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불공정 보도영상 지침 및 영상편집 부문 부당노동행위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시절 '영상편집'을 누락·왜곡을 지시한 증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불공정 보도영상 지침 및 영상편집 부문 부당노동행위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시절 '영상편집'을 누락·왜곡을 지시한 증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유지영


MBC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등 정권에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른바 '영상 편집 보도 지침'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폭로됐다. 그간 영상 편집 관련 '보도 지침'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지만 메일 등을 통한 증거 자료가 직접 소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MBC 상암 사옥에서 'MBC 뉴스의 불공정 보도영상 지침 및 영상편집 부문 부당노동행위'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아래 언론노조 MBC 본부)는 세월호 참사나 촛불집회, 백남기 농민 사망 등 박근혜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마다 사측으로부터 이른바 '보도 지침'이 내려왔다고 밝혔다.

또한 '보도 지침'이 이뤄진 기간이 김장겸 현 MBC 사장이 정치부장을 거쳐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직에 있었던 시기와 일치하다는 점을 들어 김장겸 사장이 깊이 관여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영상 지침'과 관련된 영상편집부장의 공지 메일을 공개했다.

'실종자 학생이 찍은 핸드폰 영상은 사용금지'

 언론노조 MBC 본부가 31일 'MBC 뉴스 영상 편집 관련 보도 지침'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세월호 관련 영상지침 메일 자료. 2014년 5월 2일자로 발신인이 권태일 부장으로 돼있는 해당 메일에는 "'공지' 연일 고생이 많습니다. 규제가 새로 생겨서 공지합니다. 실종자 학생이 찍은 '핸드폰 영상'은 사용금지. 보도국장' 이렇게 적혀있다.

언론노조 MBC 본부가 31일 'MBC 뉴스 영상 편집 관련 보도 지침'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세월호 관련 영상지침 메일 자료. 2014년 5월 2일자로 발신인이 권태일 부장으로 돼있는 해당 메일에는 "'공지' 연일 고생이 많습니다. 규제가 새로 생겨서 공지합니다. 실종자 학생이 찍은 '핸드폰 영상'은 사용금지. 보도국장' 이렇게 적혀있다. ⓒ 언론노조 MBC 본부


 언론노조 MBC 본부가 31일 'MBC 뉴스 영상 편집 관련 보도 지침'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세월호 관련 영상지침 메일 자료. 세월호 사고가 난지 1달만인 2014년 5월 12일자로 표시돼있는 해당 메일에는 "세월호를 둘러싸고 최근 사내외적으로 조금 시끄럽다. 정치적인 메시지들이 난무하고 희생양을 찾기 위한 불손한 눈빛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중략) 추모집회와 정치적인 집회를잘 판단해서 '팻말' '리본의 글 내용 등' 편집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언론노조 MBC 본부가 31일 'MBC 뉴스 영상 편집 관련 보도 지침'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세월호 관련 영상지침 메일 자료. 세월호 사고가 난지 1달만인 2014년 5월 12일자로 표시돼있는 해당 메일에는 "세월호를 둘러싸고 최근 사내외적으로 조금 시끄럽다. 정치적인 메시지들이 난무하고 희생양을 찾기 위한 불손한 눈빛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중략) 추모집회와 정치적인 집회를잘 판단해서 '팻말' '리본의 글 내용 등' 편집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 언론노조 MBC 본부


기자회견에 나온 박지민 언론노조 MBC 본부 보도부문 부위원장은 "보도 영상 지침의 내용이 실로 충격적"이라는 말과 함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권태일 영상취재부장으로부터 온 메일을 공개했다. 권태일 영상취재부장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2014년 5월 2일 '연일 고생이 많습니다. 규제가 생겨서 새로 공지합니다. 실종자 학생이 찍은 '핸드폰 영상'은 사용 금지. 보도국장'이라는 공지 메일을 띄웠다. 당시 보도국장은 김장겸 현 MBC 사장이다.

이런 식의 메일을 통한 '깨알' 지침은 계속 이어졌다. 이어지는 공지 메일에서는 '추모 집회와 정치적인 집회를 잘 판단해 영상을 사용해주시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지민 부위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열하는 유가족의 얼굴을 내보내지 못하게 했고 슬픈 음악도 넣을 수 없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귀도 방송으로 나가지 못하게 지시했고 세월호 천막 자체가 모자이크 처리되기도 했다"고 했다.

세월호 1주기인 지난 2015년 4월에는 "이념은 모두 다를 수 있으나 보도는 항상 중립적인 자세로 임할 것. 예를 들면 슬픈 음악으로 시청자를 억지로 유도하면 안 됨"이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 JTBC 뉴스룸의 보도와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영상을 비교하며 '보도 지침'이 일선에서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렸다. 권태일 부장은 부원들에게 "정치적인 행동을 해서 논란의 중심에 서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언론노조 MBC 본부는 전했다.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불공정 보도영상 지침 및 영상편집 부문 부당노동행위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시절 '영상편집'을 누락·왜곡을 지시한 증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불공정 보도영상 지침 및 영상편집 부문 부당노동행위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시절 '영상편집'을 누락·왜곡을 지시한 증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유지영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불공정 보도영상 지침 및 영상편집 부문 부당노동행위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시절 '영상편집'을 누락·왜곡을 지시한 증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유지영


'영상 편집 보도 지침'은 2016년 10월부터 이어진 촛불집회와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보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당시 사측이 촛불집회 영상은 참여 인원을 적게 보이고자 편집한 화면을 쓴 반면 태극기 집회는 규모가 많아 보이는 영상을 사용 지시했다고 알렸다. 또 촛불집회의 경우 피켓 문구를 흐리게 처리하거나 배제했고 태극기 집회는 피켓 문구를 눈에 띄게 편집했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태극기 집회의 참여 인원이 촛불집회보다 많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또 촛불집회 현장에 나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구명 운동 관련 영상을 찍어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전했다.

한편,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은 '외부 영상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보 화면의 화질이 좋지 않음에도 여러 번 반복해서 썼다고 언론노조 MBC 본부는 전했다.

영상편집부 부원들에 제3노조 가입 회유까지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불공정 보도영상 지침 및 영상편집 부문 부당노동행위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시절 '영상편집'을 누락·왜곡을 지시한 증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불공정 보도영상 지침 및 영상편집 부문 부당노동행위 폭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시절 '영상편집'을 누락·왜곡을 지시한 증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유지영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영상기자회장이었던 양동암씨는 "2012년 파업 이후로 영상편집부는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으로 공중 분해되고 보도국장 직속 부서로 개편했다"며 '영상 지침' 관련 배경을 밝혔다. 즉 보도국장이 누군가의 방해 없이 독단적으로 영상 편집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언론노조 MBC 본부에 따르면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은 MBC노동조합(제3노조)의 집행부와 사측이 모인 자리에서 '직급 상승' 등으로 영상편집 부원들의 제3노조 가입을 독려했고 당시 30여 명의 영상 편집부원들이 언론노조 MBC 본부에서 제3노조로 옮겨갔다고 한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는 명백한 부당 노동 행위"라며 "이러한 부당 노동 행위와 불공정한 '영상 지침'에 대해 김장겸 사장과 권태일 영상편집부장 등 관련자들에게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 본부 위원장은 자료 화면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MBC 뉴스를 오래 시청하는 것도 오랜만"이라며 "뉴스 종사자들을 대표해서 국민과 시청자들에 사과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사측에서는 영상취재부서를 해체하고 부서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면 처우를 개선시켜주겠다'고 회유했다"며 처우와 고용 조건이 좋은 편이 아닌 영상취재부의 약점을 파고 든 것. 하지만 그 회유 중에도 언론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조합원들이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영상 편집 보도 지침 보도 지침 언론노조 MBC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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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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