을 비롯한 가족들은 여름날 땡볕과 추운 한파 속에서도 자식들이 살아 돌아오길 염원하며 눈물로 서명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지난 1993년 건조된 스텔라데이지호는 세월호가 뭍에 올라오던 지난해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뒤 한국인 8명과 필리핀 14명 등 총 22명의 선원이 실종됐다. 가족들은 "현재 구명벌(구명보트) 2척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구명벌에 비상식량과 낚시도구, 응급의료장비 가 탑재돼 있어, 실종자들이 이 중 한 척에 탑승했다면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은 "우루과이 해안구조센터에 따르면 4월 9일 미국 P-8 초계기가 구명벌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외교부는 4월 10일 그 사진을 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폴라리스쉬핑(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은 구명벌이 기름띠라고 언론에 제보하면서 일부 언론이 그 기사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또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으로 '수색 촉구'를 접수했지만 관료들은 이전 정권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이들로, 예산이나 선례가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수색에 대한 실질적 조치는 아무것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2018년 예산에서 심해 수색 장비 투입 예산으로 여야의원들이 합의한 50억 원마저 전액 삭감됐다(관련 기사: "자식 생사가 먼저인데... 눈보라 친다고 포기하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한 책임'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과 그 가족들에게도 적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족들은 ▲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 ▲ 미군 초계기가 찍은 사진을 가족에게 공개 ▲ 폴라리스쉬핑과 이전 정권의 초기 대응에 대한 수사 ▲ 사고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 수거 ▲ 해외 조난 사고에 대한 국가의 대응 매뉴얼 마련을 촉구했다.

다음은 실종자 가족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문 전문.

문재인 대통령님께

대통령께서 취임하시던 5월 10일, 청와대 1호 서한문을 전달했던 저희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2018년 새해 첫 서한문을 다시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저희는 희망고문 속에서 매일을 힘겹게 이어왔습니다. 칠순의 부모님들은 실종선원에 대한 재수색을 촉구하기 위해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던 한여름을 지나 회오리 눈바람이 몰아치는 오늘까지 매일 광화문에서 8시간 이상 눈물로 서명을 받았고 이에 10만이 넘는 국민들이 호응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염원과는 반대로 정부에서는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9개월째 눈물 마를 날이 없는 가족들의 심경을 널리 헤아려 주시어 부디 아래 두 가지 사항을 조속히 시행해 주십시오.

1. 미 해군이 발견했던 구명벌의 실체를 밝혀주십시오.
우루과이 MRCC(해난구조센터)의 공문에 의하면 4월 9일 미국 P-8 초계기가 구명벌(yellow-orange raft)을 발견했고, 4월 10일 오전 외교부는 미국으로부터 그 사진을 받아 가족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10일 오후, ㈜폴라리스 쉬핑은 '구명벌이 아니라 기름띠로 확인됐다'는 것이 공식 발표라면서 언론에 제보했고, 언론사들은 정부에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일제히 그 기사를 확정 보도했습니다. 선사의 의도된 언론 플레이로 인해 구명벌이 기름띠로 둔갑해 버린 것입니다.

미 해군에 의하면 P-8 초계기가 착륙한 후'closer inspection'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저희에게 그 'closer inspection'의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시켜 주십시오.

실종선원 가족들은 남대서양 어디에선가 미해군이 발견했던 구명벌이 떠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부디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을 헤아려주시어 미 해군이 발견했던 구명벌의 실체를 꼭 밝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주십시오.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하여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어 제3의 세월호, 제2의 스텔라 데이지호를 막아주십시오.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추측만 난무한 상황에서 선사 ㈜폴라리스 쉬핑의 대표이사는 공공연히 선원들이 황천항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고원인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를 회수해야 합니다. 자동차 사고가 날 경우 블랙박스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적인 절차인데, 대한민국 정부는 선박 사고의 경우 블랙박스를 회수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선박이나 비행기 침몰 시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하여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외국에서는 당연한 절차입니다. 2009년 대서양에서 찾아낸 에어프랑스 447기의 블랙박스는 항공안전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단초가 되었고, 2016년 미국 화물선 엘파로호의 블랙박스는 사고 당시 상황을 완벽하게 확인하고 침몰원인을 밝혀내게끔 했습니다.

실종선원 가족들은 지난 3개월간 국회에 매일 출근을 하며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장비 임차 투입 예산 50억 원이 예결위에 상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야의원들이 합의한 이 예산안은 정부와의 최종 협상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와 똑같은 유조선을 개조한 화물선이 여전히 국내에서 27척이나 버젓이 운항 중이며, 탑승선원 천여 명의 안전이 경각에 달려 있습니다. 전세계 유조선을 개조한 화물선 중 첫 침몰사고였던 스텔라 데이지호의 사례를 거울삼아 사고원인을 밝혀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블랙박스 회수가 필수입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더 큰 희생과 비용을 감내하는 결정은 얼핏 무모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비합리적일지 모를 결정 덕분에 국민들은 국가를 믿고 의지하며 충성하게 됩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대통령님께서 만드시는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 가치있는 존재로 존중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례를 세워주십시오. 그래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대통령님 취임 1호 민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 5월 1일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당선되면 스텔라데이지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는 가족의 애원에 대통령님께서는"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주셨고, 저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말씀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영흥도 낚시배 사건에 대해 '국가책임'을 말씀하셨을 때, 저희 가족들은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님의 굳은 의지에 감동했습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체제 하의 소극적이고 무능한 대처 때문에 여태껏 피눈물 흘리고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도 대통령님의 가슴 안에 포용해주십시오.

2018.01.02.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 일동


태그:#스텔라데이지호, #외교부,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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