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신해철의 가족들과 팬클럽 외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신해철의 가족들과 팬클럽 외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 손화신


마왕은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살아있었다. 그를 향한 기억은, 흐려지기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었다.

27일 오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씨와 두 자녀, 몸이 불편한 신해철의 아버지를 대신한 작은아버지, 넥스트 멤버들, 신해철의 팬클럽 철기군, 그 외에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추모식을 찾았다.

추모관 로비에 들어서자 신해철이 생전에 한 말과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팬들은 사진 앞에 놓인 보라색 리본을 집어 가슴에 달고 조용히 기제사 예식을 기다렸다. 전시된 한 사진 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었다.

"꿈이 없는 사람보다 더 창피한 사람은요,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귀에 속삭인 내 것이 아닌 꿈을 내 꿈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아직 꿈이 안 정해졌다는 건 그런 속삭임에 아직 넘어가지 않은 걸 수도 있어요. 뭐가 창피해요." (고 신해철)

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신해철의 가족들과 팬클럽 외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추모관 안에는 신해철을 기리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고, 사진 위에는 그가 생전에 한 말이 적혀있었다. ⓒ 손화신


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신해철의 가족들과 팬클럽 외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기제사 예식실 안 중앙에 고 신해철의 사진이 있고, 오른쪽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 손화신


예식실 입장은 부인과 자녀를 비롯한 가족 및 넥스트 멤버들부터 시작됐다. 신해철의 딸과 아들은 엄마의 안내 아래 아빠와 인사를 나눴다. 신해철의 영정 오른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있었다.

가족의 순서가 끝난 후에는 철기군 외 팬들이 인원을 나눠 질서정연하게 예식실 안으로 입장했다. 팬들은 신해철과 인사를 나눈 후 뒤에 서 있는 부인과 두 자녀와 묵례를 나눈 후 퇴장했다. 신발을 신고 나오면서 눈물을 보이는 팬들이 많았다.

추모관 건물 밖으로 나오자 한쪽에 서서 손수건으로 꽤 오랫동안 눈물을 닦고 있는 두 여성이 보였다. 조심스레 인터뷰를 요청해 그들과 이야기 나눴다. 두 사람은 자매 사이로, 신해철의 오랜 팬이다. 언니 이주혜씨(40)와 동생 이주현씨(38)는 이날 회사에 휴가를 내고 추모식에 참석했는데, 매년 기일마다 식에 참석했고 기일이 아닐 때도 종종 추모관을 찾는다고 했다.

"너무 보고싶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88년 대학가요제 때부터 팬이었다. 그때부터 오빠 노래를 들었고 너무 좋았다. 사춘기 시절에 오빠 노래가 없었으면 그 시간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다. 천재 아티스트들이 많겠지만, 팬들은 오빠의 노래가 그의 자화상인 걸 안다. 신해철이란 사람이 노래에 다 투영돼 있었다. 사람 자체인 사람이고, 너무 따뜻한 사람이다. 현실에서 만나서 직접적으로 나를 위로하지 않아도 그의 노래만 듣고도 위로가 많이 됐다. 오빠 덕분에 살면서 꿈도 꿨고 용기도 얻었다." (이주혜씨)

언니에 이어 동생이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울컥 솟는 눈물을 참느라 애를 썼다.

"개인적으로 사춘기를 격하게 겪을 수도 있었는데 친오빠가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내게 위로가 됐고 희망도 가지게 됐다. 덕분에 괜찮은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 같다. 삶이 진흙탕처럼 힘들 때 오빠의 노래를 듣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살아볼 만한 것으로 느껴졌다.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주현씨)

두 사람은 아직도 신해철이 많이 그립다고 했다. "3년 내내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계속 생각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립고 빈자리가 너무 큰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랜 팬인 두 자매에게 신해철은 어떤 존재로 남아있을까. 그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두 사람은 늘 그렇게 이야기해온 듯 동시에 "사랑 그 자체"라고 답했다. 언니 이주혜씨는 "해철 오빠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큰 사람이었다"며 "오빠가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 애정을 아니까 팬들이 오빠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신해철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부탁했다. 두 사람은 머뭇거림 없이 이야기했다.

"오빠가 들어가신 좁은 천국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 그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날처럼 미친듯이 다시 뛰자. 너무 보고싶다." (이주혜씨)

"오빠를 만나게 되는 그날까지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거고, 다시 만나게 되면 오빠가 귀찮아할 정도로 붙어서 오빠의 오른팔이 될 거다. 그리고 사랑하고, 너무 사무치게 보고싶다." (이주현씨)

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신해철의 가족들과 팬클럽 외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 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안치단을 바라보며 팬들은 추모곡 '민물장어의 꿈'을 다함께 불렀다. ⓒ 손화신


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신해철의 가족들과 팬클럽 외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 신해철 3주기 추모식 넥스트 멤버들이 헌화하고 있다. ⓒ 손화신


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신해철의 가족들과 팬클럽 외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 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부인과 두 자녀가 헌화하고 있다. ⓒ 손화신


기제사 예식이 끝나고 추모관 앞 평화동산에서 헌화식이 이어졌다. 헌화식 전 신해철의 대표곡 '민물장어의 꿈'을 추모곡으로 다함께 불렀다. 이후 가족부터 시작해 팬들은 신해철 안치단에 다가가 헌화했다.

신해철의 안치단은 딸 신지유양이 그린 그림과 두 자녀가 했던 "빛이 나는 눈동자가 있어서 우리를 보고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란 말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신해철이 생전에 아꼈던 노래인 'Here I stand for you'의 노랫말이 새겨져 있는데, 사람들에게 신해철이 전하는 메시지로 기억되길 바라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노랫말 전체를 각인했다고 한다. 안치단 가운데는 신해철이 생전에 쓰던 알이 둥근 안경, 마우스, 게임기, 상패 등이 있었다. 그리고 두 아이가 아빠에게 남긴 손편지가 있었다. 

신해철 3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의 3주기 추모식이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신해철의 가족들과 팬클럽 외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안치단 중앙에는 신해철의 유골이 있었고 유골 바로 옆에는 두 아이가 쓴 편지가 놓여있었다. ⓒ 손화신



신해철 민물장어의꿈 넥스트 윤원희 철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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