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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 조각가가 그녀의  한지 조각작품 '소통' 앞에서 포즈를 쥐했다.
 김영란 조각가가 그녀의 한지 조각작품 '소통' 앞에서 포즈를 쥐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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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이 국내․외 조각가들 사이에서 화제다. 국제조각심포지엄을 1998년부터 20년 째 개최해 문화와 조형예술도시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무 살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세상에 첫 선을 보이고 걸음마를 떼고 십대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 해다. 지난 14일 이천에 있는 작업장에서 김영란 제20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예술감독(아래 조각가)을 만났다. 마침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평가회가 끝난 며칠 후였다.

"이천은 조각가로서 고마운 도시에요. 조각가들에게 20년 동안 지원을 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이천시민과 조각심포지엄추진위원회, 지역미술단체, 이천시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특별히 2017년 심포지엄은 여느 해보다 국내는 물론 해외조각가들의 참여와 관심이 뜨거웠어요. 참여작가들은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했고요."

제20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은 조각작품 제작 전 과정 공개, 조각도슨트 작품 해설 등으로 조각가와 시민이 조각작품과 예술 대해 함께 호흡하고 즐겼다는데 호평을 받았다.

인터뷰는 심포지엄에서 김영란 조각가의 작품세계로 이어졌다. '자연과 인간 사이', '떠남과 드러남', '안과 밖- 의미의 진동' 등의 주제로 철과 유리 등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던 김영란 조각가는 1994년부터 한지(닥종이)에 몰두했다. 한지는 조각가에게 거리가 있는 재료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이고 질감이 주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이 이유였다.

김 작가는 사계절 자연의 변화와 일상의 사물을 접목한 한지조각 작품을 만들며 조각 실험을 거듭했다. 한지와 유리, 금속이나 나무 혹은 특정 재료에 국한하지 않고 부조와 입체미를 살린 오브제와 입체형태 등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품 한 개가 탄생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작업 과정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김영란 조각가의 '담다- 마음의 소리'
 김영란 조각가의 '담다- 마음의 소리'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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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 마음의 소리' 작품은 '내 귀는 소라껍데기/ 바다 소리 그리워라'// 라는 장 콕토(Jean Cocteau)의 시의 의미를 작품에 적용했어요. 용도가 의미를 주고 의미가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거죠."

작업장을 둘러봤다. 유리와 철로 된 작품에서 불이 켜지니 은은한 빛이 새어나왔다. 흰색 한지로 조각한 손, 하얀색 한지 바구니와 그 안에 마주보고 앉아있는 도톰한 새들, 화사한 꽃밭 속에 놓인 소파와 그곳을 찾아 날아온 나비 부조 액자작품 등이 눈에 들어왔다.

작품에 시선을 오롯이 모았다. 기품 있고 고아한 아름다움이 물씬 풍겼다. 분주하게 달려온 고단한 순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추억 속 아름다웠던 시절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김영란 조각가의 한지조각 작품 '쉼'
 김영란 조각가의 한지조각 작품 '쉼'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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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이었어요. 대학원까지 마치고 학교에 강의하러 나가면서도 조각가로서 정체성이 흔들리더군요. 어떤 것도 위로가 안 됐는데 그때 해외여행을 갔어요. 유럽의 미술관, 대학교 등 예술과 관련된 여러 곳을 찾아다녔죠. 그 당시 몸소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부딪힌 것이 조각가로서 존재감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키워줬어요. 작품 활동에 소중한 자양분이 됐지요."

김영란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대학원 졸업(1979~1985)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매해 쉼 없이 전시회를 열며 서울에서 살던 김 작가는 20년 전 이천의 한적한 산 아래에 터를 잡았다. 이천이 편안하고 자연이 있는 공간이 좋아서였다.

"이곳은 사방이 제 작품의 소재에요. 싹이 나고 자라서 꽃을 피우는 생생한 현장을 볼 수 있어요. 지금은 눈에 덮여 잘 보이지 않지만 저 마당에 할미꽃 다섯 뿌리 심었는데 어느 봄날 온 마당에 퍼져 있더군요. 자연의 신비죠."

 김영란 조각가의 한지 조각작품 '끌림'
 김영란 조각가의 한지 조각작품 '끌림'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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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조각가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강조한다.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피어나는 데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지요. 손도 마찬가지에요. 손의 모양에 따라 전해지는 의미가 달라지잖아요."

2017년에 이어 2018년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예술감독 김영란 조각가는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의 결과물인 250개 조각 작품이 시민은 물론 이천을 찾는 관광객의 예술적 감성을 두드릴 것을 기대한다. 이천이 국제적인 조각도시로 거듭나기를 꿈꾼다.

집에 돌아와 김영란 작가의 작품과 작업장을 떠올렸다. 김 작가의 작업장 뒷산과 마당의 풀과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함박눈이 영화처럼 내릴 때 산새들의 몸짓, 달과 별이 또렷이 보이는 얼음골의 저녁 풍경 등이 그려졌다. 과연 그녀의 작품에서 묻어온 뭉근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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