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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거의 매년 제주도 나들이를 하셨다. 여행하며 대화하고, 자연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것이 치매와 싸우는데 좋을 것 같아서였다. 어머니도 여행을 좋아하셨다. 항상 '행복 감탄사'를 쏟으시며 어린아이 같이 행복해하셨다.

반가운 문자 메시지가 왔다. 매제가 보낸 메시지였다. 가족 여행을 가자는 제안이었다. 매제가 어머니가 제주도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번 배려해 줬다. 나도 메시지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는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했다. 어머니가 어떻게 반응하실지 알면서도 어머니를 건강하셨던 평범한 일상의 모습으로 대해 드리고 싶었다.

제주국제곧항 앞에서 포즈 취하신 어머니
 제주국제곧항 앞에서 포즈 취하신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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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주도 여행 가실까요?"
"뭐라고?"
"제주도 여행이요. 작년에도 다녀오셨잖아요. 곰 인형하고 사진도 찍고요."
"어! 거기! 참, 좋더라. 거기 나무들이..."
"이번에 가시면 키가 더 커 있을 거예요."
"내가 심었을 때는 작았는데 많이 컸어. 호호호."

이런 대답은 어머니의 특기(?)다. 항상 나무를 보면 자신이 심었다고 하신다. 그럴 때면 나는 '또 웃을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행복한 웃음으로 반응한다. 그러면 어머니도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하신다.

테디베어 박물관에서 곰 인형을 안고 계신 어머니
 테디베어 박물관에서 곰 인형을 안고 계신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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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얼굴에 함박꽃이 만발

제주도 나들이 시작 날, 어머니는 들뜬 기분이셨다. 공항에서도 무엇이 그렇게 좋으신지 얼굴에는 함박꽃이 만발하고 계속 감탄사를 내놓으셨다.

"좋네, 좋아. 너무 좋아."
"어머니,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좋아, 좋아. 사람들이 좋아, 너무 좋아. 근데, 저 사람은 누구야?"

사위를 보고 누구냐고 물으신다. 동생과 매제가 굳은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매제가 어머니에게 다가가 눈을 보며 소통했다. 출발부터 동생 부부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매제가 아들처럼, 손자처럼 어머니에게 잘했다. 어머니 모습을 보니 마치 소풍 가는 어린아이 같다. 어머니에게 좋은 약이 된 것 같았다.

그것은 역시 '평안과 행복'이다. 경상도 사나이 매제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공항 이곳저곳 구경을 시켜드렸다. 매제의 돌아가신 할머니가 어머니 나이와 비슷하셨는데 매제는 어떤 때 어머니를 할머니같이 느끼는 것 같았다.

수속을 마치고 탑승구에 갔다. 어머니가 꼬마 아이를 보고 또 반응을 보이신다. 아이를 보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으시다.

"얘 좀 봐라. 참 예쁘다."
"어머니, 아기가 그렇게 좋으세요?"
"그럼, 나는 아기가 좋아."

제주도 미니어처 븍물관에서 포즈 취하신 어머니
 제주도 미니어처 븍물관에서 포즈 취하신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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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누군가를 만나면 자꾸 말을 거신다

자식 다섯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근본적으로 아기 사랑에 대한 칩(chip)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는 누군가를 만나면 자꾸 말을 거신다. 치매 노인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어머니 옆자리에 탑승한 어느 중년 부인에게도 말을 거신다.

"집이 어디요?"
"아, 저는 제주도 살아요."
"나이가 몇이요?"
"환갑 넘었어요, 평택 딸네 집 갔다가 가는 길입니다. 할머니는 몇이세요?"
"늙었어. 늙었어."
"할머니 젊으세요. 너무 고우시고요."
"아이, 뭐 늙었지."

늙는 것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옆자리 아주머니가 웃는다. 서귀포에서 귤 농장을 하신다는 그 아주머니에게 쿠키를 주면서 또 말을 거신다. 나누어 먹는 것 또한 어머니의 습관이시다. 옆자리 아주머니의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보다 세 살 아래신데 관절이 좋지 않아 수술하셨고, 지금은 치매 증상이 있어 요양 중이라고 했다. 그러니 우리 어머니를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 같은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어머니 손을 꼭 잡더니 말을 한다.

"할머니, 건강하셔야 합니다. 식사도 잘하시구요."
"참 좋네. 좋아."

메제와 여동생과 함께 걷고 계신 어머니
 메제와 여동생과 함께 걷고 계신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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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사랑', '애정과 관심'

어느덧 제주도에 도착해 아주머니와 짧은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항공기를 나가는데 스튜어디스에게 어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너무 이뻐. 몇 살이야?"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더 예쁘세요."

어머니는 고운사람, 예쁜 사람, 젊은 사람에게 관심이 많으시다. 주름 잡힌 얼굴을 가진 어머니 자신에 대한 애절한 바람인지도 모른다. 매제가 어머니 손을 잡고 공항을 나왔다. 그때 매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모님! 우리 장모님, 여기 타세요."
"응. 우리 딸 어디 있어?"

사위를 알아보시는 어머니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그리고 '기쁨과 사랑', '애정과 관심'이 어머니 같은 분들에게 얼마나 좋은 명약인지 다시 깨닫는다. 치매 노인 가족들에게 드리는 내 경험이 전하고 싶은 권면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좋은생각언어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생각과 말'의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와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섬김이로 활동하고 있으며,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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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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