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기자 좌담회(위부터 KBS 조태흠, 계현우 기자와 MBC 박영회, 이남호기자)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KBS-MBC 기자 좌담회를 가졌다. (위부터 KBS 소속 조태흠, 계현우 기자와 MBC 소속 박영회, 이남호 기자) ⓒ 이정민


양대 공영방송의 파업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망가진 공영방송의 뉴스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아니 제대로 회복할 수 있기는 할까. 여러 의문이 뒤섞인다.

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와 MBC 본부 안에서 기사를 만드는 기자들을 만났다. 파업이 끝난 뒤 정상적으로 제작되는 '공정한' 공영방송 뉴스를 상상해본다. 그 중심에는 아마 이들이 있지 않을까.

파업 중에도 여러 편의 '파업뉴스'를 제작해 그중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부대' 운용을 최초로 실명 폭로한 덕에 '이달의 기자상'과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휩쓴 KBS 새노조 '파업뉴스팀'의 조태흠·계현우 기자 그리고 방문진 전 고영주 이사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골프회동' 등을 연일 폭로 중인 언론노조 MBC 본부의 박영회·이남호 기자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찾았다.

 KBS-MBC 기자 좌담회(왼쪽부터 KBS  계현우 기자, 조태흠 기자와 MBC 이남호기자, 박영회 기자)

ⓒ 이정민


 KBS-MBC 기자 좌담회(왼쪽부터 KBS  계현우 기자, 조태흠 기자와 MBC 이남호기자, 박영회 기자)

KBS-MBC 기자 좌담회 후, 기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KBS 계현우 기자, 조태흠 기자와 MBC 이남호기자, 박영회 기자. ⓒ 이정민


"처음 파업 시작할 때 김장겸 사장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체로 많은 분이 그분의 이름을 아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좋다." (이남호)

"김장겸 우리가 검색어에 여러 번 올렸다. 1위 여러 번 하셨다. 고영주 '아저씨'도 여러 번 검색어에 오르셨고." (박영회)

"(웃음) 고대영 사장은 아직 인지도가 너무 약하다." (조태흠)

KBS와 MBC의 온도차

 KBS-MBC 기자 좌담회(왼쪽부터  MBC 박영회기자와 이남호기자)

왼쪽부터 MBC 소속 박영회 기자와 이남호 기자가 '김장겸 구속' '김재철 구속'이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이정민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이 임박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추후 일정은 노조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나 방송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이 본격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MBC 내부에서도 가장 망가지고 다친 시사·교양 부문의 프로그램을 다시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에 대해 논의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금의 흐름에 환영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망가진 것들이 너무 많다.

"축제를 벌이기에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김장겸-고영주가 나갔다고 해서 마냥 환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남호)

"5년 전에는 지금보다 철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좀 더 밝았던 것 같다. 2017년 파업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술자리도 확연히 줄었고. 축제 분위기일 거로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5년간 겪었던 것도 있고 처절했던 기억도 있어서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박영회)

반면 KBS는 '파업 끝내기' 순서에 들어간 MBC가 부럽다. 1노조는 공식적으로 파업을 접겠다고 선언해 새노조와 노선이 틀어졌다. 고대영 사장은 계속 '조건부 퇴진'을 논하며 파업 중인 구성원들의 힘을 빠지게 만든다.

 KBS-MBC 기자 좌담회. KBS 조태흠 기자.

조태흠 KBS 기자. ⓒ 이정민


"MBC는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분명 저희가 이길 거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아직 막막한 상황이다." (조태흠)

파업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KBS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집회 현장은 열성적이다. KBS 새노조 조합원의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파업 초기 16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던 새노조는 파업에 들어선 지 두 달이 넘어선 현재 그 숫자가 2000여 명으로 늘었다. 파업이 끝나면 앞으로 KBS 뉴스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워크숍 등도 열린다. 그런 자리에도 여전히 많은 조합원이 지치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는 게 계현우 기자의 말이다.

 KBS-MBC 기자 좌담회. KBS 계현우 기자.

계현우 KBS 기자. ⓒ 이정민


확실한 건 '성역 없는 뉴스'

"집회 때 이것저것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다. 간식거리를 보내주시기도 하고 힘내라고 하시면서 귤이나 떡을 보내주기도 하시는데 그런 걸 받을 때마다 솔직히 부담스럽다. 파업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파업이 끝나고 현장에 복귀하면 이분들은 파업이 끝났으니 이전과는 다른 뉴스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실 텐데 그런 것들이 걱정된다. 새로운 뉴스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거고 응원해주시는 만큼 보답할 수 있을까? 당장 약속드릴 순 없다. 하지만 분명 수신료가 아깝지 않은 달라진 콘텐츠를 만들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조태흠)

 KBS-MBC 기자 좌담회. MBC 이남호 기자.

이남호 MBC 기자. ⓒ 이정민


"지난 몇 년간 8시 내지는 9시에 시작하는 뉴스들이 재미없어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이 덜 들어가는 것일까? 혹은 기자들 의욕이 꺾여서일까? 기자실에서 지상파 3사 기자들끼리 아침 보고를 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9시 뉴스 헤드라인이 나올 때 볼륨을 최대로 올려놓고 보다가 별거 없이 '무사히' 끝났으면 '다행이다' 그럴 때도 있었다. 그때는 너무 빡세고 힘들었지만, 다시 그런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건전한 긴장 관계를 갖고 더 열심히 일하고 많은 것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분명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면 5~10년과는 전혀 다른 뉴스를 보실 수 있을 거다." (이남호)

"확실한 건 성역 없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눈치를 보지 않고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고 할 말은 할 수 있는 공정성 있는 뉴스를 만들 것이다. 이번 파업이 방송국의 토양을 바꾸는 파업이라고 생각한다. 9년 동안 옳지 못한 뉴스가 나왔던 거지 않나. 파업을 계기로 그 토양을 바꿔나가면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다시 받았으면 한다." (계현우)

 KBS-MBC 기자 좌담회. MBC 박영회 기자.

박영회 MBC 기자. ⓒ 이정민


"우리가 이명박 구속해야겠다는 농담도 하고 그런다. 그런 뉴스 MBC가 하면 시청자들 돌아오지 않을까? MBC의 경우 보도국 밖으로 돈 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취재망에서의 공백이 커졌다. 나는 겨우 보도국에 있었지만 내가 과거 나갔던 출입처를 다시 나갈 기회가 없었다. 이런 공백들이 MBC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느냐를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1~2년은 정말 열심히 할 거라는 각오가 서 있다. 아마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공통된 마음가짐일 거다. 공백을 어떻게든 메우고 취재망을 복원하겠다는 것." (박영회)

"일할 맛 난다"

KBS 파업취재팀에는 영광의 역사가 있다. 지난 2012년 총파업 당시 <리셋 KBS 9뉴스>를 제작했던 것이 5년 후인 지금까지 이어져 <파업뉴스>가 됐다. 당시에도 여러 보도가 KBS 9 뉴스에 대항해 상을 받았다. 계현우 기자는 요즘 "일할 맛 난다"는 느낌을 자주 갖는다. 자발적으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을 반납해가며 파업뉴스를 제작하고 있다고. 나중에 파업이 풀리고 보도국에 돌아갔을 때도 지금의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을 거라고 말한다.

 KBS-MBC 기자 좌담회(왼쪽부터 KBS 계현우 기자와 조태흠 기자)

왼쪽부터 KBS 소속 계현우 기자와 조태흠 기자가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이정민


MBC는 그런 KBS가 부럽다. 주로 고영주-김장겸 사장의 '내부' 비리를 밝혀내는 MBC 언론노조 '특별취재반'은 5년간 걸친 끈질긴 탄압 탓에 외부 취재망이 거의 파괴된 상태라고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KBS는 새노조에 포함돼있다고 해서 MBC처럼 무차별적으로 출입처와 취재 현장에서 배제하진 않았다. 다시 MBC로 돌아가도 당분간은 좋은 뉴스를 만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박영회 MBC 기자가 "우린 파업이 풀리고 당장 돌아가도 앞으로가 고생"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기자들은 역시 파업 응원을 해주는 취재원을 만났을 때 가장 큰 힘이 된다. 영화 <공범자들>의 덕도 보았다. 어려운 취재원을 만나는 긴장한 자리에서 취재원이 먼저 <공범자들>을 잘 보았다며 손을 내밀 때가 기억난다고 박영회 기자는 말한다. 그 순간 취재원이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놓게 됐다고.

'무임금 노동' 중이라 임금을 못 받는 건 아쉽지 않지만 취재한 뉴스가 생각만큼 유통이 잘 안 될 때는 힘이 빠진다. 집회 때 파업뉴스를 현장에서 틀기도 하고 반응도 있지만, KBS 밖으로는 잘 퍼지지 않는다. 어렵게 만든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타 언론사에 사진 제공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생각만큼 파급력이 크지 않다.

"기자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 정도면 파급력이 있겠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없다. 그럴 때는 되게 슬프더라. 내가 이렇게 해도 파급력도 없고 파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럴 때 힘이 빠진다." (조태흠)

 KBS-MBC 기자 좌담회(왼쪽부터 KBS 조태흠 기자, 계현우 기자와 MBC 박영회 기자, 이남호 기자)

왼쪽부터 조태흠, 계현우 KBS 기자와 박영회, 이남호 MBC 기자. ⓒ 이정민


영상으로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고가의 장비가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파업 중이니 방송국 장비를 사용하지 못해 대여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 달에 몇백만 원씩 장비에만 돈을 쓴다. 평소 4명이 취재를 나가는 것도 인력을 줄여 2명이 나간다. 영상 편집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편집 툴이 익지 않은 조합원들의 경우 왼손에는 유튜브 편집 튜토리얼을 켜두고 오른손으로는 직접 편집 프로그램을 익히며 틈틈이 기사를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도국만이 아니라 시사교양국을 비롯해 여러 부서와 같이 일을 하게 된다. 파업이라는 '전시 상황'이 만들어 낸 협업 관계랄까. 피디들이 해둔 아기자기한 영상 편집을 보면서 기자들은 해당 영상에 들어갈 리포트를 준비한다. 이 또한 파업 중이 아니라면 해보지 못할 경험이다.

가족들의 응원

 KBS-MBC 기자 좌담회(왼쪽부터 MBC 박영회, 이남호기자와 KBS 조태흠, 계현우 기자)

왼쪽부터 박영회, 이남호 MBC 기자와 조태흠, 계현우 KBS 기자. ⓒ 이정민


노조에서 취재를 맡아 일하는 사람들은 파업에 들어가기 전만큼이나 바쁘다. 하지만 가족들은 대체로 응원을 해준다며 네 기자는 입을 모아 말한다. 계현우 기자는 어쩌다 집에 하루 정도 있으면 부모님이 "오늘은 취재하러 안 나가느냐"고 묻기도 한다며 웃는다.

'애가 둘'이라는 조태흠 KBS 기자는 주변에서 '누구는 대출을 받았다더라' '보험을 깼다더라' 같은 소리를 들을 때 서글퍼진다고 말한다.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파업이 길어지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이제 부모님하고 통화하기도 죄송스러울 정도다. 처음에는 (파업이) 추석 전에 끝난다고 했다가 10월 안에 끝난다고 했다가 이제는 뭐라고 말도 못 하겠더라. 분명히 이길 거고 잘 될 거라는 마음도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건 막막하다."

MBC는 KBS보다 사정이 조금 더 낫다. 출구가 보인다는 건 긍정적인 일임에는 분명하다. 박영회 MBC 기자는 아내와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 때문에 파업도 같이한다. 집에 가서도 회사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 든든한 동료와 함께 파업 상황을 이겨내고 있다고 박 기자는 전한다. 그는 "장모님이 <공범자들>을 거의 울면서 보시더라"는 말을 하며 웃었다.

"사실 <공범자들>에 나왔던 김보슬 피디가 내 동기다. 당시 일을 새까맣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공범자들>을 보면서 새삼 생각이 나더라. 거듭된 파업을 통해 든 생각이 있다. 잊지 말아야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다는 말이 그냥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박영회)


KBS 새노조 공영방송 파업 언론노조 MBC 본부 파업뉴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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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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