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1패 뒤 3연승을 내달리며 서울에서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맞았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5대 1 KIA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5대 1 KIA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9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두산 베어스에게 5-1로 승리했다. 이제 KIA는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모기업 변경 후 두 번째, 해태 타이거즈 시절까지 포함하면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KIA 선발진의 막내 임기영은 5.2이닝 6피안타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짜릿한 승리를 챙겼고 3번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반면에 두산은 한국시리즈 내내 이어지고 있는 타선의 침묵과 7회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김재호의 실책으로 4차전을 내주면서 남은 3경기를 모두 잡아야 하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초반 흔들린 유희관과 씩씩하게 자기 공 던진 임기영

KIA는 28일 3차전에서 이명기의 결승타와 팻 딘의 호투, 나지완의 쐐기 홈런에 힘입어 6-3으로 승리했다. 3차전에서 이범호를 5번, 김선빈을 7번에 배치했던 김기태 감독은 4차전에서 다시 나지완을 선발 라인업(5번 지명타자)에 포함시켰다. 수비보다 타격에 조금 더 무게를 둔 1,2차전의 타순으로 회귀한 것이다. 4차전 선발 투수 임기영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홈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뼈 아픈 패배를 당한 두산은 4차전 승리가 더욱 절실해졌다. 4차전마저 패한다면 1승 3패로 사실상 시리즈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 역시 4차전에서 한국시리즈 9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는 허경민 대신 좌타자 최주환을 6번 3루수에 배치하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경험이 부족한 임기영마저 공략하지 못한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는 매우 힘들어진다.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9회초 1사 2,3루 상황 KIA 김주찬의 내야 타구에 2루 주자 김선빈이 3루로 진루하다 런다운에 걸리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9회초 1사 2,3루 상황 KIA 김주찬의 내야 타구에 2루 주자 김선빈이 3루로 진루하다 런다운에 걸리고 있다. ⓒ 연합뉴스


2,3차전 연승으로 기세가 오른 KIA의 방망이는 4차전에서도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KIA는 1회초 1사 후 김주찬의 2루타와 버나디나의 3루타, 최형우의 내야안타를 묶어 2점을 선취했다. 정규리그에서 KIA를 상대로 1승1패 평균자책점 2.31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유희관은 경기 초반 KIA 상위타선의 집중타를 견뎌내지 못했다(물론 컨디션을 일찍 끌어 올리는 것도 유희관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었다).

두산도 1회 2사 후 박건우가 2루타로 출루했고 3회에는 1사 후 민병헌과 오재원의 연속안타로 1,2루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두 번의 득점권 기회에서 4번타자 김재환이 땅볼로 물러나며 기회가 무산됐다. 반면에 임기영은 생애 첫 가을야구 등판임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뿌리며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임기영은 5회에도 선두타자 닉 에반스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를 삼진 하나와 땅볼 2개로 처리했다.

두산은 6회 공격에서도 2사 후 오재일의 안타와 이명기의 실책,최주환의 볼넷으로 동점주자를 출루시켰지만 양의지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또 한 번 득점권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KIA는 7회초 공격에서 2사 후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과 버나디나의 적시타로 스코어를 4-0으로 벌렸다. 두산으로서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기대를 걸고 투입한 김재호가 저지른 실책이기에 더욱 뼈 아팠다.

7회에도 1사 1,2루의 기회를 날린 두산은 8회 에반스가 임창용으로부터 적시타를 때려내며 힘겹게 한 점을 추격했다. 그러자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 김세현을 마운드에 올렸고 김세현은 대타 정진호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KIA는 9회초에도 김주찬의 땅볼로 한 점을 더 추가했고 김세현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송은범의 유산' 임기영, 한국시리즈의 영웅이 되다

2014년 FA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지명했던 사이드암 임기영은 올해 KIA 마운드가 발굴한 최고의 보물이다. 상무 전역 첫 해 KIA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며 전반기에만 7승2패 1.72로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4월18일 kt위즈전과 6월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두 차례에 걸쳐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두 번의 완봉을 기록한 투수는 임기영이 유일하다.

하지만 두 번째 완봉승을 거둔 후 폐렴진단을 받으며 한 달 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임기영은 후반기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4경기에서 3패를 당했고 팔꿈치 통증까지 겹치며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결국 10승은 문제없다던 임기영은 후반기 부진과 함께 8승 6패 3.65로 전반기 활약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KIA 선발 임기영이 역투하고 있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KIA 선발 임기영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기 부진 때문에 임기영의 한국시리즈 선발 활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임기영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임기영은 최고의 투구로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며 4차전의 영웅이 됐다. 5.2이닝 동안 81개를 던진 임기영은 6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무사사구로 6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경험이 적은 임기영을 노련하게 이끈 김민식 포수의 투수리드 역시 대단히 돋보였다.

타석에서는 버나디나가 1회 결승 3루타를 포함해 3안타2타점1득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버나디나는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571(14타수 8안타) 1홈런6타점2득점으로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KIA가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5차전에서 괴물 같은 활약을 하는 선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버나디나는 가장 유력한 시리즈 MVP 후보가 될 것이다.

반면에 두산은 유희관이 1회 난조에도 불구하고 6회까지 추가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지만 타자들이 임기영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물론 두산의 진짜 문제는 한국시리즈 2차전부터 4차전까지 3경기에서 단 4점 밖에 뽑아내지 못한 타선의 침묵이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조로 끌어 올렸던 타격감이 한국시리즈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며 탈락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 임기영 로저 버나디나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