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세계 최초 한국이 6시즌 연속 결승 진출, 5시즌 연속 우승, 3연속 결승 내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동시 접속자 750만 명을 기록한 5년 연속 전 세계 1위 게임이다.

전 세계 1위 게임에서 6년 동안 한국은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e스포츠 분야의 우수한 실적에도 게임은 중독을 유발한다는 여성가족부에서는 2017년 4월 21일 심야시간대 인터넷 게임의 제공시간을 제한하는 일명 '셧다운제'를 2019년 5월 19일까지 연장하였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자정~오전 6시) 온라인 게임 이용을 제한하여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예방과 수면시간 보장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위해 제정되었다.

'셧다운제' 정책의 그늘, 청소년 수면 보존 효과는 입증되지 못하고...

 지난 9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막한 e 스포츠월드 챔피언십 국가대항전에서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회의 공식경기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LOL), 카운트스트라이크(CS:GO), 철권7 등 3종목이다.

지난 9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막한 e 스포츠월드 챔피언십 국가대항전에서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회의 공식경기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LOL), 카운트스트라이크(CS:GO), 철권7 등 3종목이다. ⓒ 연합뉴스


셧다운제 의도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주로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e스포츠 발전 저해 두 가지 문제가 논란이다.

첫째, 셧다운제는 심야시간 게임 이용 시간 감소를 제외하면 본래 목적이었던 인터넷 게임 중독 방지와 청소년의 수면 시간 보존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 명의도용과 같은 부작용들도 발생했다. 2011년부터 시행된 셧다운제의 지난 6년간 평가를 살펴보자.

우선 공공기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2012~2014년 셧다운제 시행으로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률이 4.44% 감소했고, 2014년 기준 26만7794명의 청소년이 게임 과몰입 상태에서 구제됐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셧다운제 적용을 통해 심야시간 청소년 게임 이용을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반면, 2016년 셧다운제 효과성 분석 평가에서는 청소년 인터넷 게임 이용 시간 감소와 셧다운제와의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2012년 게임 셧다운제의 문제점과 개선에 관한 연구에서도 "게임 중독에 빠지는 원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게임 시간 통계만으로 셧다운제가 효과 있다고 발표하는 것은 정확한 결과가 아니며,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이라는 정책 목표에 이르지 못하는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

추가적으로 셧다운제로 인한 부작용도 생겼다. 셧다운제의 부작용으로 청소년들의 타인 명의 사용 경험이 증가했다.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한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명의 도용 범죄를 발생시킬 수 있다.

셧다운제의 효과성 입증 논란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중국, 태국에서도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셧다운제 도입 부작용으로 전면 폐지됐다. 중국은 2007년 미성년자 대상으로 게임 접속 5시간 이후 게임 접속이 차단되는 '온라인게임중독 방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중독 방지 시스템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도용, 해외 서버 접속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명의 도용은 범죄 행위이며 셧다운제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게임에 과몰입 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후 중국에서는 온라인 게임 중독 방지 시스템을 전면 폐지하였다.

태국에서는 실효성 문제로 폐지됐다. 태국은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중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2003년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셧다운제를 최초로 도입했다. 태국 셧다운제는 법률적인 강제 사항이 아닌 정부의 권고사항으로 시행되었으며, 게임사들이 정부의 권고사항에 따라 자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태국은 셧다운제를 실효성 의문으로 2년 만에 폐지했으며, 현재는 밤 10시 이후 청소년의 PC방 출입을 차단하는 시간제한 제도로 변경하였다. 해외 사례에서 게임 중독 방지는 필요하지만 셧다운제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제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게이머에게 프로 진출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관람객들이 PC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신작을 볼 수 있고 e스포츠 절정고수들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게임축제다. 올해 지스타에 35개국 676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관람객들이 PC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신작을 볼 수 있고 e스포츠 절정고수들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게임축제다. 올해 지스타에 35개국 676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둘째, 셧다운제는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 먼저 e스포츠 선수 입장에서 셧다운제는 걸림돌이다. 국내 e스포츠가 세계적인 수준까지 성장한 이유는 선수들 스스로의 노력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겜돌이'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겜돌이'는 게임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고 학창 시절 게임에 빠져 살았던 학생들이다. 겜돌이들은 명확한 게임 중독자들이다. 여성가족부가 걱정했던 게임 중독이 그들에게는 세계를 제패할 힘이 되었다. e스포츠 프로 선수들과 e스포츠 프로 선수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셧다운제는 가혹한 제도이다. 꿈을 좇는 사람들을 국가에서 중독자로 분류한다면 누가 반발하지 않겠는가?

예시로 국내 점유율 1위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 프로선수들의 현재 나이는 19살~27살까지 다양하지만, 데뷔 나이는 대부분이 20세 이하이다. 다른 종목에는 16세 이하의 선수들이 프로 활동을 하고 있다. e스포츠의 특성상 빠른 반응 속도, 순간 판단력과 같은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 능력을 '피지컬'이라 한다. 일반 운동선수에게도 피지컬은 동일한 의미로 적용된다. 공통적으로 모든 스포츠 선수는 나이가 들수록 피지컬 능력이 서서히 하락한다. 오랫동안 프로생활을 하는 선수들은 피지컬의 하락 정도가 적고 부족한 피지컬을 경험으로 보완하는 선수들이다.

프로 구단에서 피지컬은 선수를 판단하는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피지컬이 높은 선수는 구단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린 나이에 높은 피지컬을 가진 상태로 데뷔하는 게 좋다. 하지만 유독 e스포츠에서만 셧다운제의 게임 이용 시간제한 때문에 선수들은 프로 준비에 불편함이 생긴다.

심지어 대회에서 셧다운제 때문에 대회 출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른 어떤 스포츠도 강제적으로 해당 스포츠 이용을 제한하는 사례는 없다. 프로지망생들에게 셧다운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프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셧다운제 개선안이 필요하다.

셧다운제 연장, 산업적 측면에서 봐도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셧다운제는 국내 게임 산업 개발과 유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셧다운제 시행 이후로 국내 게임산업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국내 사업자는 국내에서 18세 미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게임을 판매하려면, 셧다운제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국내 한 게임사에서는 연간 41억의 비용이 셧다운제 시스템 구축에 사용된다고 인터뷰했다. 셧다운제가 없었다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다.

셧다운제를 피하려 의도적으로 성인용 게임이 더 활성화되고, 게임의 부정적인 부분이 확대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현재 게임 플랫폼별 시장 조사에 따르면, 게임 산업 전체에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풍선효과'는 풍선의 한 부분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규제를 통해 한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이다. 즉, 셧다운제를 회피하기 위해 낮에는 인터넷 게임에, 밤에는 모바일 게임 모두에 중독될 수 있다. 추가적으로 해외 게임을 국내 유통사가 판매할 때, 셧다운제 적용 때문에 해외 게임사는 국내 시장을 기피한다. 개발한 게임에 셧다운제 프로그램을 추가 적용해야 해서 국내 시장 진입 지연과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게임 신작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신작을 볼 수 있고 e스포츠 절정고수들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게임축제다. 올해 지스타에 35개국 676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게임 신작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신작을 볼 수 있고 e스포츠 절정고수들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게임축제다. 올해 지스타에 35개국 676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게임산업의 발전 저해와 실효성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고 있는 지금 왜 셧다운제를 연장하는지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셧다운제를 처음 도입한 시점인 2012년과 2017년은 e스포츠산업에서는 다른 세계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많은 변화를 거쳤다.

시국의 변화에 따라 정책도 속도를 맞춰 변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의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 한 채로 기존 정책이 그대로 실행되면 안 된다. 낡은 정책은 산업의 발전을 막고, 한번 뒤처진 산업은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셧다운제로 인한 국내 e스포츠산업 발전 저해가 우려된다. 셧다운제 연장 배경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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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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