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와 방송인 류시현

43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와 방송인 류시현 ⓒ 서울독립영화제


이명박 정권 때는 좌파 척결 공세로, 박근혜 정권에서는 블랙리스트로 많은 탄압을 받았던 독립영화였지만 꿋꿋이 버텨낸 독립영화인들에게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결 여유로운 듯했다. 독립영화에 '경기'를 일으키던 정권도 바뀌었고, 18년 동안 이끌었던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명예롭게 자리를 넘겨주면서 새로운 집행위원장의 첫 영화제기도 했다. 전임 집행위원장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으로 참석해 금의환향했다. 영화인들의 눈초리를 받던 이전 영진위원들과 비교하면, 환대받는 영진위원들은 영진위의 바뀐 모습을 실감하게 했다.

서울독립영화제가 11월 30일 저녁 서울 CGV 압구정에서 개막식을 갖고 43회 영화제의 막을 올렸다. 17년 째 사회를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와 13년째 사회를 맡고 있는 방송인 류시현의 진행으로 개막 영상과 인디밴드 '9와 숫자들'의 축하공연,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의 개막선언, 이준동 영진위 부위원장의 인사말 등이 이어졌다. 영진위 정상화가 아직 다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올해 개막식은 안팎의 여건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면서 예전보다 한결 여유롭고 산뜻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전 정권에서는 독립영화 자체가 블랙리스트

관객들과 함께 개막선언을 한 고영재 대표는 올해 유명을 달리한 고 박종필 감독이 생각난다며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 출범의 밑거름 역할을 한 박 감독을 회상했다. 장애인과 빈민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던 박 감독은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2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지난 여름 타계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고 박종필 감독 특별전을 개최한다.

또한 현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 대표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었는데, 또 다른 국가가 존재하고 있었다"면서 영화계를 대표해 블랙리스트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고 대표는 이번 영진위원장 공모에 출마한 지원자들에 대한 영화인들의 공청회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영진위원장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데, 오석근 감독과 권칠인 감독 두 명이 지원한 상태다. 지난달 29일에는 이들에 대한 면접이 이뤄졌다.

고 대표는 "영화계 구체적 현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대통령이나 장관이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것보다는 영화인들이 위원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영진위를 앞으로의 어떻게 개혁할 건지, 구체적인 계획과 자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자"며 "이를 통해 영진위원장 선임에 영화계의 뜻이 수렴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영진위 직무대행인 이준동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임 정권에서 독립영화 자체가 블랙리스트였고, 독립이란 말자체가 금기어였다"며 그간 잘 버텨온 독립영화인들을 격려하고,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에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배우 이영애, JTBC <전체관람가> 출연료 기부

 30일 저녁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43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을 소개하고 있는 김동현 집행위원장(왼쪽)과 개막작을 연출한 감독과 배우들

30일 저녁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43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을 소개하고 있는 김동현 집행위원장(왼쪽)과 개막작을 연출한 감독과 배우들 ⓒ 서울독립영화제


올해부터 서울독립영화제를 이끌게 된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소개를 위해 단상에 올라 위원장으로서 첫 신고식을 마쳤다. 개막작으로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제작지원 프로그램으로 선정한 세 편의 단편영화가 <너와 극장에서>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감독이 참여해 독립예술영화극장을 매개로 한 작품을 선보여 호평 받았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올해 슬로건은 'MADE IN NOW'다. 환희의 순간도, 투쟁의 기억도 외면하지 않고 지켜온 오늘의 영화를 주목하며 지금의 영화가 앞으로의 독립영화를 밀고 나갈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외 작품 110편이 상영되며 출품작 중 여성감독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7%로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다.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의 국내 영화제를 결산하며 주요 영화제 수상작과 화제작들을 망라해 해마다 관객들의 관심이 상승하고 있다. 배우 이영애가 JTBC <전체관람가> 출연료 전액을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기부해 훈훈한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21세기 대한민국‘ 부분의 며느리(이영애 분).

배우 이영애 ⓒ SBS


43회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12월 8일까지 CGV 압구정과 종로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영화상영 외에 '독립영화 제작과 배급에 대한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포럼과 블랙리스트를 넘어 새로운 영화정책을 고민하는 토론 시간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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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회 서울독립영화제 포스터

43회 서울독립영화제 포스터 ⓒ 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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