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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륵이 머물렀던 곳이며 가을을 연주하던 공간 고령은 어떤 곳일까. 비교적 남쪽에 자리한 까닭에 단풍이 모두 지지 않아서 고령의 가을색은 11월까지 유효할 듯하다. 우륵이 살아 숨 쉴 때는 어떨지 모르지만 고령의 대가야 수목원이 있던 곳이 수목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척박한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 공간을 다시 수목이 우거진 곳으로 만들기 위해 산림녹화사업을 벌였다. 조성을 기점으로 산림녹화 기념숲이라고 불리다가 지금은 대가야 수목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시민들에게 휴식과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가야수목원
▲ 수목원 입구 대가야수목원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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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수목원의 입구 쪽에는 한 해를 이겨내기 위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었다. 앙상해 보일 수도 있는 이 길이 운치 있게 느껴지는 것은 우륵의 고장 고령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늦가을에 걸맞은 가야금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조형물
▲ 상징물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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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대가야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저 조형물은 악성 우륵의 오동나무로 만든 가야금, 선사시대의 암각화, 산림녹화 기념 숲을 주제로 하여 고령의 산하를 조형하였다고 한다. 이곳까지 오니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로 줄을 뜯고 튕겨서 소리를 내는 가야금은  왼손은 줄 위에 얹어 줄을 누르거나 흔들어서 전성·요성·퇴성의 표현을 하는데 자연의 이치와 상당히 많이 닮아 있다.

죽림
▲ 대나무 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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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하프가 있다면 한국에는 가야금이 있다. 대가야 수목원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들으면 먼저 대나무 숲으로 걸어 들어가 본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말도 있지만 비가 온 뒤에는 여기저기에서 돋아나는 죽순도 만날 수 있다. 어떤 일이 한때 많이 생겨남을 의미하는 것이 우후죽순인데 늦가을에는 사방에서 우후죽순처럼 낙엽이 비처럼 내리기도 한다.

대나무숲길
▲ 숲길 대나무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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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을 한자로 말하면 죽림으로 특히 한반도에서 선비라고 하는 사람들은 수묵화의 주제로 많이 사용했으며 지금도 예술인들은 죽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섬세한 이미지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대나무 숲은 소중한 천연자원이기도 하다.

길
▲ 천연색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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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걸어 나왔을 뿐인데 아까 만난 죽림과 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노란색과 초록색이 양쪽에 대칭을 이루면서 길을 만들어주고 있고,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대가야 수목원의 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
▲ 메타쉐콰이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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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지방이나 경기도의 남이섬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나무는 바로 메타쉐콰이어다. 쉐콰이어와 다른 나무라는 뜻의 메타쉐콰이어에서 메타는 그리스어로 '넘어서, 위에 있는, 초월하는' 등의 의미를 가진 접두사(prefix)로  기원전 1세기경 그리스 철학자 안드로니 코스(Andronicos)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철학을 정리하면서 만든 용어다.

나무
▲ 나무의 매력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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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그렇기에 더 사랑을 받는 나무가 메타쉐콰이어다.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새로 알아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나무에도 붙여진 메타는 다양한 단어와 결합되어 사용되는데 meta-knowledge는 지식에 관한 지식이라는 의미로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현재에 대한 무지와 미래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가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을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풍
▲ 홍단풍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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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이 맛이 있고 제철 풍광이 가장 아름답고 제철에 느끼는 감성이 가장 따뜻한 것 같다. 대가야 수목원에는 홍단풍도 있는데 일본 원산의 단풍나무 낙엽교목으로 철에 상관없이 단풍색을 만날 수 있는 나무다. 단풍의 빨간색이 마치 손을 금세라도 물들일 것처럼 가을색을 내고 있다. 나무가 한해를 나기 위해서 영양분을 중단하고 나뭇잎을 떨어지기 전에 자기 색을 내기 시작한다. 윤동주는 '단풍잎이 떨어져 나온 자리에 봄이 마련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가을 단풍은 겨울을 넘어 봄을 보고 있는 셈이다.

먼 옛날 우륵이 걸었을지도 모르는 이 길에 대가야 수목원이 있고 수목원 안에는 숲이 있고 불릴만할 정도로 울 창하게 산림이 조성되어 있다. 산과 들 어디로 가도 아름답지만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있을 자연을 보면서 마음이 순해지는 것을 느낀다.


태그:#대가야수목원, #우륵, #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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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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