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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나와 내 남편은 결혼을 했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으며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이후 남편은 대전이라는 낯선 도시에 직장을 잡았고, 나는 그런 남편을 따라 두 달 된 딸아이를 품에 안고 들어와 지금껏 살아가고 있는 이 곳, 내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우리는 가장 먼저 이 낯선 도시에서 우리가 살 곳을 장만해야 했다. 남편의 직장은 신탄진 근처였는데 우리는 아이들을 키우기에 가장 해롭지 않은 쾌적한 공기와 환경을 생각해 비교적 직장과 먼 곳으로 집을 마련했다.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하루에 1∼2시간씩 걸려 고생스럽긴 했지만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는 일념 하나로 남편은 그 고생을 묵묵히 감당해줬다. 지금 생각해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일상의 불편을 감당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도솔산 밑, 안골 내동은 우리의 예측대로 조용하고 공기가 맑아서 참 살기 좋았다. 동네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녔고, 이웃들은 정이 넘치고, 골목마다 예쁜 꽃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주변에 산과 나무가 있어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공기 맑아 도솔산 밑 정착

 주민들이 월평공원을 지키기 위한 시산제를 지내고 있다.
 주민들이 월평공원을 지키기 위한 시산제를 지내고 있다.
ⓒ 주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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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동이나 원도심으로 나갔다가 완만한 언덕을 올라 우리 아파트로 들어서면 서늘한 공기와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확실히 달랐다. 한여름에도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2~3℃는 족히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이번 힘든 더위에도 도솔산 덕분에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마을에서 살아온 지 벌써 21년이 지났다. 이 동네에서 막내까지 낳아 아이 셋을 키웠다. 정이 넘치는 마을 이웃들과 함께 먹을 것을 만들어 나누었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들도 함께 키워 간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키운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이젠 부모를 떠나 객지에서 씩씩하게 꿈을 키우기도 하고, 공부에 전념하기도 한다. 고향을 떠나오며 품에 안고 온 두 달 된 내 딸은 벌써 졸업반이 됐고, 이미 졸업도 하기 전에 일자리가 정해진 상태다. 아이들은 희망이며 여전히 우리의 미래다.

우리는 아이들을 키우며 우리를 돌보고 행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 우리와 같은 행복이 이어지길 소망한다.

그런데 월평공원 그 아름다운 숲을 허물고 대단지의 아파트를 짓는단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아파트 지을 땅이 대전에 그렇게도 없는가. 도시엔 온통 아파트 숲인데 도심숲 허파라고 하는 월평공원까지 파헤쳐야 속이 시원할까?

숲 파헤치고 아파트 짓겠다는 대전시 도무지 이해 안 돼

 풍성한 한가위, 하지만 월평공원 아파트 건설은 NO!
 풍성한 한가위, 하지만 월평공원 아파트 건설은 NO!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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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 시점에서 시민들에게 아주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는 이곳에 엄청난 세대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대전시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요즈음, 월평공원 주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이 일로 걱정이 많다. 그래서 대전의 많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갈마동 마을 분들이 수고를 많이 하고 계신데 마음만큼 함께할 수 없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먹고사는 일, 아이들 뒷바라지에도 바쁜 하루 일과 중에 그 바쁜 시간을 쪼개 우리들의 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주고 있으니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민들의 요구나 바람을 들어주고 해결해야 하는 대전시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터무니없는 말만 뒤풀이 하면서 많은 시민들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요즘 환경을 지키자는 목소리는 생존권이 달려있는 요구다. 옛날 같으면 '환경이 밥 먹여 주냐' '아주 이상적인 주장을 한다'며 몰아붙일 수도 있었으나 우리가 돈을 가장 1순위에 놓고 마구잡이 개발을 한 결과, 이제 우리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하지 않나. 인간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환경을 함부로 파괴하고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수많은 뭇 생명을 지켜가지 못한다면 결국은 인간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될 것 이다.

시대 변하는 데 대전시 환경정책은 왜 그대로일까?

 월평공원 인근 무민들이 대전시의 아파트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시민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월평공원 인근 무민들이 대전시의 아파트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시민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주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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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공기가 오염되면 인간도 끝장이지 않은가. 집집마다 펌프질로 먹던 물이 오염돼 물도 사 먹어야 하고 미세먼지 예보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 세상이 됐다. 사람들은 대기오염으로 생기는 질병인 아토피나 비염으로 환절기만 되면 잠 못 이루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집집마다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김계숙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상임대표
 김계숙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상임대표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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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나라의 환경정책도 달라져야 하지 않는가. 언제까지 주민들의 이 다급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그저 개발의 논리를 주장한단 말인가. 아파트를 산속에까지 짓겠다는 그들의 주장이 소수이고 그건 아니라고 말하는 시민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가 월평공원에서 놀고, 자라며 쓴 노랫말로 글을 맺고자 한다.

"월평공원 꽃이 피면 숲속 새들 노래해요
우리들도 즐거워서 모두함께 춤을 춰요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고
우리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징검다리를 건너서 청솔모를 만나면
놀려 줄거야 하하하"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계숙씨는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상임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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