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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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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과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일정을 마치고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귀국길에 올랐다.

이날 유엔 총회 방문 마지막 날 일정은 그야말로 북핵 해결을 위한 문 대통령의 외교적 구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최고 수준의 대북 압박을 이끌어 냈다.

'다자외교'와 '평화' 강조한 문 대통령의 의도

(뉴욕=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상이 취임 첫해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는 것은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이후 처음이다. 2017.9.21
 (뉴욕=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상이 취임 첫해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는 것은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이후 처음이다. 201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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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문 대통령이 자신의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북한 문제였다. 북한은 15분 연설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이다. 그동안 한·미 동맹을 북핵 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주체로 강조해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연설에서 '한·미 동맹'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고, 대신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사용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라며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같이 다자외교를 강조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나온 9.19 공동성명은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결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신경제지도', '신북방경제' 비전을 제시했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의 경제협력을 높여가지는 제안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 인용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라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이것은 다분히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을 것"이라며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견제 의도로 해석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냉전시대에 소련과의 대립이 극대화돼 있던 시기에 집권했고, 무엇보다 소련을 '악의 제국'을 규정하면서도 소련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도록 이끌었다. 결국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레이건의 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평화'라는 키워드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중 '평화'를 32회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한반도의 긴장을 높일 수 있는 도발적인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평창 올림픽을 "평화의 촛불"로 상정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연설에서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라는 부분은 문 대통령이 상상하는 한반도의 미래를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 강도의 대북 압박' 합의한 한·미·일

(뉴욕=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다. 2017.9.22
 (뉴욕=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다. 201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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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연설은 앞선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연설을 희석하고, 한·미 공조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도가 녹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한미동맹의 틀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 것도 문 대통령의 전략이었다.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여 북한 문제 해결의 한 축으로 삼고, 평화를 강조함으로써 긴장 상태를 낮추고, 기존의 한미 공조의 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마치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포함한 한·미·일 정상 오찬회담을 하며 한미동맹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본축임을 재확인했다.

한미 정상이 회담을 가진 건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한지 3개월만으로, 문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다. 한·미·일 정상회담 역시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후 두 번째로, 3국의 긴밀한 대응공조 체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한미 양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371호 및 2375호의 충실하고 철저한 이행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북한 비핵화를 위해 최고 강도의 압박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양 정상은 이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추진한다는 양국 공동목표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단히 강력했다며, 그런 강력함이 북한을 반드시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대단히 개탄스럽고 우리를 격분시켰는데, 미국이 단호히 대응하고 한미 공조도 빈틈없이 이뤄져 아주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개탄한다는 단어를 사용해 기쁘다, 절대 그 단어를 써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미·일 정상 오찬회동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외국은행과 기업, 개인을 미국이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사인했다고 발표했다. 북한과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세컨더리 보이콧' 성격을 담은 초강력 조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국 정상 오찬회동 종료 후 서면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강력히 규탄하면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응하여 3국 간 공조가 더욱 긴밀해 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공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일 간 굳건한 공조를 바탕으로 중국, 러시아 등 관련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굳건하며,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라고 전했다.


태그:#문재인, #트럼프, #유엔연설, #북핵,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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