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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 <100분 토론>으로 유명했던 손석희 앵커가 종합편성채널로 간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당황했다. 당시 종합편성채널의 입지는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했고, 손석희 앵커의 성향이 비교적 다른 방송 매체보다 보수적인 종합편성채널과 맞을지도 의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손석희 앵커가 '전향'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고, 어떤 사람들은 토사구팽당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지금 돌아보면, 손석희 앵커의 종합편성채널 진출은 적어도 실패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갑자기 보수적인 사람이 되지도 않았고, 이미지 관리용으로만 쓰이고 버려지지도 않았다.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찾기 어려웠던 시절, 그는 <뉴스룸>에서 자신만의 특색있는 방송을 만들었다.

손석희라는 스타를 전면에 둔 뉴스룸은 기존의 형식을 타파한 새로운 방송이었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뉴스룸도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이 절대 아니다. 손석희라는 사람 한 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사람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였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 임경빈,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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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는 JTBC 방송 <뉴스룸>의 뒤를 지킨 임경빈 방송 작가가 뉴스룸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어두웠던 시대에 위로가 되었던 프로그램, 뉴스룸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람들은 뉴스를 본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석에서 말하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뉴스에서 전달된 이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뉴스룸은 '틀어 놓는 뉴스'가 아닌, 사람들이 술자리 테이블에서 뉴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뉴스'를 시도했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본방사수를 했고, 뉴스가 끝나면 뉴스룸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뉴스룸이라고 처음부터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종합편성채널로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나친 보수성이나 시청률을 얻기 위한 선정적인 보도를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방송 작가들이 찾아가면 말없이 응대를 거절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JTBC는 이런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 차근차근 나아갔다. 우선 그들은 시청률 위주의 방송을 진행하지 않았다. 때문에 세월호 관련 보도를 진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눈물을 흘리며 처절한 과정을 담아 뉴스로 만드는 사이, 뉴스의 시청률은 1%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그들은 세월호 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한동안 4%를 유지하던 시청률은 우직하게 세월호 관련 뉴스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날이 갈수록 내려갔다. 1%대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손 앵커는 끝끝내 세월호 소식을 빼지 않았고 고집스럽게 팽목항을 연결했다. 당시에는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도 했다. 바뀌지 않는 상황을 놓고 매일 고통스러운 현실을 정리해 나가는 일이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 94~95P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속절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끝까지 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저자는 그렇게 고집스럽게 보도를 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JTBC가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시청자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보도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도를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신뢰는 최순실 스캔들까지 이어져서 JTBC를 사람들이 신뢰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단순한 보도자료 전달이 아닌 '팩트체크' 코너를 만든 것도 신선한 시도였다. JTBC 팩트체크팀은 직급 구분 없이 모두 함께 일한다. 이들은 뉴스 내용에 대해 서로서로 체크하고, 토론과 정보 공유를 멈추지 않는다. 원고를 만드는 과정도 팀원들과 공유한다. 원고 초고를 만들어 내면 CG 디자이너와 PD가 회의에 들어간다.

초고가 나온 후에도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서 논리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하는 '레드팀'이 다시 검토한다. 최종 원고가 나오면 출력해서 사장실에 들어가 손석희 앵커의 검수를 기다린다. 손석희 앵커는 원고를 최종 검수하고 방송에서 나올 수 있는 의문점을 미리 지적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팩트체크로 가짜뉴스와 싸우고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갔다.

그리고 뉴스룸은 다른 뉴스보다 깊게 들어갔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 단신으로 내용을 설명하고 끝내는 뉴스를 만드는 대신, 그들은 쟁점을 정리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여야 정치인들을 출연시켜서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당의 주장의 진위를 따져보고, 이야기 뒤에 숨겨진 비하인드까지 묶어서 한 덩어리로 뉴스를 보냈다. 뉴스를 덩어리로 만들어서 표면을 뚫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런 모든 노력이 JTBC와 손석희, 뉴스룸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방송으로 뉴스룸을 택했다. 그리고 그런 신뢰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서도 빛을 발했고, 촛불 시민들도 JTBC를 환대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이 방송국에 보여주는 태도도 달라졌다. JTBC 기자들에 대한 반응은 환영과 칭찬 일색이었다. 촛불 집회가 이어지던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JTBC 기자들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환대를 받으며 말 그대로 '시민 속으로' 들어가 방송을 진행했다. 초등학생들까지 기자들을 에워싸고 환호와 격려를 보냈다. 그 에너지는 그대로 기자들에게 전달되어, 자신감 있고 밀도 있는 보도로 돌아왔다." -36P

이 책에는 냉대를 받다가 환대를 받게 된 사람의 마음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방송 뒤에서 일하는 방송 작가로서 어려움도 많았고 하루하루가 바쁜 나날이었다고 한다. 결국 그 오랜 노력이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되었기에 헛수고는 절대 아니었다고 보아야겠다.

물론 JTBC와 뉴스룸에 대한 비판이 상당수 존재한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각 후보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고, 논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두웠던 시기를 밝혔던 방송이 있었다는 사실은 잊기 어려운 사실이다.

새로운 정부에서 뉴스룸이 어떤 보도를 이어나갈지, 먼 훗날에 손석희 앵커가 없어도 뉴스룸이 잘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그들이 신뢰라는 자산을 기반으로 깊게 파고드는 뉴스를 계속 운영해 나갔으면 좋겠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 뉴스룸 뒤편에서 전하는 JTBC 작가의 보도 일기

임경빈 지음, 부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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