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에드윈 카르도나(보카 주니어스)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평가전 도중 몸싸움 과정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눈 찢기 동작'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에드윈 카르도나(보카 주니어스)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평가전 도중 몸싸움 과정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눈 찢기 동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8분, 콜롬비아 미드필더 에드윈 카르도나(25·나시오날)가 한국 선수들과 몸싸움을 펼치다 갑자기 기성용(스완지시티)을 향해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찢고 입을 벌리는 행동을 펼쳐 보였다.

이 행위는 길고 가는 동양인의 눈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행위로,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율리에스키 구리엘(휴스턴 애스트로스)이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LA 다저스)에게 이 같은 행동을 하다 징계(5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바 있다.

카르도나의 행동에 격분한 국내 팬들은 경기 종료 후 곧바로 응수에 나섰다. 카르도나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각종 욕설이 담긴 비난을 쏟아낸 것.

특히 몇몇 네티즌들은 카르도나의 검은 피부를 비난 대상으로 삼으며 "깜둥이 XX 주제에 어디서 인종차별이야", "Go away, Dirty negro(꺼져라, 더러운 흑인)"등의 인종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극심해지자 카르도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콜롬비아 축구협회 공식 트위터를 통해 "누구도 비하할 목적은 없었다"며 "그러나 내 행동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거나 오해를 일으켰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대인배' 알베스의 사례

카르도나의 인종차별 행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단순히 39초 분량의 사과 영상 가지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해당 영상에서 자신의 인종차별 행위를 인정하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사건을 무마하려는 인상만 줬을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카르도나의 행위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카르도나의 인종차별 행위를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신들도 카르도나의 인종차별 행위 소식을 전하면서 "인종차별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FIFA가 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징계여부 등을 떠나 카르도나의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몇몇 네티즌들의 대응방식은 분명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축구팬은 포털사이트에 "카르도나의 인종차별 행위는 용서가 안 되지만 죄 없는 콜롬비아 국민들한테까지 비하하는 건 똑같은 행동이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이글은 수 천명의 공감을 받았다.

실제 몇몇 네티즌들은 카르도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콜롬비아 동료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의 인스타그램은 물론이고, 콜롬비아의 불특정 국민들의 인스타그램에까지 접속해 갖가지 인종 차별 섞인 글들을 쏟아냈다.

문득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일어났던 한 사건이 떠올랐다. 바로 2013~2014 시즌 열린 비야레알과 FC바르셀로나의 리그 경기다. 당시 비야레알의 한 팬은 코너킥을 준비하고 있던 상대 수비수 다니엘 알베스(브라질)에게 인종차별 의미가 담긴 바나나를 던졌다.

하지만 알베스의 대처가 놀라웠다. 알베스는 팬의 인종차별 행위에 이성을 잃고 화를 내는 대신 바나나를 집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연출했다.

경기 직후 리오넬 메시, 이니에스타 등 동료 선수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 축구 팬들까지 알베스의 대인배 행동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물론 인종차별 행위를 한 비야레알 팬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지탄과 함께 축구장 영구 출입정지라는 중징계를 얻어 맞았다. 

카르도나의 인종차별 행위는 경기를 지켜본 모든 한국 축구팬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콜롬비아 선수의 저급한 인종차별 행위를 그대로 맞받아 치고, 콜롬비아의 불특정 국민들 에게까지 인종차별 행위를 가한 것은 매우 보기 좋지 않았다. 분명 '대인배' 알베스의 사례처럼 성숙하고 멋진 대처 방식이 있지 않았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인종차별 콜롬비아 한국축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