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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흔히 널려있으나 공짜라서 발에 채이는 것들 중 감사라는 녀석을 나는 한번 품고 살아보기로 했다.
 세상에 흔히 널려있으나 공짜라서 발에 채이는 것들 중 감사라는 녀석을 나는 한번 품고 살아보기로 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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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얼굴을 외로 꼬며 외계인의 토사물같은 내용물을 쏟아버린다. "휴" 한동안 참았던 숨을 급히 들이키며 핑 어지럼증을 느낀다. 후련한 기분으로 돌아서며 도망치듯 냄새나는 영역을 벗어난다. 그럼에도 한편, 이렇게 골치 아픈 쓰레기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수도꼭지를 틀어 콸콸콸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에 비누를 풀어 얼굴을 깨끗이 씻고 정갈하게 닦는다. 보드라운 피부가 한결 맑아보인다. 늘어진 화초에 물을 흩뿌려 싱그럽게 살아오르는 생기를 느낀다. 끝없이 용솟음치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이처럼 걱정없이 마음껏 물을 쓸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이런 내가 이상한 걸까.

대부분 별 생각없이 당연하게 누리고 사용하는 것들이라 새삼 감사하다 하면 어디서 나타난 별종이냐 참 별스럽게 군다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화장실의 변기나 길거리 휴지통, 싱그러운 공기, 아름다운 호수의 물비늘, 촉촉한 비, 잘 자라준 나무 등등 사소하게 소리없이 존재하는 것들이 참 감사하다. 그 감사함이 억지스럽지 않고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순수한 감사라서 더 감사하다.

언제부터 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이 낮아진 때문인거 같기도 하고 물이 귀했던 나라에서의 잠깐의 체류가 한수 가르쳐준 거 같기도 하다. 혹은 꽤 긴시간 앓다가 일어난 어느날, 문득 작은 깨달음으로 모든 게 감사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불행하다고 느낀 날에는 잠시 감사함을 잊었구나 생각하기도 했던거 같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일은 아니다. 모든 일은 조금씩 조금씩 켜켜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의혹이 일지 않고 화성에 떨어진 이방인같은 낯설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깊고 깊은 우물속에서 길어올려진 물음들은 길을 가다가, 같이 웃다가, 잠결에 깨어 문득 문득 나를 흔들어 깨운다.

그래서 였을 것이다. 세상에 흔히 널려있으나 공짜라서 발에 채이는 것들 중 감사라는 녀석을 나는 한번 품고 살아보기로 했고 살아보니 나도 점점 행복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왔다.

이것이 나의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감사에 대한 변명이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헛헛할 때 두리번 두리번 찾아보면 여기저기서 별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보일 것이다. 감사, 사랑, 배려, 미소 등등. 아무 별이나 한 개 주워도 그것은 우리의 삶을 넘치게 충만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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