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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승강기안전공단·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승강기안전공단·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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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6일 오후 4시 25분]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로서는 진땀이 날 만했다. 예상대로 26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공세는 그에게 집중됐다.

앞서 "63년의 역사가 모두 영광스럽기만 한 건 아닐 것이며, 미숙하고 사려 깊지 못한 데서 비롯된 과오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국감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국민을 위한 운동 단체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는 다짐을 밝혔고, 자청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답변을 하기도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국감 시작부터 장제원 의원(자유한국당)으로부터 과거 자신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질타를 받았고,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는 2015년 청와대 홍보특별보좌관 재직 당시 관제 데모 지시와 관련한 추궁을 당했다. 심지어 내부 제보를 확보했다는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는 법인카드로 성형 비용을 결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우리 총재님께서는..." 잠시 얼굴에 미소 스쳤지만

김 총재는 지난 2월 탄핵 반대 국민 대회에 참석해 "박영수 특검은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가장 비열하고 더러운 특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회에서는 자유총연맹 예산 삭감 움직임에 대해 "자유총연맹 350만 회원이 선거 때 난리를 칠 테니 할 테면 맘대로 해봐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이런 발언들을 소개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김 총재는 "탄핵 문제의 경우는 정치적 발언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유총연맹이란 단체가 총재의 언행과 정치적 행동을 통해 위기에 빠졌다. 책임 질 생각이 없냐"고 다시 장 의원이 물었다. "적절한 시기에 거취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답으로 장 의원과의 공방은 비교적 일찍 마무리됐다.

"우리 총재님께서는 김형욱 회고록 등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세상에 알리고, 우리나라 민주화와 김대중 정부 탄생에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그 때, 그 같은 정신으로 오늘 국감에서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같은 발언으로 질의를 시작하자 잠시 김 총재 얼굴에 미소가 스치는 듯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질문들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잘 알죠?", "청와대에서 같이 활동했죠?", "허 전 행정관이 담당했는데 총재님과는?" 등 질문이 잇따라 나왔다. 그때마다 김 총재는 "전혀 면식이 없다", "나는 전혀 관계없다"는 류 대답으로 일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승강기안전공단·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승강기안전공단·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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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개인 피부 관리나 얼굴 성형 비용 법인카드로 결제"

그러자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 총재에게 증언대에서 발언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표 의원은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부총재 3명, 이사 2명이 기명으로 김 총재의 불법 행위에 대한 민원을 제출한 상태"라면서 "이중에는 상당히 중요해 수사나 내사가 필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본격적으로 질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 현재 자유총연맹 부채가 634억원이다. 정관 제10조에 따르면 총재는 명예직이고 무보수다.
"그렇지만 활동비를 받을 수 있다."

- 월 천만 원의 활동비를 무리하게, 불법적으로 규정을 바꿔 받고 있는 거 아닌가.
"천만 원이 아니라 구백만 원..."

표 의원의 질의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표 의원은 "이 분들(민원을 제출한 자유총연맹 부총재와 이사들)이 법인 카드로 개인 피부 관리나 얼굴 성형 비용을 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김 총재의 답을 요구했다. 이에 김 총재는 "거짓말이며 그럴 리 없다"면서도 "개인 카드와 법인 카드가 색깔이 같아 가끔 실수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곧바로 표 의원이 "오인해서 실수한 적이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총재는 "전혀, 사실 아니다"고 확언했다.

표 의원은 특혜 채용 의혹도 제기했다. 표 의원은 먼저 "운전기사 김아무개씨가 친인척 아니냐"고 물었고 김 총재는 "아니다. 내가 좀 아는 사람의 동생"이라고 답했다. 다시 "2016년 4월 16일 일어난 교통사고 처리 비용을 개인 과실임에도 연맹이 지불했다"는 표 의원의 추궁이 이어졌다. 김 총재는 "정식으로 채용한 기사가 사고로 인해 퇴직했고, 그에 상당하는 상여금이나 비용, 의료비 등을 지출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재앙"이란 말을 듣고...

거듭 "위증의 죄"를 강조하는 표 의원 순서가 끝나고 잠시 후 국감장에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마녀 사냥은 중세 천 년 동안 있었던 것보다 더 지독하고 악독한 마녀 사냥"이라는 김 총재의 육성이 울려 퍼졌다. 이 육성을 환기시키며 이용호 의원(국민의당)은 "소회가 어떠냐"고 물었다. "그에 대해 지금도 취소하거나 다른 생각이 없다"고 김 총재는 답변했다.

- 지금 당당하게 답변하는데, 올해 2월 14일자 <아시아투데이> 인터뷰를 보면, 탄핵이 끝까지 가는 것은 한국 사회에 큰 재앙이라고 했다. 그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대한민국 현 상황이 재앙인가?
"많은 보수 세력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지적한 것이다."

- 지금이 재앙 상태인가?
"정치적으로는 재앙이라고 본다."

그리고 김 총재의 '소신 발언'이 잠시 이어졌다. 그 발언을 듣고 난 이 의원의 감상은 이러했다.

"사실, 김 총재를 예전에 좋아했다. 70년대,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하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와 똑같은 사람이란 김 총재의 말에) 인생 후반에 소신이 변질되고 삶이 굴절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 때문에 안타깝다."

한편 한국자유총연맹 측은 위 이 의원 질의에 대한 김 총재의 답변과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 집권이 재앙이라는 뜻이 아니라, 보수 진영 일각에서 나라가 큰 일이라 우려하는 상황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며 "탄핵 정국이 재앙이지, 문재인 정부 집권이 재앙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해명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태그:#김경재, #자유총연맹, #허현준, #표창원,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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