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탄생한 영화 <쥬만지>가 22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다. 오는 1월 3일 국내 개봉하는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우연히 '쥬만지'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간 네 명의 아이들이 게임 속 아바타가 되어 저주 내린 쥬만지를 구하고 게임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21일 오후 서울 건대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쥬만지: 새로운 세계>(아래 <쥬만지>) 언론시사를 다녀왔다. '재미에 초점을 맞춘,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라는 처음 생각은 영화 끝부분에 이르러서는 '재미에만 머물지 않는 영화'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잭 블랙, 드웨인 존슨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와 자연경관, 생생한 시각효과도 볼거리다.

하와이 로케이션, 실사 같은 시각효과


제이크 캐스단 감독과 제작진은 사실감 넘치는 화면을 담아내기 위해 하와이의 정글과 해안가, 협곡 등 신비로운 분위기의 자연을 찾아가 로케이션 촬영했다. 공들인 만큼 <쥬만지>는 그 드라마틱한 배경 덕분에 관객으로 하여금 정글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 이런 생생한 배경은 영화 속 게임에 빠져들기 전의 '현실'과 완전히 대조되며 탐험적 상상력을 배가한다.

이러한 실제 정글 촬영에 컴퓨터그래픽 시각효과가 더해지며 모험의 세계는 풍성해진다. 코뿔소, 뱀, 코끼리, 재규어 등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실제 움직임, 질감, 느낌 등 여러 측면에 있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특히 극 중 악역 반 펠트의 입에서 전갈이 나오는 장면 등 해충, 설치류 등의 묘사는 악인의 무서운 존재감을 부각하며 오싹함을 자아낸다.

1996년 개봉한 오리지널 <쥬만지> 역시 당시에 시각효과에 공들인 영화다. 오리지널 영화에선 상상 속의 동물들을 영화 속의 현실로 불러내기 위해 다양한 효과가 시도됐다. 이번 후속 영화의 경우, 시각효과를 담당한 제롬 첸은 오리지널 <쥬만지>의 시각효과 감독이었던 켄 랄스톤의 제자이기도 하다.

네 안의 거인을 깨워라



만약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겁 많고 자존감 낮고 용기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용감하고 현명하고 정의로운 영웅이 되는 건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쥬만지>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되는 것처럼 낡을 껍질을 벗고 새로운 내가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심각하고 교훈적으로 가르치기보단 모험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 안에 꽤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영화는 재미 혹은 스릴을 주는 것만으로 그치는 단순하고 가벼운 영화로 남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모든 감독들이 꼭 잡고 싶어 하는 토끼 두 마리가 있다면 그건 '재미'와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쥬만지>에서 '의미'가 차지하는 무게는 생각보다 묵직하다. 상대의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는 법, 두려움 앞에서 스스로를 설득하는 용기,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 나와 타인을 믿는 법,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거인을 깨우는 일 등을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한다.

이 영화가 모험을 그려내는 스토리는 너무 뻔하고 단순해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부분은 다소 실망이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외의 선물 같은 영화다. 특히, '새로운 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더욱 간절하게 품게 되는 연초에 보기 좋을 듯하다. 이 영화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내고 그것을 용기 있게 살아내도록 북돋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