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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불독
 프렌치 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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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최시원 강아지'가 목줄을 하지 않고 외출했다가 한일관 대표를 물었고, 이후 그가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반려견의 목줄을 하지 않고 외출하는 사람들의 '펫티켓' 문제를 비롯해, 입마개 사용 및 처벌 확대, 안락사 여부 등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일 때문에 만난 한 지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제 강아지가 프렌치 불독이거든요. 산책하러 나가기도 눈치가 보이고... 제가 만약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여성이자 맘충, 거기에 강아지 키우는 것까지 온갖 눈총은 다 받게 되는 거 아닐까요?"

그녀의 고민에 고개가 끄덕여진 것은 현재 '개물림 사건'에 대한 논란이 '반려인 혹은 반려견 자체에 대한 펫 포비아'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강아지 목줄을 착용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반려인의 잘못이며, 자신의 강아지에 대한 관리의 책임이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강아지에게 물렸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 강아지에 대한 혐오 감정을 과잉되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아기와 반려견의 공통점, 행동을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시민공원 입구에 공원 내 반려견 출입에 관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정부는 최근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발생을 계기로 반려견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시민공원 입구에 공원 내 반려견 출입에 관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정부는 최근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발생을 계기로 반려견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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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기사를 읽다 보면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항상 따라붙는 댓글이 있다. '동물을 애지중지하지 말고 부모한테나 잘해라', '그렇게 좋으면 눈에 띄게 하지 말고 다 데려다 키워라', '개한테 돈 쓰는 거 한심하다, 개보다 무조건 사람이 우선이지' 등이다. 맥락과 상관없이 동물을 싫어하는 것이고, 생명에 우위를 두어 동물을 사람보다 하등한 존재로 보는 목소리다.

물론 강아지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모기를 죽이지도 못할 만큼 벌레 자체를 무서워하는데, 제일 싫은 말이 '모기 입장에서는 네가 더 무서워'라는 핀잔이다. 그걸 몰라서 무서운 게 아닌데 어쩌겠는가. 개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개는 안 무니까 괜찮아요'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거나 생산하는 행위다. 심지어 그 주체가 주인없는 벌레도 아니고 내 보호 아래 있는 반려견이라면, 다른 이의 공포를 방조하는 태도는 심각한 문제다.

나도 20년 가까이 항상 반려동물을 키웠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누군가 '얘 안 물어요?'라고 물어보면 '보통은 안 무는데, 물 수도 있어요'라고 답한다. 실제로 그 사람을 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의 주의를 요하는 말이었다. 반려동물의 행동은 100%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뭘 '장담'하며 행동하는 건 위험하다. 아무리 순한 강아지여도 누구를 물 수 있고, 아무리 겁쟁이 고양이여도 열린 현관문 밖으로 나가버릴 수 있다.

아기와 반려견의 공통점이 있다면 보호자가 그들의 행동을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호자의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사람이 위협적인 장난을 치거나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다가오면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귀엽다고 다가가는 것이라도 강아지는 낯선 사람의 행동을 위협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강아지의 목줄을 하고 배변을 치우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도, 반대로 남의 강아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방법도 일종의 펫티켓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개를 키우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과 불평을 이때다 싶게 쏟아내고 있다. 이제 반려견을 잘 훈련하고 관리하는 이들도 혹시나 내 강아지가 존재만으로 다른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지 눈치를 봐야 한다. 이 흐름, 왠지 익숙하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만으로도 안절부절못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 '맘충'에 대한 시선이 그랬던 것 같다.

나쁜 건 개 자체가 아니다

반려동물은 나의 가족이다.
 반려동물은 나의 가족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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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시비가 붙었다는 경험담이 각종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아기와 강아지가 다정하게 앉아 있는 사진을 보고 이전에는 '귀엽다, 사랑스럽다'고 했으나 이제는 '아찔하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개 물림 사고가 있었다고 하여 모든 개를 잠재적인 맹견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개를 키운다는 사실 자체에 다소 과격한 프레임이 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나쁜 개는 없는 게 맞다. 중요한 건 개의 존재가 아니라 개를 어떻게 키우느냐 하는 점이다.

잘 훈련된 안내견의 경우 다른 사람의 유혹이나 위협에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의 평소와 다른 불안한 행동이 주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반대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싸웠을 때 칭찬을 받는 강아지는 공격성이 강화된다. 누군가에게 짖었을 때 반려인이 자신을 안아주거나 토닥이면 강아지는 자신이 옳은 행동을 했다고 인식한다.

사람들은 집안에서 말썽을 피우거나 통제가 잘 안 되는 개들을 '악마견'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대표적인 악마견으로 꼽히는 비글은 운동량이 많아 충분한 산책이 필요한 강아지다. 운동을 시키지 않고 집안에만 갇혀 있으면 스트레스로 사고를 칠 수밖에 없다. 개들은 본능에 의해, 그리고 보호자에 의해 주어진 환경 대로, 또 배운 대로 행동한다. 결국 동물을 키우려면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도 옳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백만 시대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는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다. 반려인들은 자신의 행동이 반려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고, 비반려인들은 다른 사람의 개에게 어떻게 접근하거나 대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 탓에 많은 개가 스스로 이유도 모른 채 버려진다.

그나마도 최소한의 공생과 보호의 테두리 밖에 있는 동물도 많다. 아직도 수많은 동물 학대가 이루어지고, 많은 개들이 1m도 안 되는 짧은 줄에 평생을 묶여 살거나, 잔혹한 축산 시스템에 많은 동물들이 숨만 붙은 채 '대량 생산'된다. 사람에 의해 고통받는 동물들에게서 언제까지 눈을 돌릴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가 '개'의 공격적인 속성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결국 사람의 문제다.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거나 맹견의 범위를 프렌치 불독까지 확대할 것을 논의할 일이 아니라,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자들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와 상식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태그:#강아지,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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