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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7천여명의 고령자들이 모여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있다.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7천여명의 고령자들이 모여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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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

촛불집회 1주년을 일주일 앞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는 '촛불집회'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박근혜 지지자들이 '태극기 집회'를 위해 속속 모였다. 이날 대학로 일대는 태극기 모자와 티셔츠, 깃발 등으로 무장한 60~80대 고령자들로 가득 찼다.

70대 남짓으로 보이는 한 태극기 집회 참여자는 큰 소리로 "국회가 빨갱이로 장악당하고 있다, 국회를 점령해야 한다"며 "노무현 똘마니들만 있는 곳이 국회"라며 외쳤고 다녔다. 주변에선 "잘한다"고 힘을 북돋아 줬다.

"죽으려고 작정했나"... 세월호 리본 달고 있다 봉변당한 남성

한쪽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위해 대한애국당의 힘이 필요하다"며 대한애국당 입당 신청을 받고 있었다. 태극기 집회 시작을 앞두고, 주변이 갑자기 시끌시끌해졌다. "죽여, 죽여" 같은 험악한 소리가 나왔고, 카메라를 든 한 남성이 쫓기듯 집회장을 빠져나갔다.

'옷에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었다'는 게 이 남성이 봉변을 당한 이유였다. 한 집회참가자는 이 남성을 쫓아낸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집회 주최 쪽에서도 이런 충돌이 많아질 것을 우려했던지 "지금 규탄 세력이 곳곳에 잠입해있는데, 개인적으로 절대 싸우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안내 방송이 나가는 와중에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야 이 빨갱이들아"라고 소리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집회장 한쪽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7점의 대형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크고 작은 소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 인권 유린 중단 및 무죄 석방 20차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만 7000여 명이었다.

집회에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공동대표를 비롯해, 보수논객인 정미홍, 변희재 등 애국 보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애국 동지들이 모인 집회답게 '국민의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물론, 애국가를 4절까지 모두 불렀다.

21일 서울 대학로 태극기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나와 시위하고 있다.
 21일 서울 대학로 태극기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나와 시위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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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없이 갇힌 박근혜 대통령 명예 회복할 때까지..."

집회는 사회자의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는 구호로 본격 시작됐다.

단상에 오른 정미홍 대한애국당 사무총장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하고 가족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고 협박이 오기도 한다"면서 "이런 폭력, 막가파 깡패가 대한민국이고, 그 배후에 문재인 정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가치를 수호하다 무고하게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다, 이게 진실이다"라면서 "저들이 아무리 거짓을 이야기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무죄임을 만천하에 알리고, 명예회복 할 때까지 우리의 염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변희재 대한애국당 정책위원장은 손석희 jTBC 사장의 태블릿 조작 의혹을 거듭 제기하면서 "손석희를 조사해야 하는데, 문재인당이 막고 있다"면서 "손석희가 조작할 때 문재인당도 같이 개입했으니까 막아준 것, 공범들이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7천여명이 모여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있다.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7천여명이 모여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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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째 단식 조원진 나오자 절정... 3분 만에 내려가

12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조원진 의원이 나오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아 단상에 오른 조 의원은 "대한민국을 한줌도 안되는 좌파에 넘겨줄 수 없다"면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다함께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손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며 "가시밭길로 가라, 폭풍의 칼날에 서라, 동지들이여 두려워 마라,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단식으로 기력이 상한 모양인지 발언 시간은 3분 정도였다.

이밖에 여러 인사들이 단상에 나와 이야기를 했지만 내용은 비슷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퇴진하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손석희를 구속하라는 것이었다. 몇몇 인사들은 지나치게 흥분된 상태에서 발언해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흘러나오는 노래는 '멸공의 횃불' 등 군가가 대부분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죄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 '살인적 정치보복 즉각 중단하라', '진실의 옥중투쟁 다 함께 투쟁하자', '진실과 정의를 위하여 다 함께 투쟁하자', '패륜당, 패륜아 홍준표는 물러나라', '웰빙·부패정당 자한당은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취재진들이 모인 집회장 한 켠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다가왔다. 그는 "여러분들은 어느 언론사에서 왔나" 물었지만, 답변하는 기자들은 없었다. 그는 옅은 미소를 띠며 "여러분들이 기사를 잘 써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 기사를 잘 써 달라"고 당부하고 자리를 떴다.



태그:#태극기집회,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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